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15곳서 1~2명씩 차출
도내 7명·도외 10명 현장 배치
순회 진료로 빈 자리 메운다지만
농어촌 의료 공백 심화 불가피
"도시 사람만 시민인가" 지적도

정부가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공백을 메우려고 보건의료 취약지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을 병상 가동률이 저조한 병원에 배치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시군에서 1~2명씩 의료진을 빼가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도내 공보의 17명이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의료 공백이 커진 병원으로 차출됐다. 정부는 18개 시군 가운데 15개 시군에서 1~2명을 뽑아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5곳에 배치했다. 차출 기간은 4주다. 정부는 국군수도병원에서 일하던 군의관 1명도 이들과 함께 경상국립대병원에 파견했다.

의료 인력이 빠진 곳은 산청군보건의료원(2명)과 함안군보건소(2명)를 비롯해 거제·거창·고성·남해·밀양·사천·양산·의령·진주·창원·하동·함양·합천지역 보건소(각 1명)이다. 이에 의료기관별로 남은 공보의들이 순회진료를 보면서 공보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러다 보니 본래 보건소에서 21㎞ 떨어진 곳에 있는 보건지소까지 출장 다니는 공보의도 있다.

함안군의회가 12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료 취약지역에 공중보건의 확대 배치를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함안군의회
함안군의회가 지난해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료 취약지역에 공중보건의 확대 배치를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함안군의회

 

이은숙 함안군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은 “의료진이 적은 지역이라 보건지소를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어제 일반의 1명, 전문의 1명이 빠졌는데 우리 군은 함안면 함안보건지소와 법수면 법수보건지소에서 일하던 남은 의사 2명이 지역을 오가면서 공백을 메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순회진료를 하게 되면 기존 공보의 근무지는 문을 열 수 없다는 점이다. 파견되지 않은 공보의들이 바쁘게 움직여도 어느 한 곳은 휴업이 불가피하다.

홍경희 고성군보건소 보건행정 담당은 “공보의 업무 부담도 부담이지만 방문하는 분들이 원하는 시간에 진료받지 못하게 될 처지”라면서 “사전에 안내해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홍동 의령군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은 “아직 큰 문제는 없지만, 순회 근무하면서 주민 불편이 없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 공백 사태가 더 답답한 쪽은 주민이다.

안순남(86·함안군 가야읍) 씨는 “보건소에서 물리치료도 받고, 침도 맞고, 약도 타러 가기도 하는데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면서 “환자 진료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용택(68·남해군 남해읍) 씨는 “시골에는 병원이 적어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공보의들을 빼간 것도 모자라 별다른 대안도 없으니 시골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함양지역 한 주민(70)은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이 외부로 빠져나가면 치료할 사람이 그만큼 줄어든다”면서 “정부와 의사들이 싸움만 하고 있으니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순회진료 확대와 원격진료 지원으로 환자 고충을 덜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규 도 보건행정과장은 “1~2명은 큰 인력이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 “정부는 의료 소외지역보다 중증 환자 지역을 더 중요하게 보는 만큼 방문 간호 서비스도 확대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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