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환자 병·의원 분산 한다지만
응급처치 후 환자 배후 진료 부재
의료 공백 메울 근본 해법도 부족
"수가 올린다고 해결되나" 지적도
지역에서도 ‘추석 연휴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명절 때 평소보다 1.5~2배 많은 환자가 응급실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경증 환자 병·의원 진료 유도로 분산 배치’와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환자 비용 부담 올려 응급실 이용 막겠다? =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8일과 이달 5일 추석 연휴 대비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한다. 이 기간 지자체별로 비상의료관리상황반 설치·운영 등 비상 진료체계를 적극적으로 가동한다. 아울러 진료 차질이 예상되는 응급의료기관에 복지부 전담 책임관을 배치해 실시간으로 병원별 상황을 관리·점검한다.
비상 응급 대응 주간 상급병원에는 케이타스(KTAS·한국형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 1~2등급 중증 응급환자 우선 수용을 유도한다. 중등증 이하 환자(3~5등급)를 받지 않고 지역기관 이용으로 안내해도 진료 거부로 간주하지 않는다. 케이타스는 1~5등급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중증도 낮음’을 뜻한다. 1등급은 심장마비·무호흡·무의식 등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환자, 2등급은 심근경색·뇌출혈·뇌경색 등 생명이나 사지·신체기능에 잠재적 위협이 커 빠른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매겨진다. 3~4등급은 각각 잠재적 가능성을 고려한 치료, 1~2시간 안에 처치나 재평가 시행이 필요한 경우다. 5등급은 질병 악화 가능성이 작아 응급은 아닌 상태다.
정부는 경증 비응급 환자 본인부담금 90% 인상,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 권역센터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250% 인상도 추진한다. 즉 응급실 이용 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응급실 진료 후 수술·처치·마취 등 수가 200% 인상 △권역거점센터 인건비 지원 △군의관·일반의·간호사와 같은 대체 인력 투입 △당직 병·의원 확대 운영 등도 진행한다.
그런데 정부 대비책을 보면, 응급처치 후 환자 배후 진료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메울 뚜렷한 해법은 없다.
또한 정부는 119 전화 상담이나 개인 스스로 판단한 결과에 따라 환자에게 중증·경증 진료 병원을 안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질병 정도를 진단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의료진이 진단해야 할 진단명을 아픈 환자가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단순 두통인 줄 알았다가 뇌출혈 진단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응급실 뺑뺑이’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 역시 실시간 상황 점검·상황실 병원 연결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 대책 연휴 대란 해소 못할 것” = 이 같은 정부 대책에 실질적인 해법 없이 명절을 맞게 됐다는 우려 목소리는 지역 또한 마찬가지다.
양산부산대병원 의사 ㄱ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망가져 있던 의료체계가 전공의들이 빠진 뒤로 더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현재 정부안은 명절 지역 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진찰료, 수가 등을 올리는 거는 원래부터 해야 하는 것들인데 정부는 위기가 닥치니까 이제야 부랴부랴 인상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한정된 재원을 어딘가에 썼다면 또 다른 어느 부문에서는 수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주변 대부분은 정부가 두더지게임처럼 문제된 곳을 틀어막다가 의료공백 사태가 해결되고 나면 다시 수가를 원래대로 되돌리지 않겠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의사 ㄴ 씨는 “우리 병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 그런대로 의료체계가 잘 유지되고 있지만, 진주 경상국립대병원이나 삼성창원병원은 전공의 이탈 후 의료진이 없어 진료 차질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미 병원 곳곳에서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예산 지원 혜택이 의사에게 몰리는 문제를 두고는 불평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창원병원 간호사 ㄷ 씨는 “사람이 없어 모든 교수가 외래도 보고, 당직도 보는 와중이라 의사들 피로가 많이 쌓여있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명절이 되면 평소보다 1.5~2배가량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는데 의사에게만 지원이 쏠리고 간호사 등 다른 직군에는 그런 게 없어 소리 내서 이야기하지 못한 채 체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정부 기조에 맞춰 추석 연휴 의료공백을 메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도내 34개 의료기관에 전담 책임관을 2명씩 모두 68명 배치한다. 병·의원 당직 운영 기관 등도 확대한다. 구체적인 대응 방침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도 의료정책과 응급의료정책파트장은 “병원별로 의료진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의료진이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는 응급실로 몰릴 경증 환자를 인근 병·의원에서 진료받게 해 환자를 분산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석 연휴 응급의료상황실 가동으로 도내 의료 문제 발생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해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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