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으로 3월 협회 탈퇴한 4명
"영화제 만든 후 14년간 지켜와 이름 그대로 여는 건 안 될 일"
협회 19∼21일 예정대로 추진
"이제 와서 유언비어 퍼트려 도 넘는 행태…법적조치 예정"

오는 19일 제14회 경남독립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경남영화협회(이하 협회)와 전 경남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3월 협회를 탈퇴한 집행위가 '경남독립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영화제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집행위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2007년 경남독립영화제를 처음 만든 이후 2020년까지 14년간 13차례 진행해온 집행위와 어떠한 상의도 없이 협회가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 경로로 경남독립영화제를 여는 건 집행위 권한임을 분명히 밝혔지만, 협회는 묵묵부답 상태"라며 "이는 지금까지 경남독립영화제를 지켜낸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경남도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남독립영화제는 박재현 감독(전 경남영화협회 사무국장·집행위원장)을 필두로 도내 영화인들이 뭉쳐 2007년 만들었다. 2007·2008년 두 해 영화제를 치르면서 이들은 뜻을 모아 2009년 5월 비영리단체 '경남영화협회'를 설립했다. 그 뒤로 협회 주최로 영화제를 열어왔다. 정홍연 '갤러리 거제' 대표가 2009년부터 협회장을 맡아왔고, 박 감독을 비롯한 집행위원 4명이 10여 년간 영화제를 꾸려왔다.

그러나 정 회장과 박 감독 관계가 틀어지면서 협회 내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주최로 열린 영화제 '시네마디지털경남'에 박 감독과 집행위원들이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정 회장은 독립영화제 관계자들이 독립영화제가 아닌 또 다른 영화제 기획에 나서는 것을 두고 난색을 보였다. 반면 집행위는 문제 될 게 없다며 새로운 영화제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 이 영화제는 이듬해 한 차례 더 열렸다.

▲ 제14회 경남독립영화제 상영 작품 소개 예고편. /유튜브 갈무리
▲ 제14회 경남독립영화제 상영 작품 소개 예고편. /유튜브 갈무리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3월 협회 정기총회에서 정 회장 연임이 결정되자 박 감독을 비롯한 집행위원 4명 전원이 협회를 공식 탈퇴했다. 박 감독은 이날 회장 출마에 나섰다가 투표인 19명 중 7표를 받아 12표를 득표한 정 회장에게 밀렸고, 집행위원들은 투표 절차와 과정 등을 문제 삼아 협회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독립영화제가 예정대로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한 집행위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박 감독은 "협회를 떠날 때 추후 영화제 개최 관련 얘기를 주고받은 적은 없었지만, 영화제는 집행위가 만든 것인 만큼 앞으로도 집행위가 계속 여는 게 맞다고 생각해왔다"며 "협회가 이름을 바꿔서 여는 게 아니고 우리 영화제 이름을 그대로 여는 건 인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집행위는 앞서 10월 15일 독립영화제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경남독립영화제는 개최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그동안 협회 주최로 열어온 만큼 이번 영화제 개최에도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협회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창원 메가박스에서 영화제를 열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역에서 만든 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껏 힘들게 독립영화제를 지켜왔다"면서 "올해 초부터 어떤 얘기도 없다가 이제야 자기들(집행위원)이 만든 영화제라고 나서면서 유언비어도 퍼뜨리고 있다. 도를 넘는 형태를 계속 보인다면 법적 조처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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