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
수각류·용각류 등 고루 분포하고
중생대 새발자국 화석산지 으뜸
고성 계승사 백악기 퇴적구조
백악기 환경 해석 학술·연구자료
우리나라에서 공룡을 주제로 한 콘텐츠로 주목받는 곳은 단연 고성군이다. 2004년 한려수도 중앙부인 상족암군립공원에 고성공룡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 공룡 전문 박물관이다. 같은 해 고성군은 공룡세계엑스포 조직위원회를 설립하고 '경남고성세계공룡엑스포'를 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양 킨텍스에서 '찾아가는 공룡엑스포 in 일산'을 개최해 수도권 관람객에게 고성과 공룡을 알렸다. 인구소멸위험지역인 지방자치단체가 고유 콘텐츠를 활용해 지역 축제라는 틀을 깬 시도였다.
고성군은 중생대 백악기시대 유산인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중심으로 국가지질공원(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존하고 교육·관광 등에 활용하고자 환경부 장관이 인증한 공원) 인증 절차를 추진 중이다. 고성지역은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중 하나다. 가장 유명한 천연기념물 제411호 덕명리 공룡발자국뿐만 아니라 수각류, 용각류, 조각류 화석과 새 발자국 화석이 고루 분포해 있다. 회화면, 동해면, 영현면, 개천면 등 10개 면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으며, 뿔공룡 화석, 공룡알 화석, 거북알 화석 등도 출토됐다.
고성군은 태국의 콘깬(Khon Kaen) 지질공원처럼 공룡 주제 지질공원을 구축해 지역 관광산업 부활을 노린다. 이형호 상족암군립공원사업소장은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 기존 관광 인프라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 '고성 덕명리 공룡발자국과 새발자국 화석산지'는 고성군 하이면에 있다. 1999년 9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곳은 중생대 백악기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로, 양적으로나 다양성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중생대 새발자국 화석산지로는 세계 최대이다. 다양한 퇴적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1억 2000만 년 전 생물의 생활 흔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공룡의 생활상과 자연환경, 퇴적 환경, 해륙 분포, 새 진화 과정 등을 알 수 있는 학술적으로 귀중한 장소다. 또한 기묘한 바위와 괴상하게 생긴 돌, 바닷물에 깎여 생긴 해식동굴 등 해안 경치도 뛰어나다.
이곳은 세계적인 공룡 관련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인 콜로라도주 덴버의 공룡능선(Dinosaur Ridge) 메인 방문자센터 제프 몬테그네 관장이 지난해 6월 이곳을 찾았다. 당시 공룡 발자국 연구 분야 세계적 석학인 콜로라도대학교 마틴 로클리 박사가 동행했다. 그는 1987년 덕명리 해안 화석산지를 처음 찾은 이후 한반도 백악기 공룡 생태계를 규명하는 데 공헌했다. 로클리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열린 강연에서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으로 학술 가치를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이를 위해 스페인, 볼리비아 등 나라별 지표를 비교했는데 한국은 단연 1등이다. 보존 상태가 유지된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천년 고찰에 남은 뚜렷한 공룡 흔적 = '고성 계승사 백악기 퇴적구조'는 2006년 12월 천연기념물 제475호로 지정됐다. 중생대 백악기 시대에 형성된 물결자국을 비롯해 빗방울자국과 공룡발자국 화석, 그리고 퇴적 층리(層理) 등이 계승사 경내 곳곳에 분포돼 있다.
계승사는 신라 문무왕 15년(675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1593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방화로 소실됐으나 1963년 금진 법진 스님이 재건했다.
여러 종류의 물결자국이 산출되는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가로 13.5m, 세로 7m에 이르고 보존 상태도 우수하다. 이 밖에 전형적인 형태의 빗방울자국, 퇴적구조 층리와 용각류(4족 보행·초식)·수각류(2족 보행·육식)로 추정되는 공룡발자국 화석 등이 나타나고 있어 백악기 환경을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학술·연구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백악기 어류 수영 흔적도 나온 삼락리 = 고성군 동부 당항만 북쪽 지점에 자리한 '고성 삼락리 공룡발자국과 새발자국 화석산지'는 2022년 11월 경상남도기념물로 지정됐다. 산출 지층은 백악기 진동층에 해당하고 초식공룡 조각류, 용각류 발자국과 새발자국 화석 등이 산출됐다. 조각류 공룡발자국 화석은 1180개로 이구아노돈류의 발자국으로 보이는 캐리리이크니움으로 확인됐다. 이 발자국의 보행렬은 81개로, 이 중 47개는 국내 최다 4족 보행렬로 높은 밀집도를 보인다. 용각류 공룡발자국 화석은 141개, 1개의 보행렬이 발견됐다. 그 길이는 25.3m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용각류 보행렬로는 최장이다. 이 밖에 3종의 새발자국 화석(최소 100개 이상)과 소수 식물화석 파편, 빗방울자국, 연흔(물결자국), 건열(다각형 모양의 갈라진 퇴적 구조) 등이 관찰됐다. 이 화석산지는 한반도 백악기에 서식했던 공룡의 실체와 행동 특성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지질유산적 가치가 아주 큰 곳으로 평가된다.
조금 떨어진 삼락리 또 다른 곳에서는 2020년 3월 물고기 지느러미 흔적 화석이 발견됐다. 국내 첫 백악기 어류 수영 흔적으로 규명됐다. 진주교육대학교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김경수 교수는 어류 수영 흔적 화석에 대한 연구 '한국의 진동층에서 발견된 어류 수영 흔적: 호수 분지 생흔상과 고생태에 관한 의미'를 국제학술지 <백악기 연구(Cretaceous Research>에 게재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공룡이 걸어가면서 발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물고기가 수심이 얕은 호수에서 수영하면 지느러미 흔적이 남는데, 매우 가늘어서 발견이 어렵고 쉽게 지워질 수 있어 희귀한 화석"이라고 말했다.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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