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 가야·신라시대·임진왜란 시간여행
김해 - 율하유적공원·노 전 대통령 고향 방문
거창 - 민간인 학살사건 배우고 문바위 찾아

경상남도교육청이 지원하고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하는 '청소년 우리 고장 사랑 역사문화탐방'이 올해로 일곱 해를 맞았다. 학교는 지역적인 것보다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것을 주로 가르친다. 자기가 몸담고 사는 지역은 알아볼 기회가 드물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역 학생들과 찾는 까닭이다. 이렇게 지역을 살피고 보고 만지면 아끼는 마음도 많든 적든 생길 것이다. 모두 서른 학교(공동체)가 참여하여 열두 개 시·군을 탐방했다. 세 지역씩 나누어 네 차례 싣는다.

▲ 명진리 느티나무 아래에 서 있는 경남미용고 학생들.
▲ 명진리 느티나무 아래에 서 있는 경남미용고 학생들.

◇대승과 참패가 공존하는 거제

거제는 경남미용고(5월 21일)와 마산무학여중(7월 13일)이었다. 칠천량해전공원기념관과 옥포대첩기념공원을 둘러본 다음 명진리 느티나무와 거제초교 본관·기성관을 거쳐 마지막으로 사등성을 찾았다.

거제는 임진왜란 당시 승전과 패전이 함께했다. 옥포대첩기념공원전시관과 칠천량해전공원기념관으로 남았다. 옥포대첩은 1592년 충무공 이순신의 조선 수군이 거둔 최초 승리였다. 칠천량해전은 1597년 통제사 원균이 전함과 병사 대부분을 바다에 집어넣은 참담한 패배였다.

칠천량해전 사상자 대부분은 병졸과 백성이다. 전시관의 삼강행실도는 또다른 진실을 담고 있다. 왜적은 남자와 어른은 물론 여자와 아이까지 도륙했다. 양반들은 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충효를 내세워 그런 죽음을 본받아야 한다 찬양했다.

옥포해전은 승리와 패배의 연관성을 일러준다. 옥포의 승리는 며칠 뒤 고현읍성 함락으로 이어졌다. 왜적들은 배가 모두 불타자 어쩔 수 없이 뭍으로 진격했고 결국 거제의 중심 고현읍성이 함락되었다. 짜릿한 승리든 참혹한 패배든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제일 좋다.

오랜 역사를 품은 노거수 명진리 느티나무도 찾았다. 1500년 전 신라 시대부터 바다를 지키는 군대가 주둔하던 장소다. 나무 또한 그때부터 비슷한 모습으로 있었을 것이다. 학생들은 멋진 나무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한때를 보냈다.

거제면사무소 가까이 기성관은 경남에서 세병관·영남루·촉석루 다음으로 네 번째 큰 목조건물이다. 바로 옆 거제초교 본관은 한국전쟁 직후 불탄 자리에 지역민들이 지은 2층 석조 건물이다. 멋진 모습에 지역성과 역사성이 더해져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사등성도 찾았다. 거제에서 가장 앞선 역사를 간직한 평지 석성이다. 가야시대 독로국의 도읍이라 전해지기 때문이다. 고려 말기 왜구 탓에 섬을 통째 비웠다가 조선 건국 이후 처음으로 거제 관아가 들어선 자리이기도 하다.

▲ 통영YMCA 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하는 모습.
▲ 통영YMCA 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하는 모습.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의 비극 거창

거창에서는 11월 9일 거창대성고가 거창사건추모공원을 찾았다. 1951년 2월 신원면 산골에서 국군이 민간인을 대거 학살한 비극이 거창사건이다. 적군도 포로가 되면 함부로 죽이지 않는데 아무 증거 없이 북한군·빨치산을 편든다는 의심만으로 재판도 않고 자국민을 죽인 것이다.

박산합동묘역을 비롯해 학살 현장을 둘러보고 거창사건추모공원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관련 영상을 보고 묘역을 둘러보고는 소감 발표를 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와 네 살 다섯 살 아이도 학살당해 마음 아프다는 얘기에 더해 거창 학교에 다니면서 이런 사실을 몰랐다니 부끄럽다는 얘기도 나왔다.

문바위와 가섭암지마애여래삼존입상도 찾았다. 거창은 바위가 특징적인 고장이다. 이를 알려주는 으뜸이 문바위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크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덩치에 놀라 탄성을 내질렀다. 안팎을 둘러보고 너비와 높이를 가늠하면서 다들 사진을 찍었다.

마애삼존불상은 바로 위에 있다. 커다란 바위가 걸쳐진 틈새 암벽에 새겨져 있다. 맑게 갠 날에도 언제나 아늑하고 어둑하다. 고려시대 누군가가 죽은 어머니를 기리며 새겼다. 당시 불상을 조성하던 심정을 짐작해보면서 틈새로 쏟아지는 햇살의 따스함도 함께 느꼈다.

마지막 거창박물관은 가섭암지마애삼존불상 탁본, 둔마리 고분벽화, 대동여지도로 이름이 높다. 지역성이 뚜렷한 것이다. 건립 과정도 각별하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군 단위 박물관이고 민간이 설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다. 외지로 반출되어 언젠가는 찾아와야 할 거창 문화재를 보여주는 것도 다른 박물관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야외 전시 선정비들이 아주 큰데 이 또한 거창이 바위가 많은 고장이기 때문이다.

▲ 거창대성고 학생들이 박산합동묘역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 거창대성고 학생들이 박산합동묘역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수로왕 이전과 이후의 김해

김해는 다섯 차례 찾았다. 창신중(5월 11일) 통영YMCA(5월 18일) 거창샛별중(6월 4일) 함안여중(6월 29일) 진주제일중(7월 15일)이다. 대체로 율하유적공원·국립김해박물관·장방리 억새집·봉하마을· 분성산성 정도였다.

율하유적공원은 가락국의 수로왕 이전으로 역사 인식을 넓혀준다. 가락국의 철기시대에 앞선 청동기시대에 공동묘지로 조성된 고인돌 유적이다. 먼저 전시실에서 '도전! 골든벨' 문답으로 재미있게 사전 지식을 갖추었다. 크고 작은 고인돌도 둘러보고 실제 아래와 사방을 둘러싼 석관에도 들어가보았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가 전문이라 김해 가락국 말고 다른 가야들의 역사와 유물까지 살펴볼 수 있다. 두 명씩 한 팀으로 미션을 수행했다. 해당 문화재나 설명을 찾아 사진을 찍으면서 재미와 보람을 함께 누렸다. 자세한 설명은 문제를 풀면서 덧붙여 집중도를 높였다.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와 무덤이 있다. 일러준 것은 대졸이 아닌 유일한 고졸 학력 ㄴ대통령이고 서울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유일한 전직 대통령 등이다. 묘역은 고인돌을 본떠 평평하게 덮개돌만 올렸다.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문화유적이 될 수도 있겠다. 둘러보는 것은 자유의사에 맡겼더니 특이하게도 몇몇은 사자바위까지 갔다오기도 했다. 이 밖에 낙동강 유역에서 옛적 어떻게 집을 짓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장방리 억새집과 김해시가지가 한눈에 담기는 분성산성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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