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이행 논란에 사퇴 촉구 잇따라
양 후보자 "도·문화예술진흥원 부담 우려"사의 표명

'블랙리스트 이행자'로 논란을 빚었던 양경학(59)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임용 후보자가 도의회 인사 검증(21일)을 사흘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양 후보자는 1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 9일 원장 공개모집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를 했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양 후보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재직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를 했고, 진상조사 이후 2018년 문예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이에 도내 예술계는 양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두고 '원장 적격성' 의문을 제기했고 '지명 철회', '사퇴'를 요구했다.

양 후보자는 지난 18일 밤 사퇴 의사를 경남도에 알렸다.

그는 "원장 임용후보자 발표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열흘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며 "저로 인해 원장 임명권자인 김경수 도지사나 도청 관계자, 진흥원 직원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후보자는 "또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인생을 살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저의 극히 일면만을 보고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무책임하게 난도질을 해대는 것도 이제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21일 양 후보자의 원장 임용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계획했던 구자환 영화감독은 "개인적으로 (양 후보자에게)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자기가 불의한 일을 하면 말로써의 반성이 아니라 그에 대한 책임을 져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지사에게 원장 후보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논평을 냈던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양 후보자의 사퇴 소식에 "블랙리스트 가해자가 반성과 성찰 없이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사안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왜 블랙리스트 가해자가 임용 후보자가 될 수 있었는지 경남도의 사과와 원장추천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21일 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릴 양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후보자의 사퇴로 취소됐다. 도와 진흥원은 임용 후보자 사퇴로 원장을 재공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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