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현장에 실질적 도움 안 돼
"1차적인 진단 보조에 그칠 뿐"
의료 취약 군 지역 공백만 가속
"땜질도 안 되는 보여주기식 행정"

정부가 의료 인력이 부족한 응급실에 공중보건의(공보의)와 군의관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응급 현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되레 의료 취약지인 농어촌 의료 공백마저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보건복지부는 인력이 시급히 필요한 전국 병원 응급실에 순차적으로 공보의·군의관 250여 명을 파견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3월에도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말미암은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공보의·군의관을 차출한 바 있다. 의료 공백이 길어지자 미봉책으로 응급실에 이들을 추가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경남에서도 공보의 17명이 대형 병원으로 차출됐다. 차출 기간은 4주였다. 6개월간 공보의 한 명이 여러 번 차출되는 경우를 포함해 차출된 공보의는 67명, 차출 횟수는 112회였다.

3일 오후 119대원들이 응급환자를 창원시 의창구 파티마병원에 데려다주고 있다. /김구연 기자
3일 오후 119대원들이 응급환자를 창원시 의창구 파티마병원에 데려다주고 있다. /김구연 기자

지난 5일 기준으로 경남에서는 이번에 5명이 차출됐다. 하동군 2명, 사천시·합천군·창녕군 각 1명이다. 이들이 파견된 곳은 양산부산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부산 고신대복음병원, 인천 가천대 길병원이다.

각 시군에서는 공보의가 빠져나간 자리를 다른 공보의로 메우는 실정이다. 주 3일 진료를 주 2일로 줄이고 원격 진료, 순회 진료 등으로 공보의 한 명이 맡는 지역을 늘렸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의료 취약지 주민들로 향하고 있다.

권상재(58·합천군) 씨는 “보건소도 옛날보다 많이 줄어서 감기약이나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려고 해도 읍내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면서 “여기서는 골절만 당해도 제때 치료를 못 받아 돌아가시는 분들이 제법 된다”고 말했다.

각 시군에 공보의 차출을 요구해야 하는 경남도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을 두고 빚어진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대란 전부터 공보의가 줄어든 까닭에 사실상 더 차출할 공보의도 없다

경남도 보건행정과 관계자는 “현 상황은 한쪽을 채우면 다른 한쪽이 비는 제로섬 게임 같다”며 “도 입장에서는 공보의들이 차출되더라도 최대한 경남 안에 머무는 쪽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경남에서도 하동군·창녕군 등에서 일하던 공중보건의 5명이 차출된 상태다. 그 여파는 또 고스란히 의료 취약지 주민들로 향하고 있다. 사진은 창녕군 부곡면 보건지소 모습. /남석형 기자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경남에서도 하동군·창녕군 등에서 일하던 공중보건의 5명이 차출된 상태다. 그 여파는 또 고스란히 의료 취약지 주민들로 향하고 있다. 사진은 창녕군 부곡면 보건지소 모습. /남석형 기자

지역 의료계는 이번 공보의 차출을 두고 필수 의료 공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김진평 마산의료원장은 “공보의는 농어촌지역에서 1차 진료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주치의 역할까지 한다”며 “이들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사실상 농어촌을 의사 없는 지역으로 두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보의 차출 효과 자체를 기대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 병원들이 공보의를 받지 않는 사례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들 인력 대부분 현장 경험, 진료 역량 등에서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준 거창적십자병원장은 “응급실 진료에 도움이 되려면 최소한 내과, 외과, 신경외과 전문의 정도는 돼야 한다”며 “지금 차출되는 공보의 대다수는 비진료과 전공에 1차 진료만 보는 분들인데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 원장 또한 “관련 학과 전문의가 아닌 공보의가 진료 중에 의료 사고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건가”라며 “결국 혼자 진료 보는 수준이 아닌 도와주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보의 파견은 땜질도 되기 어려운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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