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와 특별한 인연 없는 구시대 유물
차라리 3·15나 NC다이노스 홍보깃발을

서울 사는 후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삼대구년만에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였다.

"선배, 마산하고 새마을운동하고 무슨 상관이야?"

무엇 때문인지 몰라 이유를 물었더니 이랬다. "이번에 마산을 처음 다녀왔는데 고속도로 나들목에 새마을기가 숱하게 꽂혀 있더라?"

자기 고향 충청도는 물론 서울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이라고 덧붙이면서였다.

새마을기라면 남해고속도로 동마산나들목이다. 거기서 국립3·15민주묘지 쪽으로 좌회전을 하면 나온다. 도로 옆에 바짝 붙어선 채로 새마을기가 여럿 자리 잡고 있다. 후배는 여기로 해서 마산에 들어왔을 것이다. 마산 사는 사람한테는 늘 보는 범상한 것이지만 마산을 처음 찾은 후배한테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들어서는 관문에서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무리지어 나부끼는 새마을기가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이다. 자치단체들이 관문을 꾸미고 가다듬는 이유가 나름 짐작이 되었다.

알려진 대로 마산은 새마을운동과 별로 관련이 없다. 새마을운동은 좋은 성과를 거둔 측면도 있지만 크게 보면 박정희 독재정권을 받치는 관제 국민 동원 운동이었다. 박정희는 1976년부터 관공서에 새마을기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했다. 박정희를 뒤이은 전두환은 더 나아가 1980·81년에 새마을단체 지원을 법제화했다. 정권을 위해 운영·동원되는 조직에다 합법적으로 나랏돈을 퍼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새마을기는 30~40년 전 독재를 떠올리도록 만드는 '구시대의 유물'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새마을기 의무 게양은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1994년 사라졌다. 물론 새마을단체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고 과거에는 조국 근대화를 위해 현재는 사회봉사를 위해 열일하는 조직'이라 하겠지. 그렇다 해도 깃발은 자기 단체 앞에다 내걸면 충분하지 사람들 많이 오가는 마산의 관문에까지 내걸 일은 아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마산에 알릴 것이 그렇게도 없나?' 전혀 그렇지 않다. 먼저 마산은 3·15의거의 도시다. 우리 역사 최초로 일반 백성이 최고지배자를 이겨먹은 마산의 자랑이다. 10·18도 있다. 1979년 그날의 마산시위가 도화선이 되어 박정희는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 했고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를 향한 새로운 봇물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차라리 NC다이노스야구단이나 저도연륙교 콰이강의 다리도 좋다. 조금 천박한 느낌이 들지만 올해 황금돼지해를 맞아 대박을 치고 있다는 마산앞바다 돝섬 광고도 괜찮다. 그 무엇을 내걸든 빛바랜 새마을기의 펄럭임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

지나다니면서 볼 때는 어림짐작으로 10개 좀 넘겠지 여겼다. 이번에 정확한 숫자나 알아보자 하고 가서 세어보았더니 무려 32개였다. 여기에 새마을기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 궁금하다. 1개도 아니고 32개씩이나 나부끼는 존재의 이유를 누구한테 물어야 알 수 있을까?

 

 

 

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
[출판국에서]아무도 안 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비춰볼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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