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가 꿈꾸는 미래]
(4) 통계로 보는 현실

지역보다 먼저 소멸을 맞닥뜨리고 이를 넘어서려고 힘쓰는 곳이 있습니다. 학교입니다. 도시화, 도심 공동화, 지역소멸…. 그동안 학교에는 큰 파도가 잇따라 밀려왔습니다. 학령인구 감소까지 계속되면 앞으로 학교는 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은 학교가 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인기를 끌고 전국으로 이름난 학교도 있습니다. 이미 곳곳에서 학교의 미래가 그려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멸 위기 지역에 남아 교육의 변화를 시도하는 전교생 60명 이하 '작은학교'를 주목합니다. 학교가 역량을 키워 아이들이 꾸준히 찾는 곳이 되고 지역사회까지 풍성하게 해준다면 지역소멸 대안이 될 것입니다.

학생 수 60명 이하 학교를 '작은학교'라고 규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조례가 전국 시도와 시군 곳곳에서 만들어졌다. 충북도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충북 농산촌지역 작은학교 지원 조례를 만든 때가 2012년이다. 학생 60명 이하나 6학급 이하 소규모 초중고교 특성화 교육, 교육복지, 교육격차 해소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광역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은 작은학교 살리기가 마을과 지역 소멸을 막는 대안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전국적으로 작은학교 비율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에는 현재 작은학교 지원 정책을 맡거나 총괄하는 부서가 없다. '작은학교' 개념이 등장한 지도 십수 년이 흘렀지만 이 업무를 시도교육청에만 맡겨둔 모양새다.

◇10곳 중 3곳꼴로 작은학교 = 경남은 초등학교(분교장 제외) 10곳 가운데 3곳꼴로 작은학교다. 이 비율은 2020년부터 완만하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은 경남에서 작은학교 지원 조례가 시행된 해다.

2020년 31.68%, 2021년 31.43%, 2022년 31.96%로 비슷한 흐름이었으나 지난해 33.07%로 오른 점이 눈에 띈다. 전체 초교 508곳 가운데 168곳이 작은학교다. 올 3월 기준 현황은 경남교육청이 취합하고 있다.

지난해 중학교는 266곳 가운데 52곳(19.54%), 고등학교는 192곳 가운데 13곳(6.77%)이 작은학교였다. 모두 전년(중학교 18.72%·고교 5.26%)보다 비율이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충북서 2012년 전국 최초 조례 제정

전남은 초교 절반 작은학교에 포함돼

학생들 시 일부·군 지역 내 읍에 몰려

한국교육개발원 <2023 교육통계 연보>를 보면 경남 초교 중 작은학교 비율 33.1%는 전국 평균(23.1%)보다 높다. 특히 시와 도 비율을 비교해보면 양극화가 뚜렷하다. 도 단위에서는 이미 절반가량 초교가 작은학교인 자치단체도 있지만, 인구가 몰린 시 단위와 경기도는 모두 한 자릿수 비율이다. 경남은 작은학교 비율이 전국 시도 중 일곱 번째로 높았다.

전남(49.5%)이 가장 높았으며 전북(49.0%), 강원(47.3%), 경북(43.8%), 충남(42.9%), 충북(39.2%), 경남(33.1%), 제주(13.2%)가 뒤를 이었다. 이어 경기(8.0%), 세종(7.5%), 울산(7.4%), 인천(6.5%), 광주(5.2%), 부산(4.9%), 대전(4.7%), 대구(1.3%), 서울(0.7%) 순이다.

비율이 낮다고 해서 자치단체가 작은학교 현안에 무관심하지는 않다. 경기와 제주는 이미 2014년과 2015년 각각 작은학교 지원 조례를 만들었으며 대전, 광주, 울산, 세종 등도 작은학교 지원 또는 활성화 조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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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쏠림·읍 쏠림 = 경남 안에서도 인구는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창원, 진주, 김해, 거제, 양산 내 일부 학교에서는 과밀학급(경남은 초교 2~6학년 기준 학급당 26명 초과) 또는 과대학교(전교생 초교 1000명 이상·중고교 800명 이상) 문제로 힘겨워하지만 군 지역 학교에서는 폐교를 걱정한다.

지난해 18개 시군별 초중고 작은학교 현황을 보면 합천(24곳)이 가장 많았다. 이어 창녕·남해·하동(각 16곳), 밀양(15곳), 의령·고성·함양·거창(각 14곳), 산청·창원(각 13곳), 진주·김해(각 12곳), 함안(11곳), 통영(9곳), 거제(8곳), 사천(7곳), 양산(5곳) 순이었다.

좁게 군 지역 안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군청과 같은 행정기관이 자리한 읍에 있는 학교는 학생 수 감소를 덜 걱정하는 편이지만, 면에 있는 학교는 소멸 위기와 맞닥뜨린 상황이다.

인구 2만 5000여 명인 의령군을 살펴봤다. 올 3월 1일 기준 의령지역 초교 14곳, 중학교 5곳, 고교 3곳 등 학교 22곳 전체 학생은 1359명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728명(53.6%)이 의령읍에 있는 학교를 다닌다.

의령군 지도. /의령군청
의령군 지도. /의령군청

아울러 337명(24.8%)은 의령읍과 인접한 가례면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데 전체 학생 78.4%가 2개 읍면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의령군에는 의령읍과 12개 면이 있다. 나머지 11개 면 학생은 309명(22.7%)이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대부분 군 지역이 마찬가지다.

의령읍에 있는 의령초교(298명)와 남산초교(111명)를 제외하면 면 지역 초교는 모두 작은학교다. 부림초교(37명), 용덕초교(29명), 대의초교(28명), 가례초교(21명), 칠곡초교(21명), 정곡초교(16명), 부림초교 봉수분교장(13명), 유곡초교(12명), 화정초교(12명), 지정초교(10명), 낙서초교(5명), 남산초교 궁류분교장(3명)이다. 이렇듯 학교별로 학생 수 60명 기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권역별로 여러 학교를 묶어 공동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공유교육'이 의령에서 첫 단추를 끼웠다.

Pixabay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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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작은학교 지원 등한시? = "작은학교가 뭘까요?"

교육부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작은학교 지원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저출생과 지역소멸에 맞서 작은학교 지원과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교육부는 이 같은 개념조차 생소하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교육부가 간접적으로 작은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은 찾을 수 있다. 매년 공모하는 '농어촌 참 좋은 학교'다. 학교가 지역 특성에 맞는 특색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지속 가능한 농어촌 학교로 성장한 사례를 발굴하는 취지다.

 

교육부 담당 부서 없고 개념조차 생소

인구감소·소멸 극복 지자체 노력 대비

"큰 학교-작은학교 함께 살리는 고민을"

2020년 15곳, 2021년 16곳, 2022년 15곳에 이어 지난해 14곳이 선정됐다. 경남 사례도 있다. 거제 숭덕초교는 '미래로의 학습 여정: 지(智)덕, 체(體)덕, 인(仁)덕의 숭덕교육'으로 전교생이 58명에서 64명으로 증가했고, 거제 장목예술중은 '실용음악(K-pop) 예술로 엮어가는 미래학교 이야기'로 전교생이 43명에서 63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Pixabay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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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학교-작은학교 함께 살 수 있다 = 높은 돌봄·사교육 비용 부담은 저출생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작은학교 살리기는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된다. 전교생이 비교적 적은 작은학교에서는 늦은 오후까지 질 높은 방과후 과정을 제공하면서 학부모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표 경남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는 "학령인구는 줄어들어 작은학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작은학교 살리기는 결국 큰 학교와 작은학교 둘 다 살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있는 마산고운초교는 전교생이 1400여 명으로 심각한 과밀 현상을 겪지만,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가포초교는 전교생이 90여 명이다. 이와 유사하게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있는 무동초교는 전교생이 약 1300명, 15분가량 통학버스로 갈 수 있는 창녕군 부곡초교 학포분교장은 전교생이 30여 명이다.

작은학교를 지원해 특색 있는 교육과정이나 좀 더 다양한 체험활동을 선보이면, 학생과 학부모도 절로 찾게 되고 도심 과밀 문제도 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장학사는 작은학교인 함안 외암초교에서 일한 적이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살면서 자녀 2명도 이 초교와 역시 작은학교였던 함성중을 나왔다.

그는 작은학교 교실 재구조화 사업을 처음으로 기획한 당사자다. 이 사업은 최근 학교 4곳에서 마무리됐고, 올해 학교 3곳에서 더 진행된다. 홍 장학사는 "토론·체험·협력수업 등 교육과정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바뀐다고 해도 똑같이 네모난 모양의 교실이 아니라 학교 공간이 변해야만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기자

 

작은학교가 꿈꾸는 미래

소멸 위기 지역에 남아 교육의 변화를 시도하는 전교생 60명 이하 '작은학교'를 주목합니다. 학교가 역량을 키워 아이들이 꾸준히 찾는 곳이 되고 지역사회까지 풍성하게 해준다면, 지역소멸 대안이 될 것입니다.


(1) 작은학교 교육연대 

(2) 교실이 바뀐다

(3) '공유교육' 실험실, 의령

(4) 통계로 보는 현실

(5) 전국 자치단체 조례 비교

(6) 지역주민·동문의 힘

(7) 의령 공유교육 현장 1

(8) 창녕 공동교육과정

(9) 공동교육과정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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