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등장…가족 신뢰 붕괴
정서적 불안 기초한 호러물
후반 이야기 전개 힘 잃고
장르적 색채 흐릿해 아쉬워

구마사제 중수(배성우)는 여학생을 구마하던 중 악마의 훼방으로 끝내 실패한다. 악마는 중수에게 "너의 가족들에게 복수하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부마자의 몸과 함께 추락한다. 자신 때문에 여학생이 목숨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중수는 신부를 그만두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추락한 학생의 엄마가 중수를 모함하는 소문을 퍼뜨려 중수 친형 강구(성동일) 가족은 이사를 하게 된다.

▲ 영화 <변신> 스틸컷.
▲ 영화 <변신> 스틸컷.

새집에 이사 온 첫날부터 강구와 명주(장영남)네 가족은 밤새 옆집에서 들려오는 기괴하고 거슬리는 소음에 시달린다. 이튿날 아침부터 기이하고 무서운 일들이 쉴 새 없이 벌어진다.

"어젯밤에 아빠가 두 명이었어요."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한 악마가 우리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서로서로 믿지 못하고 온 집안은 공포로 휩싸인다. 서로 의심하고 분노하고 두려워하는 가운데 외국으로 떠난다던 중수가 갑자기 찾아온다.

▲ 영화 <변신> 스틸컷.
▲ 영화 <변신> 스틸컷.

◇가족 안으로 들어온 악마

본디 한국적인 정서가 아니었던 엑소시즘이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 <곡성>(감독 나홍진) 등을 통해 점차 익숙해지는 참이다.

그리고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 <변신>은 오컬트 영화의 범주에 한국적인 정서인 가족을 끌어들여 공포를 선사한다.

그 공포의 저변은 가장 믿고 의지하는 가족이 어느 순간 가장 무서운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들이다.

"우리 딸 많이 컸네." 아빠가 어느 날 잠자는 딸의 방에 들어와 이불을 걷어 내리며 욕망 서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동생들이 귀찮아 죽겠지? 뒈지지도 않고." 서로 의지하던 동생이 갑자기 싸늘한 표정으로 언니에게 말한다.

"내가 너희를 키우느라 껍데기만 남았는데…." 달걀말이가 짜다는 막내에게 엄마는 식탁 위 그릇을 밀어버리며 욕을 쏟아붓는다.

▲ 영화 <변신> 스틸컷.
▲ 영화 <변신> 스틸컷.

늘 든든하게 우리를 지켜줬던 아빠에게 불안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 딸, 친구 같던 동생의 낯선 모습에 서늘해진 언니. 세상의 전부인 엄마에게 극강의 공포를 느끼는 어린 아들. 가족의 모습으로 변신한 악마는 저마다 약점과 분노를 자극해 섬뜩함을 준다.

영화는 이러한 정서적 공포에다 둔기를 들고 가족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휘두르는 그로테스크한 상황으로 물리적 잔혹함을 더한다.

다정한 아빠, 든든한 엄마, 동생들을 잘 돌보는 장녀, 이제 막 사춘기를 시작한 둘째, 마냥 귀엽고 어린 막내. 단란했던 가족 서로에게 "절대 믿지도 듣지도 마!"라는 미션은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끊임없이 의심하게 하며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 영화 <변신> 스틸컷.
▲ 영화 <변신> 스틸컷.

◇뒷심 없는 아쉬움

강력한 악마, 구마에 실패한 사제, 경매로 싸게 나온 집, 피가 범벅인 된 동물 사체와 목 잘린 성모 마리아 등이 널브러져 있는 옆집과 그곳에 사는 남자, 부재한 가족으로 변신해 다른 가족을 괴롭히는 악마 등 영화는 중반까지 시각적 공포와 심리적 공포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주차문제, 이웃 간 소음, 애증의 감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속마음을 건드리며 서로 이간질하는 악마의 모습은 현실에 발을 디딘 공포로 그 크기를 배로 높인다.

그런데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며 급격히 힘을 잃는다.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서도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했던 영화 전반의 규칙과 '떡밥'처럼 깔아 놓은 이야기들이 갑자기 휘발된다.

▲ 영화 <변신> 스틸컷.
▲ 영화 <변신> 스틸컷.

CG(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힘을 빌려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 같았던 오컬트의 장르적 색채 역시 후반으로 갈수록 희미해진다. 대신 가족영화가 정착해야 할 지점으로 가기 위한 쉬운 선택으로 마무리 하는 느낌이다.

특히 강구와 중수와의 관계, 아내와 남편의 관계 등 서로 감정을 조금 더 드러냈더라면 결말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에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변신>은 밖에서 안으로 문이 닫히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집안이라는 밀폐된 공간과 가장 의지해야 할 가족이 서로에게 위협되는 존재가 되었을 때의 공포를 악마라는 상황을 통해 묻고 있다.

감독은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작들을 통해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람이 제일 무섭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현실에서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한 범죄가 많다"라고 말했다.

사탄의 모습으로 빙의한 성동일과 장영남은 특별한 분장 없이도 몸짓 하나 눈빛 하나로 공포를 선사하며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준다. 모호하게 정체를 숨기며 끝까지 관객과 밀고 당기기에 성공한 웃음기를 지운 배성우의 연기 변신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악마가 사람한테 다가올 때는 불안감과 분노를 이용해서 온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될 마음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 등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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