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 기자 에세이
자발적 삶이 주는 매력 풀어내

"다 때려치우고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으며 살까?" 술 한잔 기울이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직장인들.

다음날이면 '성실한 무기수'처럼 회색빛 얼굴로 출근을 서두른다.

아사히신문사의 1963년생 곤도 고타로. 입사 동기들은 몇 해 전부터 전문 분야 담당 기자로 자리 잡아 거드름을 잔뜩 피우며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문화 기사를 써대지만 곤도는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하는 자칭 '게릴라'. 웬만한 부장들은 후배다. 신문은 점점 힘이 약해지고 잡지는 힘이 빠지고, 책의 힘이 빠지는 순간이다.

몇 권의 책을 출간한 50대 중반의 기자 역시 자신의 노년에 대해 어찌 걱정이 없었을까? 곤도 고타로는 어느 날 선언한다. 먼 시골에 있는 1인 지국에 보내 달라고.

다 때려치우고 농사만 지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에게 글 쓰는 일은 어느새 돈 문제를 뛰어넘는 일이 되었다. 글 쓰는 일이 그의 삶이 되었기 때문이다. 벼농사를 지으면 굶어 죽을 일은 없다. 그래서 최소한의 군량미만 확보하고 글을 계속 쓰겠다. 될 수 있으면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생활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글쓰기다. 그게 바로 얼터너티브(alternative) 농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내가 누군데? 나 곤도 고타로야. 피둥피둥 살이 오른 자의식. 조직에 속한 사람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고, 그 역시 충동적으로 선언한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 <최소한의 밥벌이> 곤도 고타로 지음
▲ <최소한의 밥벌이> 곤도 고타로 지음

<최소한의 밥벌이(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권일영 옮김, 2019)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절대 도망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상대에서 등을 보이며 온 힘을 다해 도망치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한쪽 발을 담근 채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만 다른 곳으로 살짝 벗어나 보는 것.

평생 도시에서만 자란 그가 스쳐 지난 적도 없는 나가사키현 이사하야시로 발을 딛는 순간부터 하루 한 시간 농사를 짓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스승님을 만나고, 땅을 구하고, 기계를 빌리고, 이웃과 소통하고 그 과정을 아사히신문에 6개월간 연재한다. 고봉밥을 아침마다 입안으로 우겨넣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으며 그는 여러 번 다짐한다.

"생활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글쓰기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이걸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글쓰기 본업을 지킨다."

알로하셔츠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의 이야기는 마치 이웃의 농사를 지켜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노동환경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분석은 날카롭다. 노동은 괴로워야 당연한가. 원래 노동은 즐거움의 원천 아니었나. 젊은이들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노동시장의 문제, 지금 노동 시장은 돈을 지급하는 갑이 완전히 지배하는 상황이다.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우선은 각자가 내키는 대로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멧돼지를 만나고, 태풍을 만나고, 서툰 농기계 운전에 스스로 농사를 망칠 뻔도 하던 그가 최소한의 밥벌이에 성공할까? 그의 밥벌이는 지속 가능할 것인가. 경험을 꾹꾹 눌러 담은 글은 살아 펄떡인다. 쌤앤파커스 펴냄, 363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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