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36.5] 하나경·신재일 도예가 부부
'무곡요' 이름 붙여 만든 도자기들
독특한 색감, 정갈한 형태
"사람들 치유하는 그릇되길"
하나경(33)·신재일(36) 도예가 부부는 함께 그릇을 빚는다.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예과에서 만난 이들은 졸업 후 2018년부터 김해 진례에서 '재나 포터리'란 이름으로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2022년 창원시 의창구 북면 무곡리에 새롭게 터를 잡았고, '무곡요'라고 이름 붙였다.
부부는 서로 성격이 정반대다. 남편은 에너지가 넘쳐 일을 잘 벌이지만, 뒷심이 부족하다. 아내는 주도적이진 않아도 끈기가 있다. 부부가 도자기 하나를 같이 만들다보면 서로 부딪힐 법도 한데, 오히려 서로 성격을 보완하며 손발이 잘 맞다. 그래서 무곡요 도자기는 반드시 둘의 손길을 거친 후 완성된다.
이들이 작업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고령토 성분이 많고 철분이 없는 정제된 모래를 흙 뽑는 기계에 넣는다. 고령토는 백자를 만드는 주재료다. 기계에서 갓 뽑은 흙으로 물레를 돌린다. 그릇 모양을 만들어 반건조시킨다. 반건조시킨 그릇에 굽 칼을 이용해 굽을 만들거나 깎아서 두께를 조절한다. 여기까지는 남편 신 씨의 몫이다.
이어 아내 하 씨가 작업을 넘겨받는다. 표면을 깨끗이 정리하고, 필요한 경우엔 손잡이를 만들어 붙인다. 가마에 들어가기 전엔 완전히 건조 시킨다. 이제부턴 부부가 같이 움직인다. 천도 넘는 가마에 완전 건조 시킨 그릇을 초벌 한다. 이후 유약을 입힌다. 끝으로 다시 가마에 넣고 재벌해서 그릇을 완성한다.
부부는 특히 그릇에 색깔을 입힐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이들은 직접 조합한 유약을 입힌다. 인위적으로 색을 내는 스테인을 쓰는 게 아니라 자연 광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다. 같은 색을 내더라도 직접 조합하면 느낌이 다르다. 음식점마다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레시피와 맛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사실 직접 유약을 조합해서 사용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만족스러운 색감을 찾고자 여러 번 실험을 거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자연에서 나는 재료들은 단일하지 않다. 그래서 같은 재료와 비율이더라도, 미묘한 차이로 색이 달라진다. 심지어 애써 만든 유약을 다 버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독자적인 느낌을 낼 수 있다.
무곡요는 은은하고 따뜻한 색상을 추구한다. 형태는 기본에 충실해서 정갈하다. 백자는 무거운 편인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두께를 최대한 얇게 만든다. 이런 특징들이 더해져 도자기들이 전체적으로 세련된 느낌이다.
실제로 무곡요 도자기는 고급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 다이닝이나 외국 레스토랑에서 쓰이고 있다. 하지만, 부부는 상품을 만드는 것에만 머무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앞으로는 무곡요의 철학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관련해 남편 신 씨가 2일부터 11일까지 창원 성산구 사파동 복합공간 무하유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신 씨는 이 전시를 통해 실용성보다 조형성에 더 무게를 둔 작품을 선보였다.
무곡요는 어루만질 무(撫)자에 골 곡(谷)자를 쓴다. 여기서 굽이진 곡은 살림살이에 쓰이는 그릇인 기물과 사람의 마음을 나타낸다. 풀이해 보자면, 도자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뜻이다. 부부는 무곡요가 만들어내는 도자를 사용하고 바라보며,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길 바랐다.
무곡요 소식은 인스타그램(@mugoky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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