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다뤄야 할 의제] (2) 청년정책
2018년 이후 경남 순유출 지속…직업·교육 원인
총선 정국서 '담론' 수준 아닌 현실적 정책 요구돼
사회학자 "정책 입안 과정서 지역 특성 감안해야"
지난해 6월 출시된 청년도약계좌는 만기 5년(60개월) 동안 매월 70만 원 내에서 자유 납입하면 매월 최대 6% 정부기여금이 지급되고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정책형 금융상품이다. 출시 이후 누적 가입신청자는 166만 명이며, 계좌를 개설한 청년은 지난달 3만 9000명을 포함해 55만 명이다.
만기 시 저축장려금을 추가 지원하고 이자소득에 비과세하는 청년희망적금 최초 가입자는 2022년 출시됐을 때 290만 명 내외였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은 청년희망적금과 차별화에 밀려 다소 적지만 청년층이 자산 형성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잘 보여준다.
◇변화하는 청년들 ‘결혼·출생’ 인식 = 2018년 이후 줄곧 경남에서 유출이 유입보다 더 많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분석한 2023년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경남 순유출은 1만 6300명으로 떠난 이들은 대부분은 ‘청년’(1만 4668명)이다. 동남권 순유출 3만 3947명 가운데 20~39세는 72.5%(2만 4616명)를 차지한다.
청년이 경남을 떠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직업’과 ‘교육’으로 추정된다. ‘주거’까지 포함해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청년희망적금, 청년도약계좌와 같은 금융상품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후보들이 제시해야 할 청년정책은 ‘담론’ 수준을 넘어 당장 실현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청년들은 과거 시행한 정책을 이름만 바꿔 내놓을 것이 아니라 변화한 청년 의식과 현실을 반영한 해법을 요구한다.
가족 인식에서 이미 다변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통계청에서 지난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서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 비중(2022년 기준)은 10년 전 56.5%보다 20.1%포인트(p) 감소한 36.4%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자금 부족(33.7%)’과 ‘필요성을 못 느낌(17.3%)’을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꼽았다.
청년 미혼 비중(2020년 기준)은 81.5%를 차지했고 2015년 75.0% 대비 6.5%p 증가했다. 특히, 30~34세 미혼 비중이 2000년(18.7%)보다 3배나 증가한 56.3%로 집계됐다. 25~29세 미혼 비중도 33.2%p 증가한 87.4%였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청년 비중은 80.9%였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낳을 필요 없다는 비중도 53.5%를 기록했다. 특히 여자(65.0%)가 남자(43.3%)보다 결혼 후 자녀 가질 필요가 없다는 쪽이 많았고, 연령이 낮을수록 더 극명했다. 대신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청년 비중은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39.6%로 조사됐다.
청년들 노동 인식도 변화했다. 일과 가정생활 ‘균형’이 중요하다는 청년은 2021년 45.4%로 나타났다. 2019년 37.3%에서 8.1%p 늘었는데, 47.2%에서 33.7%로 13.5%p 감소한 ‘일 우선’ 비중 변화와 엇갈렸다.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정책 필요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하는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가 이 같은 청년층 인식 변화다.
2020년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라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2021~2025)이 수립됐고 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워 진행 중이지만 아직 두드러지는 정책은 없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을 평가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저출생 해법만 봐도 현금 지원, 주거 지원, 육아 지원, 경력단절 방지 등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할 정도로 다면적인 문제다. 이 때문에 개인 인식이 다변화한 경향과 함께 지역별 차이도 정책 입안 과정에서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수도권은 ‘딩크(맞벌이 무자녀 가정)’ 경향이 두드러지는 반면, 경남은 애초에 짝과 ‘매칭’되는 자체가 어려운 경향이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대학 진학률은 높은 편이지만 제조업과 연계 서비스업 비중이 큰 경남에서 인문계열 졸업생이 취업할 곳이 마땅찮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경남을 떠난 청년 6만 4728명은 부산(32.9%), 서울(16.7%), 경기(13.4%)로 흩어졌다. 동남권 시도 간에 부산 순유입은 783명이었고 경남과 울산은 각각 186명, 597명 순유출이었다.
더구나 여성이 경남에서 정규직으로 자리를 잡기가 어려운 문제도 있다. 양 교수는 “전국적으로 대졸사회가 됐는데 경남은 대졸자를 품을 준비가 안 된 듯하다”며 “생산직-제조업 구조에서 벗어나 생산직을 고도화하든, 제조업 이외 다른 여건을 조성하든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5년 892만 명에서 올해 714만 7000명으로 학령인구(6~21세)가 급감하면서 봉착한 지역대학 위기도 난제다. 2026년까지 비수도권 30개 대학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30’ 등 정부 정책 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당장은 규모가 큰 국립대나 버금가는 사립대학에 쏠려 입학정원 미달, 청년인구 유출로 당장 경쟁력 약화와 존립 위기를 겪는 다른 지역대학 처지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생존을 목적으로 통폐합 논의도 진행 중인데 교육을 시장에 맡겨 구조조정하는 꼴이다.
거대 양당이 지역대학 현안을 비롯해 뚜렷한 청년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제3지대 세력과 진보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청년층은 정당 일체감이 낮아 기성정당과 다른 ‘의제’에 관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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