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겐 세일 킬러〉 형슬우 감독
경쟁사회 그린 블랙코미디
〈거리두기〉 이유정 감독
실제 기사 바탕 작품 기획

지난 19일 창원 메가박스에서 개막한 '제14회 경남독립영화제'가 사흘간 일정을 마치고 21일 폐막했다. 상영작은 영화제 기간에만 경남영화협회 유튜브 계정에서 공개됐다.

그간 영화제 개최 작업을 주도해온 경남독립영화제 전 집행위원회가 지난 3월 전원 탈퇴하면서 영화제 명칭 사용 문제를 놓고 전 집행위와 갈등을 빚어온 협회는 실무진을 새로 꾸려 올해 영화제를 치렀다.

이번 영화제를 두고 협회는 "굉장히 잘 진행됐다"라고 자평했지만, 오디오 설정을 잘못해 개막 실황 영상이 소리 없이 중계되는 등 일부 준비가 미흡한 모습이었다. 영화제 기간 국내 초청작 10편(장편 2·단편 8)이 관객과 만났다. 극장에 나왔던 작품 2편과 관객과 대화(GV) 내용을 소개한다.

▲ 단편 <바겐 세일 킬러> 한 장면.  /갈무리
▲ 단편 <바겐 세일 킬러> 한 장면. /갈무리
▲ 형슬우(왼쪽) 영화감독이 20일 '제14회 경남독립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해 관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형슬우 영화감독, 장성준 영화감독. /최석환 기자<br /><br /><br /><br />
▲ 형슬우(왼쪽) 영화감독이 20일 '제14회 경남독립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해 관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형슬우 영화감독, 장성준 영화감독. /최석환 기자

■ 사람 목숨이 몇백만 원에 왔다갔다

◇〈바겐 세일 킬러〉 형슬우 감독

돈만 주면 목표물을 제거해주는 킬러, 적은 돈으로 청부살인을 맡기려는 청부인….

초청작인 단편영화 <바겐 세일 킬러>에는 이런 인물 두 명이 등장한다. 비장한 모습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킬러는 앞서 주차공간에 세워진 차량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차를 댄 다음 옥상으로 올라간다. 들고 온 총기를 꺼내고는 목표물이 사는 반대편 아파트 호수를 겨냥한다. 조준점을 잡고 집중하던 킬러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올해 아버지가 칠순이세요. 100만 원만 깎아주세요." 400만 원을 주고 살인을 맡긴 청부인이 요즘 세상에 너무 비싸게 받는 것 아니냐며 '현장 네고(흥정)'를 시도한다. 두 사람 출장에 잔금을 200만 원에 맞춰주는 곳도 있다면서 흥정에 나서지만, 부가세 포함 95만 원까지만 깎아줄 수 있다고 킬러는 답변한다.

영화는 청부살인을 업으로 잇는 이들의 무한경쟁 사회 속 분투기를 그린다. 작품을 연출한 형슬우(34) 감독은 단돈 몇백만 원에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세상을 스크린 속에 풀어냈다. 상영시간은 10분 남짓. 옥상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제 둘째 날인 20일 창원을 찾은 형 감독은 작품 계약 때마다 깎아달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며 이를 계기로 흥정 경험을 작품과 연결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 돈을 받아야 하지 않나. 근데 작품 계약을 할 때쯤 되면 모두가 다 할인을 해달라고 하더라"라며 "좋은 품질을 원하는 저들에게 나는 제값을 받고 싶은데, 할인을 요청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중 이걸 킬러 세계에 적용해보면 좋은 블랙코미디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 단편 <거리두기> 한 장면.  /갈무리
▲ 단편 <거리두기> 한 장면. /갈무리
▲ 이유정(가운데) 영화감독이 20일 '제14회 경남독립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해 관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성준 영화감독, 이유정 영화감독, 김창업 촬영감독. /최석환 기자<br /><br /><br /><br />
▲ 이유정(가운데) 영화감독이 20일 '제14회 경남독립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해 관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성준 영화감독, 이유정 영화감독, 김창업 촬영감독. /최석환 기자

■ 가해-피해자 종일 함께 코로나 시대 가정폭력

◇〈거리두기〉 이유정 감독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준비 중인 유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중 자가격리됐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이동 동선이 겹친 것이다. 다행히 면접은 뒤로 미뤄졌다. 증세가 없다면 2주 격리 이후 예정대로 면접을 볼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유진은 전신 거울 앞에서 소리 내 공무원 지망 이유를 연신 내뱉는다.

옆집에서 갖은 욕설과 함께 거친 말이 들려온다. 아파트 복도를 문 거울로 내다보니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와 있다. 서영이다. 시청에서 보낸 구호 물품으로 끼니를 때우던 유진이 엉겁결에 집에서 쫓겨난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온다. 집에서 본 아이 다리에는 멍이 들어있다. 서영이가 유진에게 "집에 안 가면 안 돼요? 말 잘 들을게요"라고 얘기한다. 유진은 밥을 먹지 못한 채 쫓겨난 서영에게 햇반을 데워준다.

영화 제목은 코로나를 연상시키지만 가정폭력이 주제다. 상영시간은 19분. 이유정(23) 감독은 20일 오후 열린 관객과 대화에 참석해 코로나 때문에 더 고통받는 가정폭력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된 건 작품기획 무렵 인터넷에서 읽었던 코로나 관련 기사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기획을 시작할 때 인터넷에서 봤던 기사에는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코로나 이후 미세하게 줄어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코로나 여파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밖에 나가지 못하고 같은 공간에 머물게 돼 신고 건수가 줄었다는 거였는데, 이후 이런 상황을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 연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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