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다뤄야 할 의제] (7) 에너지 전환·환경영향평가 개선

정부,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과 정반대 행보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발전량 한자릿수
친원전 정책 일변도...에너지 전환 의지 의문

30년간 환경영향평가 공정성 논란 반복
정부·국회, 문제제기 이어져도 '나몰라라'
시민단체, 총선 앞두고 제도 개선 촉구

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 흐름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집권 내내 이와 배치되는 행보를 보였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 탄소중립을 이뤄내겠다면서도 원전 일변도 정책만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 손익계산이 맞아떨어지면 환경영향평가 결과도 쉽게 뒤집는다. 이전 정부 때 이미 평가가 끝났어도 번복을 주저하지 않는다. 전문가 검토 의견을 듣는 과정은 사실상 요식 절차에 그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 줄고 원전 비중 늘고 =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두 달 전 공개한 ‘2022년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62만 6448GWh) 대비 9.2%(5만 7780GWh)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연료전지 등 신에너지 발전 비중 1.2%를 빼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석탄, 가스, 원자력에 한참 뒤처져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유일하게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절반을 넘는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중국과 일본 역시 한국보다 비중이 높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각각 29%, 22%를 보인다. 독일은 42%에서 47%로 2022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포인트(p) 늘렸다. 심지어 2030년과 2035년에 각각 80%와 100%에 도달하려고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도 통과시켰다.

고리원전 1, 2호기 전경. /연합뉴스
고리원전 1, 2호기 전경. /연합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핵발전만 강조할 뿐이다.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비중은 줄이고 있다. 국내 2022년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용량은 3809㎿로 전년(4454㎿) 대비 14.5% 감소했다. 2020년(5503㎿) 정점을 찍고 나서 꾸준히 내림세다.

이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낮게 잡은 영향이 크다. 지난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는 종전 30.2%에서 21.6%로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원전 비중은 23.9%에서 32.4%로 10%p 가까이 올렸다. 계획대로라면 2036년까지 원전 발전량 비중은 34.6%(신재생 발전량 비중은 30.6%)까지 늘어난다.

◇재생에너지·원전 동시 확대 추진? = 그동안 정부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이전 정부 정책을 뒤집기 바빴다. 태양광 관련 업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감사를 벌이거나 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과 보조금 예산을 깎기도 했다.

그런 정부가 지난해 11~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여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현재 대비 3배(11TW)로 늘리는 서약에 서명했다. 재생에너지는 3배, 에너지효율은 2배 올리자는 내용이다. 한국을 포함해 참여국은 120개국이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같은 행사에서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에 견줘 3배 수준으로 확대하자는 국가 간 협력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전 세계 22개국이 뜻을 모아 지지 선언문을 채택했다.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기후위기 대응과 거꾸로 가는 기조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비상행동 대표는 “핵발전 건설에만 최소 10년이 넘게 걸리는데 추가로 원전을 늘리게 되면 당장 필요한 재생에너지 투자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원전 확대로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계획 또한 현실과도 동떨어지는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서둘러 늘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 10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전국연대'가 출범식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 10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전국연대'가 출범식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끊이지 않는 환경영향평가 무용론 =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지난 30년간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시행 전 환경적인 악영향을 미리 검토하고 저감 방안을 수립하는 절차다. 1993년 6월 제정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공정성 시비가 따라붙은 배경은 사업자가 평가 대행업체를 직접 골라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수 있게 한 방식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구조는 돈 문제로 엮인 용역 대행업자들이 사업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들어 부실·거짓 환경영향평가를 키울 수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법 개정은커녕 문제를 개선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거짓·부실 작성된 곳은 전국 개발 현장 곳곳에서 확인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환경영향평가 중 하나로 경남에서는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지목된다. 이 사업은 거제시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 369만㎡에 골프장과 리조트 등을 짓는 것이 핵심이다. 2018년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시점부터 부실 평가 의혹을 샀다. 경찰 수사 결과 식생 조사표 조작 등 평가서가 허위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부산지법 형사12단독(판사 지현경)은 지난달 14일 환경영향평가서와 평가기초자료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연구소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연구소 법인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연구원 3명은 벌금 200만~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사업은 그대로 진행 중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이미 지난해 6월 환경 피해 저감 대책 이행 조건을 붙여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다. 기존 조사와 달리 하나도 없다던 골프장 건립 예정지에서 대흥란과 거제외줄달팽이 등 멸종위기종이 나와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는 기존 조사가 부실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 10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전국연대'가 출범식을 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 10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전국연대'가 출범식을 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도 개선 촉구 전국연대 결성 =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에 불만을 느낀 전국 환경단체들은 지난 15일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전국연대’를 결성했다. 여기에는 경남생명의숲, 경남시민환경연구소,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등 전국 108개 단체가 동참했다.

전국연대는 허울뿐인 환경영향평가법으로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국토조성이 어렵다며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이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을 주요 정책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촉구하기로 했다. 난개발을 조장하는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향해서는 낙천·낙선운동도 전개한다. 또 사업자가 아닌 정부나 제3기관이 환경영향평가 용역 발주를 맡는 국가책임 공탁제 도입과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 문책 대상 확대 등 환경영향평가법 개정도 국회에 요구할 방침이다.

강호열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가 협의 검토기관에 제출되면 협의기관은 제시된 평가서가 사실이라고 믿고 검토한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개발 사업으로 협의기관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을 인식하고 평가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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