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36.5] 아나운서 임현정

행사 진행·화법 강연·고객만족(CS) 교육까지
고향 경남 주 무대로 서울, 부산 오가며 활동

프리랜서 길 걸으며 끼 펼쳐
스피치 책 저술·후배 향성 목표

※ [주파수 36.5]는  문화체육부 기자들이 36.5도 생기 가득한 지역민의 삶에 주파수를 맞추고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이 사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참 바쁘다. 요즘 도내 굵직한 행사를 도맡아 진행하고 있는 임현정(41) 아나운서 이야기다. 지난 4월 열린 제73주기 거창사건 희생자 제36회 합동위령제·추모식, 같은 달 밀양서 열린 제27회 경남장애인생활체육대회, 5월 창원국가산업단지 지정 50주년 기념행사, 지난달 26일 경남경찰청 대테러 관계기관 종합 훈련, 지난 1일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도민과의 대화 등 주요 행사마다 한결같이 마이크를 잡고 선 그를 만날 수 있다. 지역에서 활동한 지 약 20년, 이제 그는 차분하면서도 임기응변에도 강한, 노련한 진행자로 자리 잡았다. 

임 아나운서는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시상식에서 TV 진행상을 받았다. 대체로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아나운서들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방송 출연이 상대적으로 적은 그이기에 이 상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그의 현장 진행을 눈여겨본 이들이 많았고,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에게는 고향에서 인정받고 일을 한다는 게 자랑스러운 요즘이다.

행사 진행을 준비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이서후 기자 
행사 진행을 준비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이서후 기자 

꿈을 찾아 나선 무학산 날다람쥐 = 국회 행사 진행을 위해 서울을 다녀오거나 가까운 부산에도 가지만, 임 아나운서의 주 활동 무대는 경남이다. 경남이라 해도 18개 시군으로 생각하면 이동 거리와 시간이 만만찮다.

"오전과 오후에 서로 다른 지역 행사를 하게 되면 하루에 운전만 6~8시간 해요. 운전하며 그 행사의 주요 단어를 계속 중얼거리죠. 행사 끝나고 돌아올 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운전만 해요. 원래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지만, 즐기지 않으면 못 해낼 것 같아요."

정신없는 행사 일정에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물론, 임 아나운서는 누가 봐도 건강한 체질인데,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온 등산 덕분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무학산을 올랐어요. 그래서 무학산 날다람쥐란 별명도 생겼죠. 일이 없던 코로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매일 간 등산 덕분이에요. 요즘에는 운동 동영상도 좋더라고요. 40분 정도 영상 따라 운동하고 나갈 준비를 하면 개운하고 성취감도 있어요. 하지만, 제 건강 관리의 핵심은 쉴 때 잘 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행사가 들어오면 무리해서라도 다 했는데, 지금은 내가 쉬어 가야 할 때 충분히 쉬어 가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진해에서 태어난 그는 3살 때부터 부모와 함께 할아버지·할머니가 있는 마산 본가에서 살았다. 상남초교(마산) 5학년 때 학교 방송반을 하며 아나운서를 꿈꾸기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론 실제 옷차림까지 아나운서처럼 입고 다닐 정도로 열심이었다. 특히 그가 사투리를 고친 이야기에서 그 노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경남에서 태어나 부산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그에게 표준어 습득은 마치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았다.

"주말마다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에 갔어요. 서울 친구들을 불러 밥 사주면서 반복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옆에서 말을 따라 하면서 말투를 고쳤어요. 좀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렇게 했겠어요. 용돈을 거의 다 갖다 부었죠."

말투를 고칠 시절에는 마산 본가에도 아예 오지 않았다. 가족들을 만나면 사투리가 바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에도 아나운서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면접도 진짜 많이 보고 서류 통과도 안 되고 어마어마했었어요. 그 과정들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아요. 지금의 제가 있는 게 더 놀라워요."

그렇게 그는 YTN 프리랜서 진행자로 시작해 2009년 LG헬로비전(전 하나방송) 1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경남에 정착하게 된다. 

"개국 멤버로 취재, 뉴스 진행, 인터뷰 프로그램 섭외, 시나리오 구성까지 안 한 것 빼고는 다 했어요. 일도 버거운데 그 시기에 대학원까지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2015년부터 MBC경남에서 진행자를 맡으며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있다. 프리랜서의 길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끼가 많고 하고 싶은 분야가 많은 아나운서들은 결국 프리랜서로 나오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게 더 많거든요. 그게 제가 프리랜서의 길을 걷게 된 이유이기도 해요. 물론 방송에 나오는 것도 매력 있죠. 그런데 저는 현장에서의 매력이 거의 1000% 차이 날 정도의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현장 무대에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지난해 제62해 경상남도 문화상 시싱식을 진행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임현정
지난해 제62해 경상남도 문화상 시싱식을 진행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임현정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창원시 의과대학 설립 국회토론회를 진행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임현정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창원시 의과대학 설립 국회토론회를 진행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임현정
지난해 6월 경남투자청 개청식을 진행하는 임현정(오른쪽) 아나운서. /임현정
지난해 6월 경남투자청 개청식을 진행하는 임현정(오른쪽) 아나운서. /임현정

막상 나와보니 다양한 무대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는 자신이 뭘 잘하는지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물론 프리랜서가 으레 겪는 불안함은 지금도 늘 있다. 

"건강을 위해서 행사 좀 덜 해야지 하면서도 일정을 계속 확인하고, 운전하면서도 습관적으로 행사 현수막을 다 보고 다녀요. 프리랜서는 1인 대표로 자기가 자기의 울타리가 돼야 해요. 내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엄청난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해요. 그게 단점이자 장점이에요"

더욱 단단해진 삶의 태도로 = 현재 그의 공식 직책은 임현정문화창작소 대표다. 2016년 9월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며 사업자로 등록한 걸 지금도 쓰고 있다. 행사 진행 말고도 스피치(화법) 강연이 그가 주로 하는 일이다. 여기에 이미지메이킹, 고객만족(CS) 강의, 리더십, 직무스트레스 관리 교육도 진행한다. 특히 정치인, 군인, 공무원, 기업 임원 등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그에게 말하는 법을 포함한 리더십 교육을 자주 청한다. 

"행사 진행만큼 제가 유난히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스피치 강의예요. 제가 역동적으로 강의를 하는 편이거든요. 특강 외에는 거의 일대일로 수업을 해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거의 봉사활동으로 말하기를 가르쳐요."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스피치 강연을 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임현정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스피치 강연을 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임현정

이렇게 행사 진행이나 스피치 강연 등으로 많은 이를 만나면서 그는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졌다고 한다.

"어찌 보면 저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또, 제가 주로 만나는 분들이 나이 지긋하신 어른인 경우가 많기에 그분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실제로 느낄 수 있어요. 그분들을 보고 겸손하며 삶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를 몸에 익힌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 그만의 노하우를 담은 스피치 교육 책을 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언젠가 후배 양성도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아나운서를 꿈꾸며 노력하는 이들에게 그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라 조언했다.

"저도 처음에는 제가 설 무대도 없었어요. 정말로 힘들어서 나만큼 안 풀리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멋진 아나운서가 된다는 그림을 늘 그리고 있었죠.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런 과정에서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던 거예요."

행사 준비를 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이서후 기자 
행사 준비를 하는 임현정 아나운서. /이서후 기자 

임 아나운서는 요즘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결혼 전에는 부모와 살았고, 결혼 후에는 남편과 살다가 지금은 주말 부부로 생활한다.

"늘 만인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외로움을 잘 탔어요. 그런데 요즘 혼자만의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느끼는 중이에요. 프리랜서로서 제가 저의 울타리가 돼야 하잖아요. 바쁘니까 오히려 나를 정돈하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했다.

"제가 방황하던 시절부터 오랜 세월 변하지 않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어서 지금 제가 있어요. 여전히 제 곁에 다 계시는데, 새로 사람들 사귀는 것보다 오랜 인연이 더 고마운 요즘인 것 같아요. 임현정 많이 컸다. 저를 오래 보신 분들이 요즘 많이 하는 말이에요. 맞아요. 아나운서 임현정 참 잘 컸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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