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아두섬 전체 '서식지' 추정
공룡 뼈 화석 등 학술적 가치 커
보존 상태 양호 나뭇가지 피복체
지질시대 퇴적층선 사례 드물어
함안한국새 국내 첫 새 발자국
지질학.생물학적 자연사 자료
2020년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한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 제목은 '한국의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대형 이족 보행 악어류에 관한 보행렬 증거(Trackway evidence for large bipedal crocodylomorphs from the Cretaceous of Korea)'다. 네 발이 아니라 두 발로 걷는 악어 발자국에 대한 세계 최초 보고다. 이 희귀한 화석은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 발견됐다.
세계적 권위를 가진 학자들과 언론의 큰 관심에도,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이전 보존'을 결정했다. 이에 화석은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으로 옮겨졌다. 발견자인 김경수 진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는 당시 "지역의 모든 지질유산을 그 지역에서 보존하고 활용하는 게 합당하다"며 "그러지 않으면 지역 자원으로 얻을 이익을 잃는 꼴"이라고 아쉬워했다.
몇 년 전부터 사천만 주변 해안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지질자원이 발견되고 있다. 진주교육대학교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연구 결과 현재까지 사천에서 화석산지 67곳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된다. 학술적 연구 가치가 높은 희귀 공룡알과 공룡 둥지 화석, 두꺼운 비늘을 가진 물고기 화석, 그리고 백악기 거미 화석 등이다. '사천 아두섬 공룡 화석산지'와 '사천 선전리 백악기 나뭇가지 피복체 산지' 등 2곳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섬 전체가 공룡 서식 근거지 = 2006년 12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천시 신수동 아두섬은 무인도로 중생대 백악기에 공룡이 살던 곳이다. '공룡 산란 터'로도 불린다. 이 섬에는 육식공룡과 초식공룡 발자국을 비롯해 공룡알과 공룡 뼈 화석들이 잘 보존돼 있다.
12개의 흔적이 발견된 공룡알 화석은 국내에서 밀도가 가장 높다. 특히 공룡알 화석이 모여 있고 공룡 뼈 화석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한 공룡알 둥지, 용각류와 수각류 공룡 보행렬(일정한 간격으로 걸어간 흔적)이 잘 발달해 있다.
아두섬 공룡 화석산지는 섬 전체가 공룡 서식 근거지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고생태학적 연구 가치가 높다. 특히 경기 화성, 전남 보성에 비견될 정도의 공룡알 화석들이 둥지를 이루고 있으며, 여러 지점에서 발견되고 있는 공룡 뼈 화석은 국내에서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이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아두섬은 화석산지 보호를 위해 공개제한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관리·학술 목적 등으로 출입하고자 할 때에는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두섬 공룡 화석산지는 공룡알 화석의 부분적 훼손을 제외하고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 상태가 거의 그대로 보존된 상태이다.
학계에서는 아두섬을 일반인을 위한 관광과 교육적인 활용보다는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연구 결과에 따라 자연사적 가치를 제고할 뿐만 아니라 이후 아두섬 공룡 화석산지의 새 활용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질시대 퇴적층서 매운 드문 천연기념물 = '사천 선전리 백악기 나뭇가지 피복체 산지'는 2021년 8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나뭇가지 피복체는 백악기 호숫가에 있던 나무에서 가지가 물에 떨어져 탄산염 등으로 코팅된 것을 말한다. 서포면 선전리 해안지역 진주층 퇴적층에 발달한 이 탄산염 성장체는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일반적인 성장 형태가 아닌 나뭇가지를 핵으로 성장한 원통형(막대형)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스트로마톨라이트(인천 소청도 신원생대층·강원 영월 오르도비스기층·경북 경산 백악기층)와 형태와 형성 환경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가졌다.
이와 같은 유형의 탄산염 퇴적물은 현재의 석회질 포화 호수나 하천 환경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나 지질시대 퇴적층에서는 국내외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다. 이 중 선전리 지역이 발달 규모가 크며 보존 상태 또한 양호한 대표적인 산지이다.
김경수 교수는 "사천은 사천만이 있어 다른 지자체들보다 해안선이 복잡하고 넓은 지형적 특징을 갖는다"면서 "해안가는 조수간만과 파도에 의해 암반이 계속 깎이는 곳으로, 화석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라고 지역적 가치를 부여했다.
◇국내 화석산지 연구의 기원 = '함안 용산리 백악기 새발자국 화석산지'는 1969년 당시 마산여자고등학교 허찬구 교사에 의해 발견됐다. 197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중생대 백악기의 함안층 상부에서 발견됐다. 새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에는 '함안한국새(Koreanaornis hamanensis)'라고 이름 붙여진 새 발자국과 진동(鎭東) 새 발자국,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다. 함안한국새 발자국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진동 새 발자국과 공룡 발자국은 예외적으로 발견됐다.
백악기는 공룡이 크게 번식한 시기였기 때문에 공룡 발자국 화석은 많이 발견됐으나 새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경우는 매우 희귀한 경우다.
새 발자국 화석 발견은 국내 최초이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연구·발표됐다. 새 발자국 화석 희귀성은 물론 지질학·생물학적 자연사 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또한 백악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자연사 교육과 체험 학습 장소로 역할도 기대된다. 함안박물관에 문화재를 소개하는 전시물이 있다.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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