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36.5]
인스타그램으로 온라인 잡지
〈흐린 매거진〉운영하는 창원 청년 안지수 씨
"목표 잃은 청년들에 새로운 영감 되길"

※ [주파수 36.5]는  문화체육부 기자들이 36.5도 생기 가득한 지역민의 삶에 주파수를 맞추고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안지수(24) 씨는 명함이 없다며 엽서 한 장을 내밀었다. 엽서는 그가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것이었다. 흐릿한 느낌으로 찍은 사진에는 '사람들의 일상'이 덤덤하게 담겨 있었다.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발견한 안 씨는 이제 자기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고 있는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일부터 이를 인스타그램에 '흐린 매거진(@heurin.magazine)'이란 이름으로 올린다.

인스타그램에 이웃의 평범한 일상을 〈흐린 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올리는 지역 청년 안지수 씨./백솔빈 기자
인스타그램에 이웃의 평범한 일상을 〈흐린 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올리는 지역 청년 안지수 씨./백솔빈 기자

◇목표 잃은 젊은이들 = 창원 출신인 안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의류 회사에 취업했다. 직장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며 20대 중반에 들어선 그는 문득 주변 친구들을 둘러봤다. 대부분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나갈 시기였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들 우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불안정한 느낌을 피하거나 잊으려고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술을 마시고, 계획 없이 돈을 쓰는 이들이 많았다. 친구들은 단기 임금 노동이나 직장을 짧게 다니고 퇴사해 실업 급여를 받으며 사는 삶을 선호했다. 이는 안 씨 친구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실제 청년들 사이에 프리터족이 늘어나고 있다. 프리터족은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를 더한 합성어로, 단기 임금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사람을 말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3월 36시간 미만 근로자가 600만 8000명이었는데, 올해는 651만 4000명으로 8.4%포인트 늘어났다.

안 씨는 원인을 누리소통망에서(SNS)에서 찾았다. 마치 화려하게 사는 듯한 사람들의 게시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현재 성취나 외모 등을 돌아보며 좌절을 느낀다.

"SNS를 하다보면 계속해서 자신과 타인의 삶을 비교하게 돼요. 나도 저렇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선망하는 삶을 실현 시키기엔 넘어야 할 현실적인 벽이 아주 높아요.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는 거죠." 

〈흐린 매거진〉 취재에 응하고 있는 일식당 〈코야〉 남동원 대표./안지수
〈흐린 매거진〉 취재에 응하고 있는 일식당 〈코야〉 남동원 대표./안지수
안지수 씨가 작성하고 있는 취재 수첩./백솔빈 기자
안지수 씨가 작성하고 있는 취재 수첩./백솔빈 기자

◇진심 가득한 콘텐츠 = 그래서 안 씨는 누리소통망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자기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와 가까운 곳에서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목표를 잃은 젊은 친구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안 씨는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기까지 3단계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우선 '흐린' 단계다. 아직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다. 그다음엔 '시선'이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람이라도 일단 관찰하는 단계다. 괜찮은 사람이면 그제야 '초점'을 맞춘다. 직접 그 사람을 만나거나 그를 아는 이들에게 물어보는 방식이다. 이렇게 인터뷰한 내용을 다양한 형식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문답 형식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영상도 제작하고, 편집자의 생각도 간단하게 남긴다. 

안 씨는 다니던 회사를 휴직할 정도로 이 활동에 진심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자기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영광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다는 뜻이다. 

온라인 잡지 〈흐린 매거진〉 담벼락./갈무리
온라인 잡지 〈흐린 매거진〉 담벼락./갈무리

지금까지 그는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일식당 '코야' 남동원 대표, 문화기획사 뻔한 창원 윤인철 대표의 이야기를 올렸다. 윤 대표에게 안 씨와 인터뷰가 어땠는지 물으니 "어느 매체와 했던 인터뷰 보다 저란 사람 자체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제가 이룬 업적보다 이 일을 왜 하는지 같은 과정 중심적으로 인터뷰를 이끄는 게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게시물 반응도 나쁘지 않다. 게시물이 쌓일수록 '좋아요' 수도 점점 늘고 있다. 앞으로 안 씨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모은 후 온라인이 아닌 종이 잡지로도 발행할 생각이다.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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