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애호가 뭉친 가곡 합창단
일주일 한 번 연습 '일상 탈출'
새 악보 받으면 기대감 먼저
매년 한 차례 정기공연도 펼쳐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나로서 나의 일을 할 수 있는 곳.”

창원레이디스싱어즈 창단 멤버 중 한 명인 구양정(51) 씨는 지난 8일 오후 8시 창원시 성산구 성산아트홀 리허설실 앞 복도에서 자신이 소속된 합창단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 15일 1년에 딱 한 번 있는 단체 정기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던 이날 기자와 만나 “창원·마산·진해·김해지역에 사는 직장인들이 합창단과 함께하고 있다”며 “합창의 매력을 놓지 못해 2015년 창단 후 지금까지 7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수년째 참여 중인 창원레이디스싱어즈는 경남지역 음악애호가들로 구성된 여성 가곡 합창단이다. 단체에는 음악 전공자·비전공자 30여 명이 모여있다. 성악이나 악기 등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이 대다수다. 공무원·간호사·은행원·어린이집 교사·학원강사 등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가 바쁜 와중에도 매주 한 날 한데 엉켜 문화공동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음악을 향한 애정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창원레이디스싱어즈 단원들이 지난 8일 오후 창원 성산아트홀 리허설실에서 정기공연을 앞두고 연습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창원레이디스싱어즈 단원들이 지난 8일 오후 창원 성산아트홀 리허설실에서 정기공연을 앞두고 연습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구 씨를 포함한 모든 단원에게 정기연습이 있는 매주 목요일은, 힘겨운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탈출구와 같다. 어김없이 목요일이 되면 연습실 안은 음악 열정으로 똘똘 뭉친 단원들의 놀이터가 됐다. 이들은 연습뿐 아니라 매년 한 차례씩 선보이는 정기공연도 목요일에 열어왔다. 올해 정기공연 또한 목요일이던 지난 15일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가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열린 대면 공연이었다.

구 씨는 단원 모두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공연을 잘 끝냈을 때 큰 쾌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같이 단원들은 무대를 잘 마쳤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얘기한다”며 “합창단은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데 다들 즐기며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악보를 받으면 기대감이 먼저 생긴다”며 “내가 나로서 해낼 수 있는 걸 하고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전 열린 창원레이디스싱어즈 정기 공연 모습. /창원레이디스싱어즈

같은 합창단원인 김나영(52) 씨에게도 창원레이디스싱어즈는 일종의 ‘해방구’로 통한다. 창원시 공무원인 그는 집과 직장을 오가며 쳇바퀴 같은 삶을 살다 6년 전 단체 2기로 합류했다. 1기로 활동 중이던 지인 권유로 합창단에 가입했다. 그 뒤 매주 발성법과 무대 예절, 새 음악 등을 두루 익혔다. 단체 가입 전까진 경험하지 못했던 삶을 수년째 누리는 중이다.

김 씨는 “다양한 직종에 계신 분들과 함께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며 “어려운 곡을 같이 잘 소화해냈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연하고 나면 짜릿함과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며 “그런 감정이 좋아서 계속 무대에 서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다이어트도 한 뒤 평소에는 잘 입지 않던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르게 되는데 전후 과정 모두 힐링이 되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엽 지휘자와 단원들. /최석환 기자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상엽 지휘자. /최석환 기자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건 단원들을 지도하는 지휘자 역시 마찬가지다. 7년 전 ‘연습이 곧 연주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원레이디스싱어즈를 창단한 이상엽(56) 지휘자는 여성 합창단을 향한 애정도 남다르다. 육아나 전업 등을 이유로 노래를 못하게 된 여성들이 모인 합창단을 만들고자 했다는 그는, 현재 전공자 수준의 시민 위주로 구성원을 꾸려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지휘자는 “지역에 아마추어 합창단은 많았지만, 전문 여성 합창단이 없어 여성 중심 합창단을 만들었다”며 “수준 있는 합창단을 지향하고 있어서 우리는 어려운 곡을 할 때가 많은데, 단원들이 공연을 잘 끝낸 뒤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합창의 가장 큰 기쁨이기도 하다”며 “명실공히 첫 취지처럼 지금보다 조금 더 수준 높은 그런 합창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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