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문제 인물 적격자 추천
문화예술계 반발로 뒤늦게 인지
재발 방지·공정성 요구 목소리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자진 사퇴한 원장 임용 후보자의 블랙리스트 이행 사실을 심사 과정에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서류·면접을 심사하는 원장추천위원회와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하는 이사회가 후보자에 대한 꼼꼼한 심사와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달 초 양경학(59) 원장 임용 후보자는 도의회 인사 검증을 사흘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양 후보자는 원장추천위원회와 진흥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적격 후보자로 추천된 상태였다. 그가 돌연 사퇴한 이유는 '블랙리스트 이행자'로 알려지면서 도내 예술계가 '지명 철회',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원장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일각에서는 "왜 블랙리스트 가해자가 임용 후보자가 됐느냐"며 허술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지적했다.

성춘석 경남민족미술인협회장은 "예술인 학살과 같은 블랙리스트 이행자가 원장 임용 후보자에 올랐다는 것은 철저한 인사 검증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또 원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가 블랙리스트의 심각성을 그만큼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진흥원은 원장을 공모하기에 앞서 원장추천위원회를 설치, 운영한다. 원장추천위원회는 행정안전부의 지방 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지침과 지방공기업인사운영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 추천 2명과 도의회 추천 3명, 진흥원 이사회 추천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원장추천위원회가 서류와 면접심사를 진행하고 원장 후보자를 고득점자순 2배수로 추천하면 이사회가 의결을 통해 최종 후보자 1명을 결정한다.

진흥원은 원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가 "면접과 후보자 의결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업무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진흥원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당시에는 제출서류를 참고하여 심의를 진행했으며,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업무 관련성을 밝히지 않았다"며 "추천위원회에서는 후보자가 '블랙리스트에 대한 사과, 심의 제도 혁신' 부분만을 얘기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의 직접 관여 사실에 대한 추가 질의가 없었고 이사회에서는 추천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의결한 것이므로, 블랙리스트 업무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진흥원은 양 후보자의 사퇴로 원장 채용절차를 다시 진행한다. 덧붙여 진흥원은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향후 위원회 개최 시 이번 사례 공유를 통해 면밀한 서류심사 및 면접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원장 공모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진 것을 교훈삼아 좀 더 공정·투명하고 개방적인 기관장 선임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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