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발자국·이매패류 화석에
규화목·식물화석 등 각양각색
관리자 없거나 주민 직접 맡아
연구 가치 커 대책 마련 필요
한반도 남해안 일대는 세계 최대 규모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로 부상했다. 우선 전라남도를 돌아보면, 해남 화석산지에서는 공룡·익룡 발자국, 새 발자국, 규화목(나무화석), 생흔화석 등이 많이 발견됐다. 보성 화석산지에는 보존 상태가 완벽한 공룡알과 공룡알 둥지가 해안에 널리 분포돼 있다. 화순 화석산지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중생대 백악기 후반기(약 1억 년 전) 육식공룡(수각류) 발자국들이 긴 보행렬(일정한 간격으로 걸어간 흔적)로 남아 있다. 여수 화석산지에는 5개 섬(사도·추도·낭도·적금도·목도) 지역 백악기 퇴적층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특히 한국 남부지방과 일본·중국을 잇는 범아시아 고생태 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경상남도 남해와 하동이 연결된다. 이 두 지역에 있는 천연기념물 화석산지 2곳이 남해안 지질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잇고 있다.
◇초식·육식공룡 공존, 남해 가인리 화석산지 = 2005년 3월 경상남도기념물로 지정됐다가 2008년 12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남해군 창선면 가인리 화석산지'. 마을 앞 도로에서 나무덱길을 따라 내려가면 해안가 여러 곳에서 다양한 공룡 발자국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육식공룡(수각류) 발자국 57점이 최대 52m에 달하는 보행렬을 보인다. 공룡 발자국 1500점 이상이 발견된 지역으로 육식공룡 발자국 보행렬이 단일 지역에서 매우 길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또한 대형·중형 두 가지 유형 육식공룡 발자국이 존재하고 초식공룡(용각류·조각류) 발자국이 육식공룡 발자국과 동시에 발견된다. 이는 당시 공룡 형태·크기, 생활습관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 자료다.
인근 남동쪽 해안에는 규화목과 식물화석, 다른 종류의 생흔화석과 건열·연흔 등 퇴적구조가 대규모로 형성돼 있고 수평적 퇴적층리가 잘 발달돼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큰 화석산지로 평가된다.
가인리 화석산지는 지속적으로 조석과 파도의 영향에 노출돼 있지만 혼펠스화(hornfels mineral composition)로 단단해진 발자국 화석은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훼손 가능성이 작은 편이다. 반면 나무 화석산지에서 서 있는 형태를 보이는 나무화석들은 일부 소실돼 있다. 추가적인 소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해안가에 형성된 이곳은 관광객 접근이 쉽지만 보존·관리시설이나 관리자가 없는 실정이다. 천연기념물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관광객이나 일부 화석 수집가에 의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창선면 일대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자연경관으로 골프장·호텔·콘도미니엄 개발 수요가 많다. 추가 연구를 위한 과학적인 보존 방안 마련과 전시를 통한 자연사 교육·관광자원화 시설 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연사 보고, 하동 장구섬 = 장구섬은 하동군 금남면 중평리 중평항에서 약 1㎞ 떨어져 있는 무인도다. '하동 중평리 장구섬 백악기 화석산지'는 2007년 5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보존 상태가 양호한 다량의 중생대 백악기 이매패류(유삼각조개·낙동의 습주조개 등) 화석과 조각류 공룡 발자국 화석이 선명하다.
악어 두개골 화석·오리주둥이 공룡 이빨 화석·거북 배갑 화석과 각종 무척추동물 생활 흔적 화석 등이 산출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큰 화석산지이다.
특히 오리주둥이 공룡 이빨은 우리나라 최초의 조각류 초식공룡 이빨 화석이다. 또한 원시 악어 머리뼈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모든 육상 척추동물 화석 중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머리뼈로, 귀중한 자연사 자료로 평가된다.
이렇게 장구섬은 경남 지질유산 중 진주 정촌면·유수리, 고성 덕명리와 함께 세계급 보호대상인 지질유산 관리 1등급으로 분류된다.
장구섬과 같은 하산동층이 분포하는 진주 유수리 화석산지에 비해 지질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장구섬에서 산출되는 다양한 화석과 퇴적기록은 이 지역 고유한 다양성을 보여준다.
주요 화석들은 현장에서 수습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에 보존돼 있지만 이미패류 화석과 거북 배갑 화석은 섬에 그대로 있다.
중평마을 선착장에 장구섬이 천연기념물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만 섬 안에는 없다. 장구섬은 관광객과 낚시꾼 접근이 제한적이어서 훼손 가능성이 작지만 강한 파도로 침식될 가능성은 내재해 있다. 중평리 마을 어촌계와 주민들이 화석산지 보존을 위해 자체적인 관리를 하는 실정이다. 장구섬은 관광 목적보다는 연구 가치가 높아 후손에게 물려줄 만한 문화재인 만큼 특별한 보존·관리시설 설치 필요성이 제기된 지 10년이 넘었다.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도 = 남해와 하동은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산지로도 가치 있다. 2017년 남해군 창선면 가인리 함안층에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인 '네오사우로이데스 코리아엔시스'가 세계 최초로 연구 발표됐다.
이듬해 하동군 금성면 하산동층에서 가장 오래된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인 '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가 발견돼 네이처 자매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이 밖에 '하동 대도리 대도섬 화석산지'도 학계 주목을 받는다. 대도섬은 주로 해안가를 따라 화석산지 26지점이 분포하고 있으며, 육식공룡 메갈로사우르스 이빨 화석을 포함해 이매패류·복족류·공룡발톱·골격 화석 파편·악어 이빨 등 화석이 분포하고 있다. 익룡 날개 뼈로 추정되는 화석과 거북 두개골로 추정되는 화석이 완전한 형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영호 기자 hoho@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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