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호국·항일열사 활약에 감탄
산청 구형왕릉 웅장함에 입이 쩍
양산 통도사 문화재 그리며 공부

경상남도교육청이 지원하고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하는 '청소년 우리 고장 사랑 역사문화탐방'이 올해로 일곱 해를 맞았다. 학교는 지역적인 것보다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것을 주로 가르친다. 자기가 몸담고 사는 지역은 알아볼 기회가 드물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역 학생들과 찾는 까닭이다. 이렇게 지역을 살피고 보고 만지면 아끼는 마음도 많든 적든 생길 것이다. 모두 서른 학교(공동체)가 참여하여 열두 개 시·군을 탐방했다. 세 지역씩 나누어 네 차례 싣는다.

▲ 밀양 표충사에서 사명당을 기리는 사당을 찾아 미션 수행을 하는 성지여고 학생들.
▲ 밀양 표충사에서 사명당을 기리는 사당을 찾아 미션 수행을 하는 성지여고 학생들.

◇밀양에 독립운동가가 많은 까닭

밀양은 역사·문화·자연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멋진 고장이다. 올해 사파고(6월 5일) 성지여고(8월 31일) 밀성여중(11월 20일)이 찾았다. 밀양향교 예림서원 영남루 의열기념관 표충사를 둘러보았는데 밀양이 왜 대단한 고장인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일러주는 장소다.

표충사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 사명당을 모신다. 조선 조정은 그의 충성(忠)을 표창(表)한다는 뜻으로 절간(寺)도 만들고 제사 지내는 사당(祠)까지 두었다. 옛날 영정사(靈井寺) 자리인데 풀이하면 신령스러운 우물이 된다. 뒤에 버틴 재약산 꼭대기 사자평 습지와 무관하지 않다.

들머리 사천왕문은 물론 중심 건물 대광전을 비롯한 건물들과 삼층석탑도 멋지지만 으뜸은 우화루(雨花樓)다. 우화=꽃비는 부처님 말씀이다. 대광전에서 우렁우렁하는 염불 소리를 들으며 쏟아져 내릴 듯 압도하는 산세도 내다보고 밝고 환한 마당도 눈에 담을 수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어우러지는 교향악에 귀도 즐거운 자리다.

영남루는 따로 더할 말이 없을 정도로 멋지다. 웅장한 건물과 시원한 풍경이 영남에서 으뜸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어린아이가 쓴 현판이었다. 일곱 살과 열한 살짜리가 썼다고는 믿기 어려운 커다란 글씨가 거기 걸려 있다. 우람하면서도 아름다운 밀양향교와 주변 경치와 잘 어울리면서 아늑한 예림서원도 학생들은 꽤 좋아했다.

밀양은 독립운동가가 가장 많이 배출된 고장이기도 하다. 영화 <암살>에서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로 단박에 유명해졌다. 의열단을 조직하고 대장을 맡았던 김원봉은 밀양 독립운동가를 대표할 만하다. 하지만 함께 활동한 동료와 후배들도 대단했고 앞에서 끌어주며 모범을 보이고 세상을 보는 눈을 틔워준 선배들도 훌륭했다.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는 김원봉을 빼도 여든 분이 넘는다. 밀양이 의열운동의 본향이 된 배경과 의열단의 활약상을 알려주는 의열기념관은 김원봉 선생 생가터에 들어서 있다.

▲ 산청 구형왕릉을 찾은 남해고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산청 구형왕릉을 찾은 남해고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지리산 자락 산청에는 무엇이?

산청은 옥포성지중(5월 12일)과 남해고(11월 2일)가 선택했다. 임진왜란 미래 의병장을 대거 길러낸 남명 조식(1501~72)을 모시는 덕천서원과 멋진 기와집이 즐비한 지리산 들머리 남사마을과 나라를 신라에 넘긴 가락국의 마지막 임금의 유택 구형왕릉을 찾았다. 남해고는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도 찾았는데 앞서 거창사건추모공원과 겹치는 내용이라 생략한다.

덕천서원은 남명이 지리산을 바라보며 삶을 마감한 덕산마을에 있다. 스승 남명은 여기에 산천재를 짓고 제자들을 가르쳤으며 제자들은 선생 사후에 덕천서원을 세우고 스승을 기렸다. 먼저 강당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도전! 골든벨'을 진행하였다. 남명의 실천정신과 삶의 자세가 제자와 후세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사립인 서원이 같은 교육기관이면서도 공립이었던 향교와 어떤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는지도 살폈다.

남사마을에서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미션을 수행한 다음 구형왕릉으로 옮겨갔다. 나라 잃은 슬픔이 어린 장소지만 학생들은 고즈넉하면서도 산뜻한 독특한 분위기에 신기해했다. 피 흘리지 않고 나라를 넘긴 구형왕이 나을까, 처자도 희생하고 부하들과 결사항전한 계백 장군이 나을까는 조금만 생각했다. 돌로 쌓아 만든 이 보기 드문 적석총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멋진 추억을 만드는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 양산 북정동고분군을 밀성고 학생들이 둘러보고 있다.
▲ 양산 북정동고분군을 밀성고 학생들이 둘러보고 있다.

◇외형은 가야 내용은 신라인 양산의 고분

양산은 6월 8일 밀성고가 찾았다. 양산을 대표하는 불보사찰 통도사와 고장을 떠난 유물 환수운동에 적극적인 양산시립박물관, 그리고 양산 역사의 첫머리에 놓이는 북정동고분군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가장 오래된 절간이 통도사다. 석가모니 진짜(眞) 몸통(身)이 있다 보니 으뜸 전각인 대웅전에는 불상이 있지 않다. 대신 불상 자리에 유리창이 걸려 있다. 이를 통해 바깥쪽 돌로 만든 금강계단에 모신 진신사리탑이 눈에 들어온다.

통도사는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도 모자랄 정도다.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을 하면 곧바로 나가떨어진다. 특징적이고 중요한 유물을 찾아 인증샷을 찍는 미션 수행으로 흥미와 관심을 높였다. 자세히 그리기를 통해서는 하나만이라도 꼼꼼하게 챙겨보게 했고 질문 만들기는 이를 바탕삼아 문답을 진행하여 통도사와 불교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게 했다.

양산박물관은 바로 뒤편 북정동고분군에서 나온 유물을 주로 전시한다. 부부총과 금조총이 대표적인데 일제강점기에 처음 발굴한 부부총은 출토품이 일본으로 많이 빼돌려졌고 1990년에 발굴이 시작된 금조총은 그렇지 않다. 부부총은 부부로 짐작되는 남녀가 함께 나와서 붙은 이름이고 금조총은 금(金)으로 만든 새(鳥)다리 유물이 출토되어 붙은 이름이다.

북정동고분군은 가야 형식 무덤에 신라 양식 유물이 들어 있다. 신라가 가야를 장악하는 과정에 조성된 셈이다. 위치는 가야 고분들처럼 산기슭이지만 유물은 이를테면 금관의 경우 신라와 같아서 산(山)이 세로로 포개진 장식이다. 어쨌거나 시원하고 아늑한 느낌은 여느 고분군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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