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저널리스트 두 사람
갱년기에 대한 과학적 분석
시트콤 같은 일상 이야기 등
웃음·공감으로 동년배 위로

제목을 보고 '갱년기 이야기인가?'라고 짐작했다면 맞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골랐다면 그대는 공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좀 쉬라고 호르몬에서 힘을 살짝 빼준 거야>의 독일어판에는 '갱년기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책'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저자 막심 레오와 요헨 구취는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다. 이들은 번갈아 글을 쓰는 독특한 방식으로 그들의 이름을 딴 '레오&구취'라는 칼럼난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들의 공동 창작이다.

주님의 명령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너스레에 가까운 출판 동기를 읽는 순간부터 책은 각종 장르를 넘나들며 순식간에 빠져들게 한다.

"내 딴에는 인간들에게 뭐랄까 휴식의 시간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걸 주고 싶었지. 잠시 숨 좀 돌리라고 말일세. 짝 짓느라, 일하느라, 젊은 시절을 정신없이 보냈으니 오죽이나 진이 빠졌겠어? 그래서 좀 쉬라고 호르몬에서 힘을 살짝 빼준 거야. 요는 40대와 60대 사이를 황금의 안식기로 만들어주고 싶었던 나의 자애로운 배려의 결과물이 바로 갱년기라는 거지. 그런데 웬걸 이놈의 인간들이 남의 속도 모르고, 갑자기 인생이 허무해졌다느니 뭘 위해서 지금까지 살았는지 모르겠다느니…"라는 주님의 탄식을 들으며 "너와 다른 갱년기 인간들한테도 위로가 될 만한 책을 웃기고 재미있게 써보게"라는 뜻을 받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독일 아마존에서 건강 - 외과분야, 선물 - 위로분야, 가정 - 이혼분야, 유머 분야까지 각각 1위를 차지해본 이력이 있는 이 책은 실제로 호르몬 감소나 온도조절시스템의 교란, 탈모, 비만 등에 관한 내용부터 갱년기 부부의 시트콤 같은 일상과 함께 강력한 웃음, 그리고 지금 40대 이후를 살고 있다면 격한 공감을 자아낼 따뜻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시작은 버티고 버텼건만 갱년기 확정을 알리는 노안 판정을 받는 데부터다.

풀죽처럼 서로 엉켜 흐느적거리는 글자들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미간을 찌푸리다 메뉴판을 노려보기도 하고, 아내가 주문할 때 잽싸게 "같은 걸로요" 했다 돈가스보다 단호박 생강수프를 뒤적거리는 날이 더 많았건만 결국 그는 안과의사와 만난 지 2초 만에 갱년기 판정을 받고 만다.

"이제 돋보기를 쓰셔야겠네요."

친구들의 오십 번째 생일에 초대받는 것이 일상이 되고, 아이들과 영화를 보다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린 이후 '중년의 남자는 바람보다 빨리 우는 풀보다도 더 빨리 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20대에 만났으나 이제는 눈으로 축구를 하는, 그것도 이미 침침한 눈으로 축구 경기를 하는 중장년부 회원들, 너무나 다른 수면 스타일에 서로 불편해하느니 이제는 각방을 꿈꾸는 남자의 소박한 소원, 소싯적 클럽에 다녔던 추억을 떠올리며 "Let's go crazy"를 외쳤건만 결국 "집이 제일 편해"로 마무리하며 집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일탈이 담겼다.

"질풍노도는 사춘기의 실존적 특징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갱년기의 질풍노도 역시 사춘기의 질풍노도만큼이나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질풍노도다. 사춘기나 갱년기 인간들에게는 다음 두 가지보다 더 쓸모없는 것은 없다 : 이성과 논리."(100쪽)

하지만 감수성이 정점에 이른 지금을 더 사랑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속 시도한다. 결국, 어떤 모습이든 나답게 살면 되지 않겠는가.

이 책을 덮을 때쯤 조용히 읊조리게 된다. 당신도 그렇고 내가 더 심하고 그러니 우리 모두 괜찮다. 원성철 옮김, 모래의 책 펴냄, 254쪽,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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