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후 의료진 업무 '과부하'
부원장이 응급실 당직 서는 곳도 있어
'번 아웃' 우려 크지만 해결 기미 없어
추석 연휴 의료 대란 우려 목소리 커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의료 대란’ 관련해 지역을 거듭 언급하며 “지역 종합병원은 비상 진료체계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이 6개월째 지속되면서 경남 종합병원들도 업무 과부하 속에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고 토로한다.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 부원장이 응급실 당직에 동원하는 곳도 있다. 추석 연휴 의료 대란 현실화 우려 목소리도 이어진다.
◇전공의 부재로 늘어난 업무 비중 = “가뜩이나 응급실 의사 수가 부족한데 전공의까지 빠져버리니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반년째 거의 퐁당퐁당 당직도 서고 있고, 진료도 하고 있잖아요. 누구 하나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사들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에요.”
도내 대형병원 관계자 ㄱ 씨는 전공의가 빠진 의료 현장에 누적된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어떻게든 자신을 갈아 넣어 응급·중증 환자를 보는 사람이 많지만, 끝모를 의료 공백 사태에 앞이 깜깜하다고 호소했다.
“응급실 커버(대체 역할)까지 맡은 의사들은 밤새 환자를 보고 나서 병실에 있는 환자까지 보고 있어요. 그 피로가 말 못할 지경이에요. 응급의학과에 계속 로딩이 걸릴(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렇다 보니 우리 병원에서는 부원장이 응급실 당직을 서요. 보직 맡은 분들도 돌아가면서 순환 당직을 다들 맡고 있어요.”
그가 일하는 병원에는 전문의와 일반의를 포함해 의사 6명이 응급실을 지킨다. 연차별로 두 명 정도씩 되던 전공의는 한 명도 없다. 사직서 수리까지 끝났다. 전공의를 충원할 상황도 못돼 응급의료 마비는 갈수록 커진다.
“그동안 1차 진료는 응급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맡는 대신 2차 배후 진료는 전공의가 했어요. 수술도 전공의와 같이 집도했었거든요. 지금은 보조 인력이 사실상 '0'에 가까워요. 사람이 부족하니 의사 스스로 다 도맡을 수밖에 없어요.”
당장 큰 걱정은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명절이다. “평시에 몰리던 사람들이 명절이 되면 응급실로 다 집중될 거예요. 연휴가 길면 길수록 응급실은 굉장히 과밀화되겠지요. 올해는 주말까지 포함해 연휴가 5일이잖아요. 이렇게 무너져있는 의료상황에서 자칫 사고라도 나면…. 5일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정말 걱정입니다.”
◇의료진 ‘번 아웃’ 우려도 = 또 다른 도내 대형병원 관계자 ㄴ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상황을 두고 어떻게든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종사자 ‘번 아웃(탈진)’ 문제도 거론했다. 병원 의료 수익은 크게 줄어 하루에만 약 2억 원씩 적자가 난다고 귀띔했다.
그가 일하는 병원은 전공의 이탈에 이어 응급의학과 교수 사직 문제까지 겹쳐 그 공백을 촉탁의(계약직 의사) 채용으로 메웠다. 진료는 2일 기준 응급의학과 전문의 2교대(주간 2명·야간 2명), 간호사 3교대(8·8·7명) 체제다. 응급실에서는 과목을 거의 가리지 않고 환자를 받는다. 다만 대동맥응급(흉부·복부) 수술이나 장중첩·막힘(유아) 진료는 불가능하다. 일요일 투석 환자 수용도 할 수 없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진료 부문이 정해져 있잖아요. 당직 일에 본인 부서가 아닌 환자가 응급실로 내원하면 진료가 어려울 수 있어요. 팔이 골절된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무릎 분야 교수가 당직이면 진료가 힘듭니다. 6개월 넘게 전국적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어 의료진 피로도가 심각합니다. ‘번아웃’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도내 대형병원 관계자 ㄷ 씨는 수도권과 비교하면 경남지역 환경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이렇게 전했다.
“타병원 상황이 어려워 우리 쪽에 지원 요청이 계속 오고 있어요. 흉부외과 의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요청 병원에 진료를 가기도 해요. 마취과 지원 요청도 이어지지만 사정이 되지 않아 지원을 못해주는 실정입니다. 수당 때문에 당직을 더 많이 서고 환자를 더 많이 보더라도 일부 의사는 크게 불만이 없는, 그런 이상한 구조로 흘러가는 분위기도 있어요. 의정 갈등이 빨리 해결돼야 합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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