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발자국 화석 발견 이후 유럽 대표 공룡 공원으로 성장
지역 시민과 전문가 등 헌신적인 노력 끝에 관광자원 활용

독일 북부지역인 니더작센주 로쿰시에 있는 디노파크 뮌헨하겐. 독일 유일 중생대 백악기(1억 3900만 년 전)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있는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이곳은 원래 현지 기업이 운영하는 채석장이었으나 1960년대 중반부터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면서 개발이 멈췄다. 공룡 발자국 화석 발견은 디노파크 뮌헨하겐이 조성되는 계기가 됐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에 공룡을 주제로 한 독일 최대 규모 공원이 조성돼 3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198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채석장 개발에 맞서 오랫동안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노력한 지역 시민과 전문가 등이 있었기에 지금의 화석산지가 보존되면서 지역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으로 남을 수 있었다.

독일 로쿰시에 있는 디노파크 뮌헨하겐 전경. /이영호
독일 로쿰시에 있는 디노파크 뮌헨하겐 전경. /이영호 기자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공룡 공원 = 공룡을 주제로 실내외 박물관과 과학 체험시설을 갖춘 디노파크 뮌헨하겐. 로쿰시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독일 북부지역 최대 도시인 하노버도 40분 내 거리다. 뮌헨하겐은 디노파크가 있는 지역명이다. 1992년 9000㎡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제대로 운영을 못 하다 최근에야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공원 입구에서는 이곳이 공룡 공원임을 알리는 실물 크기 대형 티라노사우루스가 눈길을 끈다. 입장료(어린이 13.5유로, 어른 15.5유로)를 내고 출입구를 지나자 탁 트인 공원 중심부가 눈에 들어왔다. 공원 내부에는 오전인데도 관람객들로 붐볐다.공룡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과 동행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다.

공원은 이곳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보호하는 건물과 작은 호수를 중앙에 두고 그 주변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곳곳에 공룡 모형을 배치해 놓았다. 공룡이 서식했던 당시 이곳은 해안 강어귀 삼각주였다. 그때 환경을 비슷하게 재현하고자 인공적으로 작은 호수를 조성했는데, 수중과 그 주변에 서식했던 다양한 공룡 모형을 배치해 관람객 흥미를 끌게 했다.

디노파크 뮌헨하겐에 조성된 작은 호수와 공룡 발자국 화석 보호 건물/ 이영호
디노파크 뮌헨하겐에 조성된 작은 호수와 공룡 발자국 화석 보호 건물/ 이영호 기자

산책로를 따라가면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을 보호하고 전시하는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 건물 입구까지는 화석산지를 보호할 수 있도록 나무덱을 놓았다.

투명 유리로 외벽을 지은 건물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300개가 넘는 이구아노돈, 알루사우루스, 사우로포드 등 수각류(육식공룡)와 용각류(초식공룡) 발자국 보행렬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보행렬마다 해당 공룡 모형 등을 설치하고 명칭과 특징, 발견된 시기 등을 풀어놓은 안내판을 설치해 관람객 이해를 돕고 있다.

2.5㎞ 정도인 숲 속 산책로에는 80여 종 공룡과 매머드, 털코뿔소 등 백악기에서 선사시대까지 300여 종 동물 모형을 전시해놨다. 산책로는 대부분 평지여서 어린 아이들도 걷기 편해 보였다. 산책로에 설치된 공룡은 그냥 단순하게 만든 게 아니라 공룡 전문가와 지역 연구센터가 참여해 실제 모습과 실물 크기로 제작했다. 가장 큰 공룡 중 하나로 공룡 관련 영화에서 자주 봤던, 목이 긴 높이 9m의 세이스모사우러스는 그 크기에 압도돼 인상적이었다. 공룡 모형도 사냥을 하거나 먹이를 먹는 모습 등 역동감 있게 제작해 설치했다. 일부 구간에 공룡 뼈 모형을 땅에 묻어 아이들이 직접 발굴하는 체험 공간을 마련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로 보였다.

디노파크 뮌헨하겐 산책길에 설치된 실물 크기의 공룡 모습. /이여호
디노파크 뮌헨하겐 산책길에 설치된 실물 크기의 공룡 모습. /이영호 기자

이 공원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모형 공룡 화석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건물 한쪽에 마련된 '라이브 실험실'에서는 화석화된 뼈를 복원해 공룡 골격을 조립하는 직원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하노버박물관·지역 대학 연구센터와 협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룡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룡 투어와 체험거리도 있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신청하면 전문가가 참여해 미술관 도슨트처럼 설명과 함께 강의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석기시대 사냥 무기 제작과 불을 피우는 방법을 체험하거나 공룡 모형을 제작하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이다.

디노파크 뮌헨하겐에 설치된 공룡 화석 발굴 체험장 모습. /이영호
디노파크 뮌헨하겐에 설치된 공룡 화석 발굴 체험장 모습. /이영호 기자

◇시민 손으로 지킨 화석산지 = 독일에서 유일한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인 이곳에서 1965년 처음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다. 원래 이 일대는 돌을 캐는 '올드 웨슬링채석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채석 과정에서 대형 용각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1972년 채석이 중단됐다.

이때부터 공룡 전문가와 지역 시민이 본격적으로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채석은 중단됐지만 지역자치단체의 본격적인 정비와 관리는 한참 후인 1980년부터 이뤄졌다. 지자체 손길이 미치면서 용각류 공룡 발자국 보행렬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공룡 보행렬은 독일 윌드층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용각류 발자국으로 인정받아 중요 화석으로 독일 내에서 주목받았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을 보호하고 전시하는 건물 내부 모습. /이영호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을 보호하고 전시하는 건물 내부 모습. /이영호 기자

공룡 전문가와 지역 시민 노력은 고생물학자들이 이곳 연구에 뛰어드는 계기를 만들었고, 1983년 지자체가 예비 보호건물을 건립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이어서 니더작센주는 공룡 발자국 화석 발견 22년 이후인 1987년 뮌헨하겐 지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전문적인 보호건물은 1992년 건립, 1년 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특히 지자체는 화석산지와 그 일대를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하고자 민관 협력 사업을 시작했는데, 30년 넘게 운영 중인 디노파크 뮌헨하겐이 그 결과물이다.

이후에도 이 일대에서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계속해서 발굴됐다. 2004년 디노파크 뮌헨하겐 인근에 운영 중인 다른 채석장에서 새로운 종류의 세 발가락 공룡 보행렬이 발견된 것. 2006년과 2007년에는 이구아노돈 발자국과 알로사우루스류 보행렬이 나오는 등 계속 발굴됐다. 과거 채석장 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던 이곳 공룡 발자국 화석이 현재 지역의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으로 그 빛을 보는 것은 지역 시민 등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허귀용 기자

관련기사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