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이나 식탁 위에 펼쳐진 작은 정원. 흙과 식물을 가까이 두고 보살필 수 있는 ‘식물 테라리엄’이 주목받고 있다.아쿠아리움은 들어봤어도 테라리엄이라니. 텀블러 크기만 한 유리병부터 작은 어항만 한 유리 그릇에 식물을 키우는 방식을 일컫는다.지난 16일 진주시 주약동에 있는 화원 ‘온정플랜트’를 찾아 식물 테라리엄 이론과 실습 시간을 가졌다. 원예심리상담사로 활동하기도 하는 정정미(44) 대표와 함께했다.◇테라리엄 정의와 기원 = 라틴어 기원 테라리엄(Terrarium)은 흙·땅이라는 뜻을 지닌 테라(terra)와 방·용기라는 뜻을
남파랑길 구간을 따라 통영에서 고성으로 넘어가면, 산과 바다는 멀어지고 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통영에서는 바다를 낀 절벽이 눈 안 가득 담겼지만, 고성에서는 이런 풍광이 먼발치서도 보이지 않았다. 오르내림이 큰 산자락이 시야 닿는 데까지 펼쳐지던 모습도 볼 수 없다. 대신 고성에선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 집산지를 훑고 간다. 두 도시를 가로지르는 코스를 오가면서 달라진 풍경을 꺼내 보는 재미가 여정 내내 이어진다.◇한려수도 섬 품은 통영 발암산 제석봉광도면 용호리에 가면 해발고도 300m가 안 되는 산 하나가 바다를 바라보고
민주노조 건설을 강조했던 정경식(1959~1988) 열사, 정리해고와 파견법을 반대했던 최대림(1957~1998) 열사, 손배가압류 문제를 알린 배달호(1953~2003) 열사에 이르기까지 경남 지역에는 10여 명의 노동열사가 있다. 이명순 부울경열사정신계승사업회 사무국장은 “오늘날 노동자들의 권리는 세월이 지나 저절로 생기지 않았고, 열사들이 자본과 정권에 맞서 싸웠기 때문에 얻게 됐다”며 “이들을 기억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현장의 굽이진 길목마다 열사들이 버텨줬기에 ‘오늘’이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돌산마을에는 작은 미술관이 있다.2020년 설립된 시티앤로컬협동조합이 이듬해 빈집을 개조해 ‘돌산1번집 미술관’이라는 문패를 달고 운영하는 공간이다. 어느덧 문화예술 활동 장소이자 주민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지난 6일 찾은 돌산1번집 미술관에는 주민 15명이 참여해 닥종이 공예 수업을 열고 있었다. 김현정 닥종이 공예가와 함께 장식품으로 활용가능한 팔각교자상을 만들었다.돌산마을은 도시개발 문제로 홍역을 겪은 바 있는 곳으로 주거개선 이후에 주민연계 프로그램이 절실한 공동체였다.정지윤 시티앤로컬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평범했던 일상이 파괴되고,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우리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이런 이유에서 경남도민일보는 2021년, 2022년 동안 ‘공존이 생존’을 강조했다.서로 생각이 다르고 처지가 달라도 공생하고자 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는데 기사의 무게를 두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양한 이주배경 아동 다문화 청소년 합창단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독자들께 공존이 곧 생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보여드리고자 함이다.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강당. 지난 17일 이주배
1598년 초, 조선·명나라 연합군(이하 '연합군')은 큰 곤경에 빠져 있었다. 전력을 기울인 울산왜성 전투에서 1/3도 안 되는 일본군 병력에 패배했고, 일본이 쌓은 왜성의 엄청난 방어력을 실감했다. 하지만 이대로 전쟁이 무한정 지속되게 지켜볼 수 없던 명나라는 4로병진책으로 병력을 총동원해 모든 전선에서 한 번에 일본군을 밀어내는 전략을 세운다. 한편, 1598년 8월, 7년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반대에도 전쟁을 이어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했다.◇완전히 실패한 4로병진책 = 연합군은 한반도 동남해안에 진을 치고 버티고 있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나로서 나의 일을 할 수 있는 곳.”창원레이디스싱어즈 창단 멤버 중 한 명인 구양정(51) 씨는 지난 8일 오후 8시 창원시 성산구 성산아트홀 리허설실 앞 복도에서 자신이 소속된 합창단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 15일 1년에 딱 한 번 있는 단체 정기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던 이날 기자와 만나 “창원·마산·진해·김해지역에 사는 직장인들이 합창단과 함께하고 있다”며 “합창의 매력을 놓지 못해 2015년 창단 후 지금까지 7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그가 수년째 참여
포근한 크리스마스, 겨울은 춥지만 케이크를 떠올리면 따뜻한 기분이 든다. 초를 켜고 둥근 케이크 앞에 둘러앉으면 서로 눈동자를 마주할 수 있다.대형 제과점들은 선주문이 밀려오는 시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반면 ‘나만의 케이크’를 만드는 공방을 찾는 이들도 소소하게 있다. 연인·소규모 가족단위에 안성맞춤인 지름 12㎝ 미니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지난 19일 김해시 외동 ‘해피먼데이케이크’ 공방을 찾아 1일 수업(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했다.◇케이크 기원과 문화 =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각종 기념일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에 케이크가
2020년 11월 18일 경남도 온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 '경남 1번가'에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은 '수정마을 마을공동체 정책 지원 요청'. 조회 수 1만 5446회, 찬성 457표. 이 제안은 경남 1번가에서 가장 짧은 시간 내 많은 득표수를 얻고서 경남도 정책으로 정식 채택됐다.안차수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정책 제안서에서 "택지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매립된 수정만이 조선소 용지로 변경되면서 수정마을 공동체가 붕괴됐다"며 "경남도가 주민 화해와 수정마을의 지속가능한 비전을 고민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창원시 마산
1년 중 가장 많은 눈이 내린다는 절기 대설(7일)에 통영을 걸었다. 첫눈이 오거나 비가 내렸다는 수도권과 달리 이곳은 해가 쨍쨍했다. 바람 또한 세차지 않았다. 이날 기온은 10도 안팎. 전날보다 1~4도 오른 날이었다. 다소 누그러든 통영의 날씨가 천천히 길을 걸어보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산과 바다를 눈에 담으면서 단숨에 길을 훑었다. 거제와 통영을 잇는 거제대교에서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해저터널까지 주요 길목을 둘러봤다. 온종일 이어진 긴 걸음을 마친 뒤 터널 바깥에 서서 저녁놀을 바라봤더니 어느새 하늘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어쩌면 시장은 쉽게 잊혀지는 존재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실은 20년 전 시장 목록을 오롯이 남겨둔 관계기관이 없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한정된 자료로 추적한 '시장 소멸' 원인은 복합적이다. 교통 발달과 고령화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 피해를 입었거나, 주민이 시장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길 원한 경우도 있다. ◇사라진 시장을 찾아서 = 통계청은 해마다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 경영실태조사'를 게시한다. 조사 기관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다. 공단은 전통시장 일반현황과 상인·상인조직 현황
전통 시장은 특정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상품·용역 거래를 해온 공간이다. 이곳은 수요 공급의 법칙만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다. 가격 결정에 서로가 쌓은 신뢰가 작용하거나 많이 사면 덤을 얹어주고, 거래할 때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지역 경제를 흐르게 할 뿐 아니라 공동체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기업 유통업체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시장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지역 일터와 삶터가 소멸하고, 지역 자본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는 3회에 걸쳐 시장
예쁘게 분장을 하고 남들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나 보다. 지난 3일 장유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라인댄스 마라톤 페스티벌’에서 라인댄스로 음악에 몸을 맡긴 진해의 ‘춤추는 청춘’ 팀 어르신, 아니 청춘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몇 곡이나 연거푸 춤을 추었어도 그다지 지쳐 보이지 않았다. 처음 취재 섭외 때 듣기로 평균 70대의 ‘실버 벚꽃 할매’라더니 얼굴뿐만 아니라 안무도 사뿐사뿐, 전혀 그 연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동작을 보였다.‘춤추는 청춘’에서 가장 어리다는 한 분을 만났다. 김정선(진해구
2007년 11월 14일, 정부서울청사 법제처 정문 앞에 수녀와 노인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들은 모두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에 사는 주민들이다. 마산시가 수정마을에 남은 매립지를 조선 기자재 공장으로 바꾸려 하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이날 이후 반대 서울 집회는 11차례 더 열렸다. 불과 7개월 사이 벌어진 일이다. 주민들과 수녀들은 못 해도 한 달에 한 번 서울행에 몸을 실었다. 마산시청과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집회는 셀 수도 없다. 집회 현장에서 주민들과 수녀들은 몸싸움도 마다치않았다. 머리를 밀고
'요산 김정한 문학 속 양산을 걷다'로 시작해서 '문학 속 경남을 읽다'까지 3년을 썼다. 연재 첫해에는 써 뒀던 글이 있었다. 신문 지면에 맞춰 새로 다듬어 보내는 것이었는데도, 연재는 쉽지 않았다.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꼴로 보내는 원고인데 한 달 내내 안절부절못했다. 원고 하나에 한 달을 그랬으니 연재하는 1년 내내 안절부절못한 셈이다. 매일매일 기사를 써내는 기자들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작가들 머리가 허옇게 세는 까닭을 몸으로 이해했다. 할 짓이 아니구나. 다음 해에 신문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문학으로 보는 지역의 이
1597년 가을, 일본군은 명량해전과 직산전투에서 패했다. 비록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본군의 전쟁 의지를 꺾기에는 충분했다. 실익도 없는 전쟁에 염증이 난 일본군 지휘부는 한반도 동남해안 일대에 쌓은 왜성으로 철군했다. 이렇게 7년 전쟁은 지지부진한 형국으로 이어졌다. 조선과 명나라 입장에서는 더는 이 전쟁을 끌 수 없었다. 언제 일본군이 다시 병력을 보충해 진격해 올지 모르는 일이었고, 특히 명나라는 국력이 쇠락해 가는 과정에서 7년 전쟁으로 너무 큰 비용과 병력을 소모하고 있었다.◇진주성과 반대 상황 '울산왜성 전투'
2007년 어느 가을날이었다. 조용한 마을 안에 어디선가 쉴 새없이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들려왔다. 희뿌연 먼지까지 날려 기침이 저절로 나왔다. 대형트럭들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로 향했다. 트럭이 무거운 자재를 싣고 좁은 시골길을 지나다녔다. 지반이 약한 땅이 흔들리면서 오래된 집들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바다가 메워진 수정마을 공유수면매립지(21만 44㎡·6만 3538평) 위로 조선 블록 용접을 위한 변전 시설, 가스 저장탱크, 관로 등이 세워졌다. 집채보다 커다란 선박 블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마산시는 바닷물이
“공간도 2층에 있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어요.”이층미술관은 산청군 시천면 남명로165번길에 있다. 권송연(47) 이층미술관 대표가 2019년 마을에서 그림 모임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됐다.권 대표 고향은 마산이다. 2016년 산청에 귀촌해서 한동안은 자연 방목으로 닭을 키우는 일에 몰두했다. 그의 유정란을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림을 손에서 놓지는 못했다.“혼자 그리는 그림보다 같이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싶어 시골 마을에 방을 붙였어요. 처음
예부터 거제시 거제면 외간리는 둔덕면 바깥쪽에 있다고 해서 외간덕(外看德)이라 불렸다. 1769년에는 외간덕방(外看德坊)이라는 이름이 쓰이다가 1915년 들어 현재 지명인 외간리(外看里)가 되었다. 읍내에서 바라볼 때 가장 가까운 바깥쪽에 있는 큰 마을이라는 뜻도 지니는데 이곳에는 여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작디작은 마을이 여럿 나뉘어있다.이번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곳은 남해 물줄기를 끼고 도는 외간마을 동네길이었다. 길 이름은 외간옥산1길. 대봉산과 둔덕면 옥동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넘으면 나온다. 이곳에 들어서면 좁디좁은 골목
올해 는 '공공 언어 우리말로 부탁해' 기획 취재로 공공 기관의 보도 자료 속 공공 언어의 실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기획의 마무리로 시민들이 토박이말을 잘 이해하고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해도 '토박이말 ○줄 시'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10일까지 진행한 공모전에 101명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응모해 주신 도민과 작품 선정에 애쓰신 심사위원께 감사드립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약 한 달간 '토박이말 ○줄 시' 공모전을 진행했다. 경남도민일보 지면과 누리집에 실린 '우리말 주머니'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