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천 습지공원서 신나게 뜀질
곽재우·안희제 생가 등 찾아가
아낌 없이 나눈 구국 정신 새겨

▲ 의령 망우당 곽재우 장군 생가 앞에 있는 600년 된 은행나무를 찾은 아이들. /김훤주 기자
▲ 의령 망우당 곽재우 장군 생가 앞에 있는 600년 된 은행나무를 찾은 아이들. /김훤주 기자

◇생태체험

토요동구밖교실은 10월 생태체험을 26일 김해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을 찾아 진행했다. 구산·수정·LH행복현동·대산·덕산 다섯 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했다. 먼저 습지박물관에서 미션을 간단하게 하고 생태체험장에서 곤충을 잡으며 놀다가 도시락을 먹었다. 오후에는 제방을 넘어 화포천에서 마음껏 뛰고 달리고 구르며 놀았다.

수행해야 할 미션은 두 개만 냈다. 같은 습지식물인 갈대와 물억새가 무엇이 다른지와 호랑이와 같은 종류인 삵과 고양이가 어떻게 구분되는지였다. 찬찬히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삵은 고양이보다 귀가 둥글고 색깔과 무늬가 진하다. 또 갈대는 줄기가 비어 있고 물억새는 그렇지 않으며 갈대는 꽃이 갈색이고 물억새는 하얀색이다.

미션 수행을 잘했는지 물으니 대답이 씩씩하다. 어떤 내용인지 얘기해 보자니 함께 외치는 소리가 우렁찼다. 나와서 발표할 수 있는 친구? 하니까 여럿이 손을 든다. 그 가운데 삵은 한눈에 보아도 고양이보다 훨씬 세게 생겼더라는 얘기가 색다르게 들렸다.

곧바로 잠자리채와 곤충통을 들고 생태체험장으로 향했다. 연못도 꾸며져 있고 갈대·억새·부들이 자라는 습지도 마련되어 있다. 옆에는 나락을 베어 넘긴 논도 있고 누렇게 익은 벼가 넘실대는 논도 있다. 모두 다 아이들이 들어가 체험을 해도 되는 열린 공간이다.

시작할 때는 채를 휘두르는 품새가 어색했지만 조금 지나니 다들 괜찮아진다. 곤충을 놓치는 경우도 점점 줄어들면서 곤충통에 한두 마리씩 들어가 앉는다. 갈수록 습지나 들판 풍경이랑 잘 어울리게 되는 아이들이다.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는 잡은 곤충을 돌려보내기 전에 보고 그리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놀이에 더 정신이 팔렸다. 그린 친구는 몇 되지 않고 나머지 대부분은 화포천을 가로질러 나무다리를 오가며 이쪽저쪽에서 신나게 놀았다. 나중에 돌아갈 때가 되었는데 아이들 모으기가 힘들었다.

경화·웅천·용원·두레지역아동센터의 생태체험은 10월 5일 함안 입곡군립공원에서 펼쳐졌다.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계곡을 따라 한 바퀴 걸으며 노닐었고 무빙보트를 타고 긴줄넘기도 하며 놀았다.

▲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체험장에서 메뚜기와 나비 등을 잡고 있는 아이들. /김훤주 기자
▲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체험장에서 메뚜기와 나비 등을 잡고 있는 아이들. /김훤주 기자

◇역사탐방

2019년 마지막 역사탐방은 의령에서 했다. 이동·참살이·좋은씨앗교실·샛별·민들레지역아동센터는 10월 5일에, 큰샘원·호계·다문화·진해·누리봄다문화지역아동센터는 10월 26일에 떠났다.

의령 들머리에는 커다란 바위 위에 붉은 옷을 입고 칼을 든 용맹한 장수가 우뚝 서 있다. 홍의장군 곽재우라는 것은 의령이나 역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 물으면 대부분은 길목이라서 의령을 홍보하기 위하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령군에는 그런 뜻이 많지 않을까 싶다.

오전에 곽재우 생가와 백산 안희제 생가를 돌아보고 점심을 먹은 후 동상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정암루에 모여 앉았다. 동상을 가리키며 "왜 저기에 곽재우 장군이 있을까요?" 그랬더니 "사람들 눈에 잘 보이잖아요" 그런다. 다시 "우리는 왜 이곳에 역사탐방을 왔을까요?" 물었더니 "곽재우 장군 동상이 잘 보여서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고 보니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앞에 흐르는 남강이 정암진인데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곽재우 장군을 상징하는 붉은 색 옷을 입고 왜적과 싸워 큰 승리를 거둔 장소가 바로 이곳이랍니다." 얘기를 듣던 아이들이 멀리 서 있는 동상과 앞에 흐르는 강물을 번갈아 살펴본다. "어때요? 알고 보니 강물도 동상도 특별해 보이지 않나요?"

▲ 곽재우 동상. /경남도민일보 DB
▲ 곽재우 동상. /경남도민일보 DB

그러자 한 친구가 "저 아래 사람들도 곽재우 장군이 싸워서 이긴 장소를 보려고 저렇게 많이 온 건가요?" 묻는다. 정암진 솥바위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찾는 이유는 대부분 부자가 되게 해 주십사 빌기 위해서다. 물론 역사탐방으로 찾는 이도 있지만. 어떤 때는 버스를 타고 단체로 오기도 한다. 근처에는 무속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어떻게 설명할까 잠시 생각하다 오전에 다녀온 곽재우 생가와 안희재 생가를 소환하기로 했다. "오전에 곽재우·안희제 생가에 사람이 많았어요? 없었어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어요." "의령에는 우리나라 가장 큰 기업을 세운 회장 생가도 있다고 했지요. 그런데 거기는 언제나 북적북적해요. 사람들은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빌지요. 솥바위 앞에서처럼요. 이 얘기를 듣고 느낀 점을 발표해 볼 사람!?"

"사람들은 돈을 좋아해요." "나도 돈 많이 벌게 해 달라고 빌겠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아이들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그래 당연하다 맞장구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희제 선생과 곽재우 장군은 자기 돈을 나라를 구하는 데 아낌없이 쓰셨어요. 자신의 돈이 아깝지 않았을까요? 힘들게 살지 않고 그냥 편하게 살고 싶지 않았을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분들을 존경하지 않겠지요.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공부해 다음에 부자가 되면 그래도 주변을 한 번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 정도만 할 수 있어도 오늘 우리 의령 역사탐방은 완전 성공이랍니다." 아이들에게 마무리를 이렇게 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옳고그름에 대한 판단도 다양해진다. 역사탐방에서 느끼는 것은 그래도 변하지 않은 선이 존재하고 그것을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는 데에 대한 고마움이다. 어느듯 한 해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올 한 해 역사탐방을 다니면서 단 한 가지라도 아이들 마음에 남았다면 더없는 보람이다. 마지막이라는 말에 서운해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해진다. 다시 만나자 친구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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