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바란다] 이민경(45·함안군) 중앙정미소 대표

가업을 이어받아 벼농사를 짓고,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보고 자란 후계농인데도 실제로 농사를 해보니까 전혀 다른 세계더라고요.

총선 전 농업 의제라...우선 현행 농지은행 운영 방식을 뜯어고쳤으면 좋겠어요. 다른 청년 창업농들을 보면 중도에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쌀값이 불안정하고, 농기계 등 장비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까 돈을 벌기는커녕 까먹는 구조거든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청년창업농에게 우선순위로 농지를 빌려주다보니 철저한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가 없었어요. 반대로 경험과 계획이 있음에도 단순히 청년창업농 기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순위에서 밀리는 사람들이 생겨요. 심지어 부모님이 농지은행에 맡긴 땅도 자식이 농사짓지 못하는 일도 있을 정도죠.

 이민경(45·함안군) 중앙정미소 대표/이창우 기자
 이민경(45·함안군) 중앙정미소 대표/이창우 기자

청년창업농 여부로 무조건 우선순위를 결정하지 않고 다양한 기준에 맞춰 가산점을 적용하는 방식이라면 정착률이 떨어지거나 역차별이 생기는 문제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쌀값 안정화 같은 굵직한 문제보다는 약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점도 있어요. 청년, 특히 여성들이 농촌에 오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화장실 문제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거주지와 농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은데, 여성들은 농사일 도중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어렵거든요. 상상 속 이야기지만 일정 면적마다 공공 간이 화장실이라도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의 기본 욕구이고 도시 사람들은 당연하게 누리는 복지인데 농촌에서는 어려운 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뿐인가요. 젊은 부부가 귀농하면, 농사일을 하러 나간 동안 아이를 맡겨둘 곳이 멀어 곤욕을 치렀었죠. 다들 출근하는 시간이 농부들한테는 한창 일할 때인데, 가까운 어린이집은 30분 정도 걸리니까요. 외곽에 계신 분들은 40~50분 걸리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시군이 마을 회관에 육아 전문 교사를 한 명씩 보내주면 인근 농부 부모들은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부모들도 안심할 수 있고, 회관 어르신들과 말을 트는 계기도 될 테죠. 아마 어르신들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그렇게 마을 공동체 단합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돈도 못 벌고, 육아도 못하고 화장실도 없는 농촌에 누가 오고 싶어 할까요. 국회의원들이 정말 살 만한 농촌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 이민경 중앙정미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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