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육대학교 김경수 교수
“서부경남 공룡 화석산지 국가지질공원 가능성 크다”
최근 수년 사이 진주와 사천 등 서부 경남지역에서는 세계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특히 2019년 진주시가 추진한 뿌리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발견된 정촌면 백악기 공룡·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세계 최다 육식공룡 발자국을 비롯해 1만여 개의 중생대 백악기 동물 발자국이 잘 보존된 상태로 발굴돼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진주 화석산지가 발견되기 이전까지 세계에서 공룡 발자국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오스트레일리아 라크 쿼리(Lark Quarry) 화석산지였는데 그 자리를 진주가 차지했다. 진주 화석산지는 2021년 9월 천연기념물 제566호로 지정됐다. 이 대부분 화석을 발굴과 조사, 연구를 주도한 이는 진주교육대학교 김경수 교수(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이다. 김 교수는 공룡 발자국 화석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다.
그는 서부 경남지역에 산재한 공룡 관련 화석산지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보존과 관리는 아직 부족하다며 선진국 사례처럼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 등을 위한 대안으로 국가지질공원 인증 추진을 제시했다. 더욱이 서부 경남지역은 공룡 화석산지와 지질이 우수한 곳이 많아 국가지질공원 인증 조건을 충분히 갖춘 만큼 경남도와 해당 자치단체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화석산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효과적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부 경남지역에서 발견된 중생대 화석 가치는?
"고성군 덕명리에서 공룡 발자국이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에 중생대 백악기 발자국 화석 연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중생대 발자국 화석은 희소성, 행동 진화적, 질적 보존, 다양성 등에 가치가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진주 경남과학교육원의 물갈퀴 새 발자국은 부리 흔적과 함께 발견됐다. 백악기 저어새 사냥흔적으로 세계 유일한 사례다. 사천, 남해, 진주 등에서 발견된 이족 보행 원시악어 발자국도 세계 유일 발자국이다. 진주, 남해, 하동에서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은 지금 사는 도마뱀 발자국과 같은 종류인데 현대적 도마뱀이 남긴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됐다. 진주혁신도시의 뜀걸음형 포유류 발자국도 남미와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됐는데, 희소성 가치가 매우 높다. 진주 진성면과 충무공동, 정촌의 육식 공룡 구애 흔적 또한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된 것이다. 남해 부윤리에서 발견된 소형 육식 공룡 발자국은 발자국 길이가 1cm에 불과하며, 진주 혁신도시의 소형 랩터 공룡 발자국도 발자국 길이가 1cm로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룡 발자국이다. 진주 집현면과 충무공동에서 발견된 백악기 개구리 발자국 또한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됐다. 진주 정촌의 육식 공룡 발바닥 지문은 100%의 보존율을 보인 유일한 사례다. 이외 뜀걸음형 포유류 발자국, 점프한 흔적으로 남은 개구리 발자국, 육식 공룡 구애 흔적, 백악기 저어새 부리흔적, 이족 보행 원시악어 발자국들은 다양한 동물의 행동이 언제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알려주는 행동 진화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육식공룡 발바닥 지문, 이족보행 원시악어 발바닥 지문과 개구리 발자국, 어류의 지느러미 흔적, 익룡 발자국의 발톱 자국 등은 화석의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난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그리고 어류(지느러미 흔적), 양서류(개구리 발자국), 파충류(원시악어, 공룡, 익룡, 도마뱀, 거북 등의 발자국), 조류(새 발자국), 포유류 발자국의 발견은 백악기 척추동물의 다양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서부 경남지역 화석의 관리와 보존 정책을 평가한다면
"화석의 관리와 보전은 화석산지와 화석표본으로 구분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화석산지의 경우 진주, 사천, 남해, 하동지역 8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이 중에서 보호시설이 있는 곳은 진주 경남과학교육원과 충무공동 뿐이다. 4곳은 해안가에 있고 1곳은 하천이다. 1곳은 보호시설을 계획 중이다. 해안과 하천에 있는 화석산지 중에서 남해 가인리는 주차장, 화장실, 관람덱, 안내 설명판이 설치돼 있다. 이외 지역은 거의 발견 당시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화석표본의 경우 과거에는 서부 경남지역에 화석들이 대규모로 발견되더라도 이를 보관하고 전시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최근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 수장고가 마련되면서 화석표본 보관이 가능해졌다. 화석산지는 보전과 관리를 넘어 적극적인 활용 방안 마련이 필요하고 화석표본을 보관하고 전시할 수 있는 시설이 확충돼야 한다.
-공룡 관련 화석이 발견된 선진국의 관리와 보존 정책은?
"공룡 관련 화석은 대표적인 자연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든 선진국은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있는데, 다양한 자연사 표본을 보관, 연구, 전시하면서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지질공원과 세계자연유산 등재다."
-공룡 화석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국가지질공원 지정 추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등의 의견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5곳의 국가지질공원이 인증돼 있고 그중 5곳이 세계지질공원이다. 국가지질공원은 화석과 같은 중요 지질명소를 보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활용하면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기 위한 국가적 제도이다. 국가지질공원은 적극적 활용을 위한 보전 정책 마련이 반드시 요구되기 때문에 화석과 화석산지 보전에 매우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제도라고 판단된다."
-국내 타 지역에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거나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타 지역의 지질명소 보전은 이미 지정된 천연기념물 화석산지 등을 포함하는 것과 함께 추가적인 지질명소 발굴을 통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타 지자체는 화석산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전만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효용 가치를 최대한 이끌어내고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경남지역에서는 고성군 단독으로 국가지질공원 지정을 추진 중이다. 서부 경남지역을 아우르는 국가지질공원 지정 추진에 이어 경남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국가지질공원은 지자체 단독으로 추진하기도 하고, 여러 지자체가 연합하여 추진하기도 한다. 서부 경남지역은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채택할 수 있다. 여러 지자체가 연합해 서부 경남 국가지질공원을 추진한다면 경남도의 지원과 조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더 나아가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면 여러 지자체의 연합과 협력이 필수적이고 경남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서부 경남지역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무조건 가능하다고 본다. 고성을 제외하고 진주, 사천, 하동, 남해 등을 묶어서 국가지질공원을 추진하면 무조건 인증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만약 지자체별로 추진하고자 할 경우는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르다. 예를 들어 사천과 남해는 지자체 단독으로 인증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천연기념물 화석산지 이외에 다양한 지형과 지질 명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도 가능성이 크지만 천연기념물 이외에 지질명소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하동 역시도 진주와 같이 지질명소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 공룡 관련 화석산지 등을 관광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고성 덕명리 화석산지는 화석이 발견되기 이전에도 이미 상족암이라는 지형적 특징과 퇴적층 등이 심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고성공룡박물관이 건립된 이후 연간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는 관광명소가 됐다. 진주 진성면 가진리 화석산지는 발견된 이후 10년간 공사 중지 등으로 방치되다가 화석산지를 실내 전시관으로 만들고, 경남도 과학교육원이 들어섰다. 이후 연간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진주 충무공동 화석산지에 건립된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은 최근 개관한 이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관람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코로나 시기인 2021년에는 1만 명, 2022년에 3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는데, 올해는 이미 3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그리고 각종 블로그와 SNS 등에 방문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는 등 어린이와 함께 가 볼만한 곳으로 추천되는 명소가 됐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볼 때, 국가지질공원은 어린이들의 교육과 학습 장소이고,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가 활용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에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해서 여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효과에서 나타났듯이 국가지질공원은 충분히 관광자원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특히 경남은 백악기 화석산지가 다양하게 분포해 있어서 '남해안 백악기 공룡 관광 벨트'로도 조성할 수 있다."
/허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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