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방치 집유에 '솜방망이'
"피해아동 분리 조치도 미온적
가정 복귀는 아동복지법 위반"

입양아를 원룸에서 홀로 지내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로 양부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소아청소년의사회, 아동학대방지협회가 재판부의 미온적 판단을 규탄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창원지방법원 김민정 부장판사는 시민사회와 시대정신의 요구와 달리 아동학대를 중범죄로 보지 않고 가볍게 다뤘다"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돌 무렵 가해자들에게 입양된 ㄱ 군은 첫 학대가 드러난 2017년 초등학교 1학년 때 온몸에 멍이 들고 갈비뼈에 상처를 입어 학교에 왔으며, 양모는 이 범죄에 보호관찰 1년과 상담 6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반성하지 않았고, 2년 뒤 초등학교 3학년 때 또다시 온몸에 멍이 들어 등교했으나 가해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합회는 "(가해자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원룸에 유기했고, 1년 가까운 기간 홀로 방치하면서 한겨울 난방도 없이 하루 한 끼만 먹이는 등 신체·정서적 학대를 지속해왔다"며 "결국 아이는 12월 '얼어 죽을 것 같다'며 경찰서에 직접 그동안 당해온 학대를 신고했고, 시설로 가면서 가해자들과 분리돼 비극이 끝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합회는 "극악무도한 아동학대 행위에 판사는 집행유예의 솜방망이 처벌로도 모자라 부모가 아이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가정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다"며 "아동학대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가해자들과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으면 '정인이 사건'에서 보았듯이 결국 사망에 이르러서야 끝난다"고 우려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아동학대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어떻게 피해 아동의 삶을 망가뜨리는 중범죄인지 이해가 제대로 없다면 함부로 판결을 휘두르지 마라"는 재판부 규탄 성명을 냈다.

같은 날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도 성명을 내고 "가해 양부모는 법정에서 자신들의 학대를 피해 아동의 탓으로 전가하며 합리화하기에 바빴을 뿐 반성의 기미가 일절 없었음에도 판사는 무엇으로 양부모가 반성했다고 판단했는가"라며 "아동학대 행위자인 입양 부모의 자격 박탈 논의는커녕 심각한 학대 후유증이 있는 아동을 학대 행위자에게 다시 보호시키고자 한다는 것은 판사가 오히려 아동복지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협회는 "(피해 아동은) 홀로 원룸에 방치돼 CCTV로 감시를 당하며 기본적인 돌봄조차 받지 못하고, 신체 손상과 더불어 매우 심각한 정서 학대로 현재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시설 생활이 편안하다며 현재 전문 치료를 받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학대방지협회와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2일 오후 2시 창원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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