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유권자 김혜빈(17) 거창연극고 학생
경남엔 문화 예술 관련 대학 및 인프라 부족
예술인 삶을 진정성 있게 살피는 정치인 필요

예비 유권자 김혜빈(17) 거창 연극고등학교 재학생./백솔빈 기자
예비 유권자 김혜빈(17) 거창 연극고등학교 재학생./백솔빈 기자

"단칸방에 살아도 연기만 할 수 있다면 행복할 자신 있어요." 이렇게 부모님을 설득해 배우가 되길 꿈꾸고 있어요. 거창연극고등학교에 다니고 올해 3학년이 될 거예요. 겨울 방학인 지금은 대구에서 자취하며 연기 입시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저는 거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예요. 연기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려는데, 제가 사는 지역에는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연기에 흥미를 느꼈어요. 거창연극고등학교에 다니며 꿈에 확신이 생겼죠. 관련 학과로 진학하려 찾아보니 경남에선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대학이 없었어요. 게다가 서울에 있는 이름난 대학에 진학해야 배우로서 기회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문화 인프라나 지원금도 서울 쪽에 몰려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거창연극고) 친구들은 서울로 가고 싶어 해요.

지역에서는 배우에 도전할 기회가 잘 없어요. 저 같은 경우는 학교 다니며 딱 한 번 연극제에 나가본 게 전부예요. 그나마 제가 거창 연극고등학교를 다녔기에 가능했던 거라고 봐요. 저는 예술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현실적인 지원이 있어야겠죠. 

지원에 대한 중요성은 학생인 저도 체감해요. 우리 학교는 예술 중심 대안학교라 예산 편성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공연을 만드는 과정을 예로 들 수 있어요. 공립인 만큼 원래 저희 사비를 들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예산이 줄고 나선 교사와 학생이 사비를 쓸 때가 생겼죠. 부담이 커졌어요. 무대 세트나 의상 등 소품이 열악하니 공연 질도 낮아져요. 열심히 할 의욕이 없어지니 참여율도 떨어지고, 결론적으론 배움이 사라지는 셈이죠.

제가 졸업하고 나서 계속 배우 생활을 한다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방송이나 영화 같은 매체에 나오기보다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그런데 유명하지 않은 배우는 보통 가난하다고 하잖아요. 다른 직업에 비해서 '예술 노동'은 제값을 받지 못할 때가 많죠. 이런 예술인들에게 지원 예산이 준다는 건 생계 문제와 바로 연결된다고 짐작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벌써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하고 있어요. "단칸방에서 살아도 연기만 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린 것처럼요. 저도 일 년만 있으면 투표를 할 수 있어요. 형식적인 정책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이 살아가는 현장에 진정성 있게 관심을 두는 정치인을 뽑을 거예요.

/김혜빈(17·예비 유권자) 거창연극고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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