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36.5] 간호사로 일하던 두 청년, 고향으로 와 청년정책 활동
지역문제 해결하자는 의지로 2022년에 '삼천포 블루스' 설립"
"지역문제 해결 해봤냐고 물으면 '해봤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어요"

※ [주파수 36.5]는  문화체육부 기자들이 36.5도 생기 가득한 지역민의 삶에 주파수를 맞추고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지난달 20일 사천시는 삼천포항이 있는 서금동에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인 '청년문화에비뉴'를 개소했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에서 시작한 도보교가 노산공원을 만나는 지점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이곳에 사천시 예비마을기업 삼천포블루스가 운영하는 카페와 사무실이 있다. 이 기업은 사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삼천포블루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보경(왼쪽) 대표와 양소윤 이사가 사천에 있는 청년문화에비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주성희 기자
삼천포블루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보경(왼쪽) 대표와 양소윤 이사가 사천에 있는 청년문화에비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주성희 기자

"지역 청년들이 희망이다" = 김보경(38) 삼천포블루스 대표는 어느 날 갑자기 지금처럼 지역 문제 해결에 뛰어든 게 아니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가족과 함께 있으려고 10년 전 고향 삼천포로 돌아왔다. 어린이집 교사도 하고 서비스직이나 인사·노무 담당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자신이 사람들 특히나 어르신을 대하는 데 개방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사회 복지에 눈뜨게 됐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의 관심은 청년활동으로 이어져 사천시 청년정책 네트워크에 참여해 여러 활동을 했고, 이런 활동을 동력으로 2022년 11월 양소윤(36) 이사와 함께 지금의 삼천포블루스를 설립했다. 

둘은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각각 간호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다 청년정책 네트워크에서 다시 만났다. 양 이사는 청년정책 네트워크 사천과 경남 실무 운영 팀에 있으면서 전반적인 지원을 하고, 행정과 청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때 정책이나 행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는 "사천에 개발이나 디자인을 맡을 회사가 없어 다른 지역 업체와 계약을 맺는데, 그러면 지역에 쓰여야 할 예산이 다른 곳에 쓰일뿐더러 사후관리도 안 되는 걸 지켜봐 왔다"면서 "사천 안에서 청년의 역량을 키우면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네트워크에서 정책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장 왼쪽에 김보경 대표. 지난해에 청년정책 제안대회에서 수상한 모습이다. /경남도
가장 왼쪽에 김보경 대표. 지난해에 청년정책 제안대회에서 수상한 모습이다. /경남도

지역민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 김 대표가 삼천포블루스를 통해 특히 집중했던 건 지역 소멸 문제였다. 사실 지역 소멸은 인구절벽, 저출생 등과 연결된 세계적인 문제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역에서 관련 활동을 하며 조금이라도 이를 늦추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게 청년들이 왜 지역을 떠나는지 물었다. 김 대표는 "청년들은 지역에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건 청년뿐 아니라 지역민 전체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삼천포블루스를 통해 지역민에게 자신의 전공, 분야를 선보일 기회를 줬다. 꼭 서울 등 대도시에 가지 않아도 사천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말이다.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사천에 사는 사람 중에서 전문가를 찾아 강사로 데려왔다. 예를 들어 최근 결혼이주여성에게 일자리 기회를 주고, 사천시민이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두 가지 목적을 지닌 교육 프로그램 '우리들의 입문학'을 기획했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자국 음식의 조리법을 알려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는 새로운 식문화를 알리면서,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 결혼이주여성에게 일자리를 주고 지역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천포블루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보경(왼쪽) 대표와 양소윤 이사. /주성희 기자
삼천포블루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보경(왼쪽) 대표와 양소윤 이사. /주성희 기자
삼천포항에 있는 청년문화 에비뉴 시설. 이곳을 삼천포 블루스가 운영하면서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사람과 지역을 계속 연결하기 = 삼천포블루스는 이뿐만 아니라 관광, 공간 대여, 꽃차 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활동이 다양하니 전문성을 의심하고 일관성이 없다고 따지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 김 대표는 "인력이나 여건상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지역민 중 전문가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결국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계속 확장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런 협력 경험을 통해 삼천포블루스 같은 사업체가 사천에 계속 생기기를 김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관계 안내소 역할을 잘 해낸다면 삼천포블루스처럼 지역에서 일을 하려는 단체들이 많아질 겁니다. 요즘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명언을 실감하는 중입니다."

현재 고정적으로 삼천포블루스에서 직접적으로 일하는 인력은 7~8명이지만 협력 관계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아지는데, 이들이 김 대표에겐 희망이다. 여기에다 그는 최근 '청년 창업 아카데미'를 개설해 문화기획자, 식품 분야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계획서 작성이나 실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김 대표가 다양한 정책을 기획해서 직접 지자체의 문을 두드렸기에 가능했다. 사천시 기획예산담당관 인구청년팀이 그의 정책을 받아들이고 수정·보완하면서 많은 게 실현됐다.

삼천포블루스 카페를 찾은 지역민들. /주성희 기자 
삼천포블루스 카페를 찾은 지역민들. /주성희 기자 

지역민과 즐겁게 살아가기 = 지금까지 많은 일을 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지금은 공간 활용 방안이 제일 큰 고민이다. 삼천포블루스가 있는 청년문화에비뉴 시설들을 포함해 사천 지역에 국비 사업으로 만들어진 농촌활성화센터 같은 곳들이 현재 사실상 비워진 상태다. 이런 곳을 활용할 소프트웨어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청년문화에비뉴를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인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남녀노소, 장애·비장애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두었고 이곳에서 여러 활동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삼천포블루스가 하고자 하는 게 결국 '지역 환기'라고 했다. 

"지역은 경쟁해서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가서 점을 찍는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되도록 즐겁게 또 여러 세대와 주민들을 연결하면서 지내려고 합니다. 사소한 것이 모여서 기적이 된다고 하잖아요. 사람들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도록 시도하고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누군가가 지역 문제 해결에 대해 '해봤어?'라고 물으면 '해봤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어요."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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