명태균-김영선 2018년 지방선거부터 인연
여론조사 기관 운영으로 정치인과 접촉
총선 과정에서 영향력 암시하는 녹취 공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1대 국회 창원 의창 지역구 당선자인 5선 김영선 전 국회의원이 연루돼 있다. 특히 김 전 의원과 김 여사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물(M)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추가 보도에서 공개된 M = <뉴스토마토>는 5일에 이어 19일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추가 보도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5일 보도에서 'M'으로 표기한 인물 실명과 그가 2022년 6월 창원 의창 보궐선거에도 개입한 정황을 보도했다. M 씨 실명은 '명태균'으로 그는 2022년 5월 9일 오전 10시 19분 ㄱ 씨와 통화에서 "사모(김건희 여사)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서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며 "그래서 윤상현(당시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끝났어"라고 했다. 당시 윤석열 핵심 관계자(윤핵관)로 불리던 국회의원 두 명이 김 전 의원이 아닌 다른 인물을 공천하도록 공관위를 압박했지만 명 씨가 이를 뒤집었고, 김 전 의원이 공천됐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각각 Y와 K로 명기된 국회의원은 윤한홍(창원 마산회원)·권성동(강원 강릉시) 의원으로 추정된다. 취재 기자는 '윤핵관' 두 사람이 공천하려 한 인물은 김종양 현 창원 의창 국회의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명 씨가 어떤 인물이고 정치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됐는지에 많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김영선 경남 정착까지 = 명 씨와 김 전 의원 관계는 2018년 지방선거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경기도 고양 등 수도권에서 정치 활동을 하던 김 전 의원은 갑자기 고향인 거창 연고를 내세우며 2018년 경남도지사 경선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자유한국당 방침에 따라 김태호 전 의원이 후보가 되면서 뜻을 접는다. 2년 뒤 총선을 바라보며 와신상담하던 김 전 의원은 창원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있던 <시사경남> 사무실에 종종 들렀는데 이곳 대표가 명태균 씨였다.
수도권 여론조사 기관에서 일한 전력이 있는 명 씨는 경남에 여론조사 업체 기반이 취약한 점에 착안해 '좋은날리서치'라는 여론 조사 업체를 열고 이를 매개로 지역 보수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으며 성장했다. 김 전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 때 김성찬 전 의원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창원 진해 선거구 출마에 도전했다. 김 전 의원은 이때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는데 명 씨는 이때 같은 건물에 '미래한국연구소'라는 여론조사 업체를 세웠다. 이곳에서는 진해 선거구 여론조사를 집중적으로 발표했는데 김 전 의원이 계속 1위로 나타나는 결과가 공표됐다.
당시 지역 정치권에서는 미래한국연구소가 김 전 의원에게 유리한 맞춤형 여론조사를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결국 창원 진해 미래통합당 후보로 이달곤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는데, 김 전 의원은 자신이 높게 나온 조사 결과와 당에서 한 조사가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등 한동안 파동이 이어졌다.
이후 명 씨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연결고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전 의원은 2년 뒤 2022년 박완수 전 의원이 경남도지사 출마로 자리를 비운 창원 의창에 도전해 경남 최초 여성 국회의원이자 5선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때 명 씨가 김 여사와 친분을 이용해 김 전 의원을 공천받도록 했다는 게 이번 <뉴스토마토> 보도 골자다.
◇ 공천 개입 김영선에서 끝? = 보선 당시 지역 정가에 김 전 의원이 김 여사와 인연이 깊고, 공천에 김 여사가 관여했다는 설이 있었는데 이 소문 역시 명 씨 작품이었다. 명 씨는 당시 자신과 김 여사 간 친분을 공공연히 밝히고 다니기도 했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명태균이 특히 사람들 앞에서 김 여사와 통화 또는 녹취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자기 권위를 과시했다"고 밝혔다. 올해 총선에서도 명 씨는 김 전 의원 공천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 갑으로 선거구 이동을 밝히기에 앞서 관련 보도를 챙기는 <뉴스토마토> 녹취가 이를 방증한다.
명 씨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이번 총선에서 명 씨가 김 전 의원만 챙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노량진 수조 물 음수' 등으로 이미지에 생채기가 난 데다, 중진 하위 평가자에 든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 인사는 "이에 김 여사와 관계를 활용해 김 전 의원이 자리를 비우는 창원 의창에 출마 의사를 밝힌 친윤석열계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는 데 힘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을 유난히 강조하던 이 인사는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대신 김종양 현 의원이 공천을 받은 끝에 본선에서 김지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22대 총선에 당선한 김 의원은 선거 과정에 이상한 여론조사에 고개를 가우뚱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내가 알던 것과 다른 창원 의창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분석해보니 내가 나고 자란 북면지역 표본만 확 줄여 조사한 게 눈에 띄었다"며 "이때 지역에 여론조사 신뢰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서도, 조작 가능성도 염두에 둔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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