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가 꿈꾸는 미래]
(6) 지역주민·동문의 힘

작은학교 살리기는 행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학교 구성원과 더불어 지역사회도 힘을 모아야 결실을 볼 수 있다. 폐교 직전까지 가거나 신입생 0명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우리 학교'를 살리겠다고 발벗고 나선 동네 주민과 동문회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함안 칠성중학교가 지난 18일 칠서면 마을 5곳 이장과 간담회를 열어 마을 연계 교육과정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칠성중
함안 칠성중학교가 지난 18일 칠서면 마을 5곳 이장과 간담회를 열어 마을 연계 교육과정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칠성중
함안 칠성중 창업동아리 'THUNDERS' 팀의 창업경진대회 우수상 상금 기탁 현장. /칠성중
함안 칠성중 창업동아리 'THUNDERS' 팀의 창업경진대회 우수상 상금 기탁 현장. /칠성중

◇학교 살아나 마을에도 활기 = 백순옥(64) 함안군 칠서면 용성리 송락마을 이장은 최근 마을 인근 칠성중학교를 다녀왔다. 주변 마을 이장들도 함께했다. 학교와 마을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학교법인 명덕육영회(이사장 윤정숙) 산하 칠성중(교장 권희주)은 지난 18일 칠서면 5개 마을 이장과 간담회를 했다. 이들은 마을 연계 교육과정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장들도 마을과 학교를 잇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칠성중 학생들은 올해 2회째인 '칠서 생태공원 청보리·작약 축제' 등에 함께하기로 했다.

권희주 교장은 "마을과 학교를 잇는 배움 프로그램으로 공부나 경쟁이 아니라 더불어 살면서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배우며 강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안 칠성중, 마을 이장들과 간담회

마을 축제 참여 등 연계 교육도 추진

학생들 협력·공동체 배우며 역량 길러

칠성중은 백 이장의 모교이고 다른 이장들의 자녀도 졸업한 학교다.

24회 졸업생인 백 이장은 "코로나19 시기에는 교류가 뜸했는데 요즘은 학교와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학교가 예전보다 자주 경로당도 돌아보고 마을 청소도 하고 급식소에서 어르신들에게 밥도 대접하고 반찬도 전달한다"고 전했다. 이어 "폐교 전까지 갔다가 살아났는데, 학교 내부 시설도 잘되어 있고 교직원들도 열의가 느껴진다"며 "5~6년 전부터 학생 수도 늘어 마을에 활기도 있다. 우체국도 없어지고 관공서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초·중학교 두 곳과 농협밖에 없는데, 학교가 되살아나려고 노력하니 고맙다"고 말했다.

함안 칠성중 전교생이 참여하는 '배움·공감·나눔의 아람제'. /칠성중
함안 칠성중 전교생이 참여하는 '배움·공감·나눔의 아람제'. /칠성중
함안 칠성중 역사동아리 '가온누리'의 대암 이태준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한 몽골 해외문화탐방 모습. /칠성중
함안 칠성중 역사동아리 '가온누리'의 대암 이태준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한 몽골 해외문화탐방 모습. /칠성중

◇특색 교육에 마을과 협력 더해 = 칠성중 올해 전교생은 59명. 2021년부터 60명 안팎 규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인근 칠서초등학교 이룡분교는 올해 전교생 8명, 칠서초교 이령분교는 지난 1일 폐교됐다. 그나마 경남교육청이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해 시행하는 광역통학구역으로 함안 칠원읍에 있는 호암초교와 유원초교 졸업생이 칠성중으로 입학하고 있다. 통학차량도 늘어 현재 2대를 운행한다.

지역 학생 10명을 제외하면 마을 밖에서 온 학생들이다. 과밀학급보다 작은학교 특색 교육을 선호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찾고 있다. 칠성중은 2009년부터 특색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5차원 수용성 교육'으로 학생들은 심력, 지력, 체력, 자기관리 능력, 인간관계 능력 등 5대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심력' 향상을 위해 학생들은 화·수·목요일 아침마다 30분 정도 묵상을 하거나 글을 읽고 삶에 적용해본다. '지력'을 위해 학생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주제 선정부터 조사, 발표, 평가까지 하는 맞춤형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된다. '체력'을 위해 학생 1인 1스포츠를 추구하며, 코로나19 전에도 진행한 경북 경주 자전거 역사유적 투어를 이어갈 계획이다. '자기관리 능력'을 위해 '셀프 플래너(self planner)'로 학생들은 매일 아침 하루 일정을 계획하고 담임교사와 공유한다. '인간관계 능력'을 위해서는 마니또, 학생자치회, 세계시민교육 편지 쓰기 등을 실천한다.

칠성중은 교육공동체 협력을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경남교육청의 '행복학교' 전 단계인 '행복맞이학교'다. 행복학교는 민주성·미래성·공공성·지역성을 지향하는데, 마을과 소통은 '지역성' 회복을 위한 길이다.

이지헌 칠성중 교무부장 교사는 "칠북 연개장터 3.9독립만세운동 참여나 홀로 사는 어르신 반찬 전달, 창업동아리 'THUNDERS' 팀의 창업경진대회 우수상 상금 함안군 기탁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인성과 역량을 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전교생이 참여하는 '배움·공감·나눔의 아람제', 역사동아리 '가온누리'의 대암 이태준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한 몽골 해외문화탐방 등 다채로운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함양 마천초등학교가 지난 4일 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식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천초교
함양 마천초등학교가 지난 4일 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식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천초교
함양 마천초등학교가 지난해 10월 마천초교 교육 가족과 타지역 희망 가족 등 20가족 53명을 초청해 ‘제2회 꿈동산 지리산 보물찾기 오픈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마천초교
함양 마천초등학교가 지난해 10월 마천초교 교육 가족과 타지역 희망 가족 등 20가족 53명을 초청해 ‘제2회 꿈동산 지리산 보물찾기 오픈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마천초교

◇장학회 활발한 까닭 = 이달 함양군 마천초등학교 입학생 5명은 마천면 원방장학회 300만 원과 학교 100만 원 등으로 1인당 장학금 400만 원을 받았다. 새 학년이 된 재학생 전원은 원방장학회에서 지급하는 함양사랑상품권 1인당 20만 원을 받았다.

재단법인 원방장학회(이사장 허태오)는 2008년 설립 이후 올해까지 모두 123명에게 장학금 2억 5480만 원을 지원했다. 마천면 출신 박경호(2015년 작고) 선생이 10억 원을 출연해 시작한 장학회는 매해 이자 수입으로 마천초·중학교 학생과 마천면 출신 대학 신입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한다.

기탁 규모가 크고 흔치 않은 사례다. 또 마천면에는 지역주민 기탁으로 시작한 하산(1974년)·신기(1983년)·마석(2004년) 장학회도 있다. 매년 장학회마다 100만 원씩 마천초·중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함양 마천초교, 동문회·장학회 지원

입학 장학금·재학생 지역화폐도 전달 

국외 수학여행·교육과정 알리기 계획

김경중 마천면 총무계장은 "산촌이라서 외부로 나가는 게 어렵고 중학교에 가려고 해도 함양읍으로 가야 했는데, 마천초교(1929년 개교)만 있다가 마천중학교(1965년 인가)도 설립됐다"며 "애향심이 강하고 뜻있는 분들이 뭉쳐 장학회도 활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전교생은 18명. 병설유치원도 원생 1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윤정미(62) 마천초교 교장은 지역 주민이자 학교장이다. 함양 마천면에서 산 지 20년이 되어가고 있다. 부산에서 살다가 전원생활을 위해 윤 교장을 포함한 세 자매 가족이 함께 이사를 왔다고 한다. 마천초교에서는 교사·교감으로 일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세 번째 근무다.

윤 교장은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바깥에서 들어오는 것보다 여기에 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잡으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전학을 가지 않았다. 문 닫을 위기였던 병설유치원도 그래서 유지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함양 마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5월 제주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 영어교육센터 어학체험학습 중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천초교
함양 마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5월 제주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 영어교육센터 어학체험학습 중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천초교

◇동문회 지원 든든 = 지난해(16명)와 비교하면 학생 수가 늘었는데,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교육활동이 지난해부터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한 해 두 차례 마천면 안팎 학부모를 초청해 교육과정을 알리는 '마천초 OPEN DAY(오픈데이)'를 하고 있다. 마천초교는 '꿈·동·산'이라는 특색 교육을 한다. '꿈'은 영어교육, '동'은 연극교육, '산'은 생태전환교육을 의미한다. 올해 3~6학년은 주 1회 승마교육도 시작한다.

양쌍용 마천초교 학교운영위원장을 중심으로 마천면 초·중학교 총동문회, 지리산마천농협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올해 학생 영어특화체험(국외 수학여행)을 위한 학교발전기금 3590만 원을 전달했다. 3~6학년 학생 13명이 오는 6월 말레이시아로 수학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함양 마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2023-2024 경남교육 이어보다, 작은학교 성장나눔 공연마당'에서 생태체험교육을 바탕으로 제작한 창작극 '삐삐를 찾아서'를 공연하고 있다. /마천초교
함양 마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2023-2024 경남교육 이어보다, 작은학교 성장나눔 공연마당'에서 생태체험교육을 바탕으로 제작한 창작극 '삐삐를 찾아서'를 공연하고 있다. /마천초교

지난해 12월 4~6학년 학생은 '2023-2024 경남교육 이어보다, 작은학교 성장나눔 공연마당'에서 생태체험교육을 바탕으로 제작한 창작극 <삐삐를 찾아서>를 공연했다. 아이들이 지리산 야생동물을 구해 치료하는 내용으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 주제인 환경 연극이다.

동문회는 10여 년 전부터 물심양면 학교를 도왔지만,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지원을 논의하고 실천했다. 강성철(58) 마천면 초·중학교 총동문회장은 "머릿속에 생각만 있다가 실천을 못 했는데, 신입생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어느 해는 아예 없는 일도 있어 심각하다고 봤다"며 "부모들이 읍이나 도시로 나가려고 하는데, 여러 프로그램으로 막아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학생들이 외국 문물을 체험하면서 성장할 수 있고, 성과가 있으면 계속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벽지인 마천면은 지리산 권역으로 오히려 전북과 가깝고, 경남에서는 끄트머리에 있다. 폐교되면 함양읍으로 통학하기도 어렵다"며 "전국이 마찬가지인데, 여러 상황을 봤을 때 꾸준히 학생이 증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기관·단체·향우회가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기자

 

작은학교가 꿈꾸는 미래

소멸 위기 지역에 남아 교육의 변화를 시도하는 전교생 60명 이하 '작은학교'를 주목합니다. 학교가 역량을 키워 아이들이 꾸준히 찾는 곳이 되고 지역사회까지 풍성하게 해준다면, 지역소멸 대안이 될 것입니다.


(1) 작은학교 교육연대 

(2) 교실이 바뀐다

(3) '공유교육' 실험실, 의령

(4) 통계로 보는 현실

(5) 전국 자치단체 조례 비교

(6) 지역주민·동문의 힘

(7) 의령 공유교육 현장 1

(8) 창녕 공동교육과정

(9) 공동교육과정 결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