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지역, 국가지질공원 충분한 조건 갖춰
국립공원과 달리 강한 행위 제한 없어 주민수용성 높아
공룡 화석산지 등 지질명소 체계적 관리와 보존과 지역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능

앞서 보도했던 독일 공룡 화석산지인 메셀피트와 디노파크 뮌헨하겐 2곳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주 정부와 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개발 위기에 놓이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가 지역 시민과 전문가 등이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켜냈다. 이후 주 정부와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공룡 화석산지는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발굴됐으며, 특히 지역의 우수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면서 세계적인 화석산지와 공룡 공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학술적으로나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은 진주·사천·고성·남해·하동·함안 등 서부경남 지역 공룡 화석산지는 어떨까? 국내 대표적인 공룡 화석산지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관광자원화에 힘써 온 고성군을 제외한 나머지 자치단체는 개발을 우선시하는 정책 등으로 무관심과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시민과 전문가 등은 공룡 화석산지의 체계적인 관리와 발굴을 위해 국가지질공원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공룡 화석산지를 지역의 우수한 지질자원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 전환과 관광자원화를 위해 국가지질공원 지정 추진은 반드시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민 수용성 높은 국가지질공원 = 1990년대 초 지질유산과 지질보존이 국제적으로 점점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면서 1996년 제30회 국제지질과학총회에서 지질공원이 처음으로 논의됐다. 이후 2000년 유럽 4개 지질공원이 모여 유럽지질공원네트워크를 결성했고, 유네스코(UNESCO)도 지질공원 프로그램에 협력했다. 지질공원이 유네스코 공식 프로그램에 지정된 건 2015년으로 세계유산, 지구생물권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 3대 보호제도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2010년 국내 최초로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에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국가지질공원 제도가 도입됐다.

자연공원법에 정한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을 말한다. 지구에 살아가는 사람과 동식물 터전이 되는 지질과 경관(지형)을 보존하고자 만든 제도이지만, 지질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이 영위한 역사, 문화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쉽게 말해서, 많은 사람이 지질공원에 찾아와 배우고 체험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를 통해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고 지역 자긍심이 높아져 주민 스스로 보존에 힘쓰도록 하는 것이 지질공원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질공원은 지역 주민이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상향식 제도로 불린다. 국립공원처럼 국가 등이 주도해 지정하는 하향식 보호제도와 큰 차이가 있다.

보존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국립공원은 강한 행위 제한으로 개인 재산권 침해 등 주민 민원 발생 소지가 많지만, 지질공원은 행위 제한이 거의 없어 주민 수용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특정한 지질 자원과 경관 자원 등이 이미 문화재 등으로 지정·보호받고 있다면 그에 따른 행위 제한은 있다.

신청과 운영 주체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국립공원은 정부와 국립공원공단에서 지정하고 관리한다. 반면 지질공원은 자치단체가 신청하고, 지정 후 관리와 운영 책임을 지게 돼 자치단체와 지역 주민 간 소통이 자유롭고, 관광 등 활용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으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도 도전할 수 있다.

국가지질공원 인증은 자치단체가 후보지로 신청하면 2년 안에 필수 조건 등을 이행하는 절차를 거쳐 본 신청을 하게 되며, 이후 환경부 산하 지질공원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인증까지는 2~3년이 걸린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정부의 직접 지원은 미미하지만, 다양한 공모사업에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상족암 공룡발자국 /고성군
상족암 공룡발자국 /고성군

◇국가지질공원 인증 현황 =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처음 등재된 곳은 제주도다. 이후 정부는 2011년 7월 자연공원법을 개정해 국가지질공원 제도를 도입했다. 이듬해인 2012년 말 경북 울릉도·독도와 제주도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지금까지 인증을 받은 지역은 총 15곳이다. 이 중 제주도, 경북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 전북서해안권 등 5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인증받은 이들 지역 대부분은 유명 관광지가 분포해 있다.

국가지질공원의 중요성을 깨달은 일부 자치단체의 인증 추진이 잇따르는 추세다. 현재 경기도 화성시와 경북 문경시가 후보지로 선정돼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국가지질공원사무국 유완상 연구원은 "지역 지질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질학적 가치를 발견해 새롭게 조명하며, 특히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지자체들이 국가지질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인증 이후 관광객이 얼마만큼 늘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주도 수월봉의 경우 인증 전후 연 7만 명에서 30만 명 이상으로 관광객이 늘었다. 국가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상당수 지역의 관광 효과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에서는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로 2004년 국내 처음으로 공룡 전문 박물관이 들어선 고성군이 유일하게 추진 중이다. 애석하게도 현재 경남에는 국가지질공원이 단 한 곳도 없다. 경남과 전남 지역 공룡 화석산지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경남도와 전남도는 2008년 고성군과 전라도 지역(해남, 여수, 보성, 화순)에 분포한 공룡 화석산지를 '한국 백악기 공룡해안'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크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인증 가능성은 = 서부경남 지역은 지질자원만 따지면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인증되려면 기본적인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먼저 국가적 학술 가치를 인정받는 5곳 이상(세계적 가치 1곳 이상)의 지질 자원이 필수 요건이다. 진주·사천·고성·남해·하동·함안 등 서부경남 지역은 이미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은 공룡 화석산지가 산재해 있다. 또한, 남해 양아리 주상절리대와 몽돌해안, 사천 남일대 코끼리 바위, 하동 섬진강 사력퇴적지와 하중도 및 금오산 암과류 등 우수한 지질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21가지 기본항목 필수 조건도 갖춰야 한다. 지역 해설사 배치, 지역 주민 대상 설명회 개최, 전문가 1인 이상, 기본계획 수립, 행정 지원 등이다. 이는 경남도와 해당 자치단체 의지에 달려있는 항목이다. 사실상 국가지질공원 등재는 자치단체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완상 연구원은 "공룡 화석산지가 산재한 서부경남 지역을 공룡 화석 벨트로 만들자는 전문가들 얘기를 오래전에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지질공원 등재는 경남도와 자치단체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허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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