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송연 대표 마을 주민 문화예술 공간 마련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우물사업 참여 등
약초 세밀화 드로잉북·산청문화지도 만들기

“공간도 2층에 있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이층미술관은 산청군 시천면 남명로165번길에 있다. 권송연(47) 이층미술관 대표가 2019년 마을에서 그림 모임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됐다.

산청 이층미술관이 '산청 그 향기를 그리다' 컬러 드로잉북을 제작하고자 그림 모임에서 약초 세밀화를 그리고 있다. /이층미술관
산청 이층미술관이 '산청 그 향기를 그리다' 컬러 드로잉북을 제작하고자 그림 모임에서 약초 세밀화를 그리고 있다. /이층미술관

권 대표 고향은 마산이다. 2016년 산청에 귀촌해서 한동안은 자연 방목으로 닭을 키우는 일에 몰두했다. 그의 유정란을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림을 손에서 놓지는 못했다.

“혼자 그리는 그림보다 같이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싶어 시골 마을에 방을 붙였어요. 처음 산청에 귀촌해서 터를 잡은 집이 삼장면 안에서도 산 위에 있는 집이라 사람들 발길이 드문 곳이었는데 10명 정도나 찾아오신 거예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그림 모임에 나오는 분도 있고, 시천면에 공간을 옮기고 이층미술관이라고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찾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늘었습니다.”

이층미술관 그림 모임에서 산청의 약초를 세밀화로 그려 만든 '산청 그 향기를 그리다' 컬러 드로잉북. /이층미술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우물사업 지원으로 만든 '산청 그 향기를 그리다' 컬러 드로잉북. /이층미술관

산청 하면 약초가 유명하니, 약초 세밀화를 그려서 컬러 드로잉북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을 공부하고 그림으로 그려 책을 만드는 일이라면 공모사업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2020년 이층미술관 이름으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우물사업’에 지원해 어느덧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졸업은 문화우물사업 1년 차 이후 3년 차까지 해마다 사업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지원받은 사업비에 대한 예·결산 마무리 과정을 일컫는다.

“그림 모임에 오는 분 중에 도라지를 키우는 분이 있는데 그림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 살짝 물어봤더니 젊은 시절 만화가 문하생으로 지낸 적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분은 옛 시절 순수 회화를 하고 싶었던 소망을 이곳 이층미술관에서 마음껏 펼치고 있습니다.”

이층미술관에서 지난 10월에 열린 마을 장터 '말랑장'. /이층미술관
이층미술관에서 지난 10월에 열린 마을 장터 '말랑장'. /이층미술관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30대부터 70대까지, 원주민부터 이주민까지 다양하다. 76세 남성이 최고령자로 격주로 수·토 그림 모임에 빠짐없이 나온다. 딸기·우엉 농사를 짓는 농민도 있고, 은행원으로 일하다 퇴사한 귀촌인도 있고, 펜션 주인도 있고 하는 일은 모두 다르지만 함께 그림 그리는 동무가 됐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꿨다’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이 모여 약초·허브 전공자를 초청해 수업도 듣고 권 대표 주도로 세밀화 그리는 법을 익혀서 2021년 <산청 그 향기를 그리다>라는 컬러 드로잉북을 제작했다. 때때로 이층미술관서 ‘말랑장’도 열린다. 나무로 만든 도마·천연수세미·공예품·건강빵 등 마을 주민들이 만든 물건을 사고 파는 장터다.

“연세가 많아도 생각이 젊은 분들이 많아요. 아이들에 대한 교육관이나 가치관도 비슷하고 모임 이후 삶에 활력을 찾았다는 사람부터 그림을 배우러 왔다가 좋은 인연을 쌓아간다고 여기는 사람까지, 그 연결고리가 그림이라니 더없이 기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층미술관이 올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 3년차 문화우물사업으로 진행한 '산청문화보물지도' 만들기 활동. /이층미술관
이층미술관이 올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 3년차 문화우물사업으로 진행한 '산청문화보물지도' 만들기 활동. /이층미술관

올해는 ‘산청문화보물지도’를 만들고자 면 단위에 있는 문화공간을 함께 찾고 기록하고 지도로 만드는 일을 펼쳤다. 이층미술관이 있는 시천면에는 청소년 대안 공유공간 ‘모하노’를 비롯해 고전 영화를 사랑하는 모임 ‘고사리’가 있다. 이웃한 단성면에는 유아생태교육 모임인 ‘모모로’와 자연을 사랑하고 공부하는 모임 ‘따로 또 같이’가 있다. 그 밖에 산청읍에는 청소년 자치 공간 ‘명왕성’, 면생리대를 만들어 기부하는 모임 ‘달맞이’, 격월간 교육잡지 <민들레> 읽기 모임인 ‘다시, 민들레’ 등이 있다. 이렇게 여러 공간과 모임을 담아 풍성한 문화보물지도를 완성했다.

“문화보물지도를 만들면서 도시를 벗어나 시골살이를 시작했던 순간들이 떠올랐고, 대안적인 삶이 어떤 것인지 함께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마다 삶의 터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문화예술 씨앗을 심고 키우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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