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피해자 남편-가해자 아내 공조…시간 교차편집·배우 열연 주목
기방도령, 신분사회 조선의 남녀차별 배경…풍자·해학 빠진 채 메시지 흐릿
허무한 진실 억지웃음 공감하기엔 애매모호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감독 존 왓츠)이 개봉 12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감독 가이 리치)은 지난 5월 23일 개봉 이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며 천만 관객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한국 영화 <진범>과 <기방도령>이 스릴러와 코미디를 장착하고 지난주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5일 열린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식에서 '부천 초이스 : 장편' 부문 관객상을 받은 <진범>과 '2PM' 준호를 꽃도령으로 변신시켜 여심 몰이에 나선 <기방도령>이 무더위를 피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진범〉스틸컷
▲ /〈진범〉스틸컷

◇진범

한 여자가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용의자는 피해자와 내연관계였다고 의심받는 준성(오민석). 준성의 휴대전화에는 피해자와 꽤 가까운 관계였다고 추측할 만한 문자메시지 기록이 있고, 사건 당일 생긴 피해자의 혈흔에서 준성의 머리카락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일찍 종결된다.

준성은 피해자의 남편 영훈(송새벽)과 친한 친구 사이다. 아내와 친구를 한꺼번에 잃게 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영훈은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사건 당일을 복기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용의자이자 목격자 상민(장혁진)이 나타나고 영훈은 진범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편,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무죄를 입증해 줄 영훈의 증언이 필요한 준성의 아내 다연(유선)은 영훈 주위를 맴돈다. 영훈은 진범을 잡자며 다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영훈이 상민을 추궁하면서 세 사람은 서로 각자를 의심하게 되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영화 <진범>(감독 고정욱)은 결코 협력할 수 없을 것 같은 피해자의 남편과 가해자의 아내가 각자 다른 목적을 위해 공조하는 게임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강렬한 살해 장면으로 시작해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영훈이 한 남자를 뒤쫓고 그를 잔인하게 고문하며 추궁하기까지 영화는 초반부터 휘몰아치며 몰입도를 높인다.

▲ /〈진범〉스틸컷
▲ /〈진범〉스틸컷

아내가 그날 왜 죽어야 했는지 절실하게 이유를 찾는 영훈과 "아이를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울 수 없다"라며 맹목적으로 영훈에게 매달려 남편의 무죄 입증을 요구하는 다연의 팽팽한 기 싸움은 영화를 이끌어 가는 힘이다.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등장인물 속에서 영화는 사건 발생 6개월 후부터 점차 사건 당일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편집으로 긴장감을 높인다. 여기에 아내를 잃고 오직 진범을 향해 돌진하는 영훈 역의 송새벽과 남편의 무죄 입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다연 역의 유선 등 배우들의 연기는 시너지를 더한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상황보다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증거와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설정은 누가 진범이고 왜 그랬는지 알게 되는 순간, 팽팽하게 잡아당기다 갑자기 놓아버린 고무줄처럼 다소 허무하다.

도내 롯데시네마 상영관에서 볼 수 있다.

▲ /〈기방도령〉 스틸컷
▲ /〈기방도령〉 스틸컷

◇기방도령

때는 조선시대, 기방 '연풍각'에서 태어나 수려한 용모와 뛰어난 기예, 여심을 꿰뚫어 보는 타고난 천성의 꽃도령 허색(준호).

역관 공부라도 하라는 연풍각 안주인 난설(예진원)의 닦달에도 놀고먹기를 자초하며 한량으로 세월을 보낸다.

보다 못한 난설은 허색을 쫓아낸다. 방황하던 허색은 우연히 괴짜 도인 육갑(최귀화)을 만나게 되고 기방결의를 맺으며 단짝이 된다.

그러던 중 연풍각이 폐업 위기에 몰린 것을 알게 된 허색은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기로 한다. 육갑과 함께 기획부터 홍보까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허색은 단숨에 조선 최고의 기방도령에 등극한다.

오직 여성에게만 정절을 요구하는 엄격한 분위기 속에 은밀하고도 빠르게 소문이 나면서 연풍각은 조선 사대부 여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 /〈기방도령〉 스틸컷
▲ /〈기방도령〉 스틸컷

허색의 영업 비결은 사대부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 주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허색은 우연히 마주친 양반집 규수 해원(정소민)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잘나가던 허색의 사업은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엄격한 신분 사회, 남녀 차별이 당연했던 조선을 소환한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은 이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으나 그 전달에 풍자와 해학은 빠지고 억지웃음과 노골적 양분법이 대신하면서 그 의미는 흐릿해졌다.

파격적인 뒤태로 등장한 최귀화를 중심으로 작정하고 웃음 공세를 펼치지만 짐작 가능한 웃음 포인트나 B급 유머 코드가 관객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연을 비롯해 조·단역 배우 캐스팅 등에서 제작에 참여한 JYP의 색채가 영화 곳곳에서 진하게 묻어나는데 특히 영화 중반 사랑 고백 편지에서 '태을미 태을미, 태태태태 태을미'가 되는 순간 그저 헛웃음이 나온다.

포스터 전면에 내세운 "고민할 게 무어요. 그냥 즐기시지요"라는 말처럼 차라리 뚝심 있게 코미디로 밀어붙였다면 되레 여름에 유효한 코미디 영화가 될 법도 했겠지만 영화 마지막 아련한 사랑 이야기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아쉬움을 남긴다.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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