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직원 60여 명 대상
전자우편으로 사례 접수
"노동부 조사 오래 걸려"

창원경상대병원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 위해 해당 문제가 불거진 부서 전·현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창원경상대병원은 9일 고충심사위원회를 열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 방법으로 전수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고충심사위원회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2명과 노동조합 2명, 행정팀 1명 등 5명이 참석했다. 고충심사위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관련 업무 종사자 60여 명을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자에는 해당 업무를 현재 담당하거나 과거 담당했던 이들이 모두 포함됐다. 심사위는 이들로부터 전자우편으로 괴롭힘 사례 등을 받기로 했다.

경상대병원 노조는 진정을 접수한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 조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빨라야 14일 오후부터 조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이를 배제했다.

노조 관계자는 "파트장을 중심으로 한 병원 자체 조사팀이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 서면을 통해 과거나 현재 있었던 일을 진술하는 것을 토대로 이뤄질 것"이라며 "노동부 조사가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자들의 심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 창원경상대병원 한 의사가 직원에게 메신저로 폭언을 하고 있다. /경상대병원 노조
▲ 창원경상대병원 한 의사가 직원에게 메신저로 폭언을 하고 있다. /경상대병원 노조

노조는 이날 산부인과 의사에게 폭언과 폭행 등을 당했다는 피해자 11명의 진술을 확보해 노동부 창원지청에 진정을 냈다. 노조가 피해자로부터 위임받아 창원지청에 넣은 진정인은 현재 40명에 달한다.

한편,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있으면 사측이 자체 조사하도록 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사측이 직접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직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외부에 있는 제3자가 조사하는 게 맞다"라면서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내 조사가 원칙이라 객관적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감시·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회사가 문제를 조사할 때 △피해자 유급휴가 지원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 등 의무사항 준수 여부를 노동부가 감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처벌조항이 없다고 하지만 의무사항을 지키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처벌은 없더라도 법 위반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며 "창원경상대병원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내용에서 피해자들이 가해자들과 함께 있는 것을 꺼린다면 부서 이동 등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 밖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현실적인 문제해결 도구가 되려면 △회사 인사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사업주의 의무 강화와 행위자 처벌 강화 △노동부 관리·감독 실질적 권한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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