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두 자녀 이상 첫째부터'지원
금액 줄이면 모든 학생에 기회균등 실현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경남교육청의 '다자녀 입학준비금'을 안내받았습니다. 두 자녀 이상 가정 자녀의 입학 준비 물품 구입 영수증을 제출하면 부모 통장으로 3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아이 때에는 받은 적이 없었기에 알아보니, 지난해 '경남도교육청 다자녀 학생 교육비 지원에 관한 조례'가 개정되었습니다. 그동안 '다자녀 학생'은 셋 이상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의 셋째 이후 학생이었지만, 올해 새 학기부터는 두 자녀 이상으로 바뀌어 '두 자녀 이상을 둔 가정의 첫째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자녀 학생의 정의를 두 명 이상 자녀의 첫째부터로 정의한 것은 전국 교육청 중 경남이 최초로, 올해 도내 초중고·특수학교 등에 입학하는 다자녀 학생을 위해 예산 159억 원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자녀 학생 정의를 새로 내리고 지원 대상을 확대한 것은 학부모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하지 않던 지원을 받으니 제 아이 입학을 사회가 함께 축하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고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입학지원금으로 무엇을 살지 아이와 이야기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어 제언을 하고 싶습니다.

1인당 입학 준비금 지원 규모를 줄이더라도 모든 입학생에게 지원하면 어떨까요. 입학지원금을 둘 이상 자녀를 키우는 행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입학이라는 개인 생애에서 중요한 사건을 교육청이 함께 축하한다는 의미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입학 물품이 필요한 주체는 부모가 아닌 학생이고, 한 자녀 가정 자녀라고 해서 필요 없지 않습니다. 외동이 입장에서 한 자녀됨을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닌데, 입학 지원금 자격이 안 되는 것에 서운해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올해 경남 입학생 약 9만 명 중 다자녀 학생이 5만 3000여 명이니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도 1인당 15만 원 이상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제가 보기에는 신입생 새출발을 축하하기에 충분한 금액입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또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출생아 수는 23만 명대로 떨어졌고, 지난 4분기 합계출산율은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0.65명을 기록했습니다. 경남 지역 출생아 수는 1만 3100명으로 2013년 2만 9504명의 44.4%에 불과합니다.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중 감소율이 가장 높습니다.

다자녀 학생을 지원하는 이유를 교육청은 '다자녀 가정에 대한 학교 교육 기회균등을 실현하고 저출생·고령사회에서 출산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자녀, 다자녀를 구분해서 지원하는 것은 아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차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3년 출생아의 60%가 첫째 아이입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08년생도 첫째아 비중이 52%로 절반이 넘습니다.

이제 태어나는 모든 아이를 반기고,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축하해 주어야 할 때입니다. 더 많이 키워서, 형제·자매가 있어서가 아니라, 소중한 우리 구성원이기에 혜택을 받는다면 부모는 더 양육의 보람을 느끼고 자녀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더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참, 그리고 구입 가능 품목 범위도 좀 확대해 주면 좋겠습니다. 지원 제외 품목이 많아 결국 운동화가 있는데도 또 운동화를 두 켤레 더 구입했습니다.

/권희경 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