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후 첫 주말 맞은 현장
LH, 피해주민 이주대책 검토
심리상담 받는 발길 이어져
희생자 추모 국화·펼침막도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참사 현장 아파트에는 침묵만 흘렀다.

303동 현관 입구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 엽서에 쓴 '투명 꽃' 시도 꽃다발에 있었다. 시구는 '꽃잎 휘날리며 울부짖던 너의 소리 듣지 못하였다. 휘날리던 꽃잎의 슬픔을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밤하늘이 걷히우고 이 자리에 하얀 꽃을 놓아본다'.

주민대표회의와 관리소가 함께 내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검은색 애도 펼침막이 있었고, 불이 난 406호의 창살은 당시의 참상을 말해주듯 틀어진 채 그대로 달려 있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틀어진 창살만이라도 치워달라는 민원이 많아 오늘 중으로 공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 진주 방화·살인사건 현장 한 아파트 입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국화들이 놓인 중간에 누군가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며 손수 쓴 시가 달려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들도 유족과 부상자 가족을 돕기 위해 가장 먼저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 19일 주민대표회의와 관리소는 주민 전체 회의를 열고 우선 모금운동 취지를 설명하고 뜻을 모으기로 했다.

충격을 받고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주민 등에 대한 이주대책이 추진된다. 참사가 난 아파트 운영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1일까지 참사현장인 303동 주민 등에 대한 주거 불편과 민원을 현장에서 접수했다. 이 동은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사망자 5명과 부상자 13명이 살던 곳이다.

LH는 희생자 가구와 같은 동 거주자를 비롯해 인근 동 주민들의 민원도 함께 상담해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주민 불편과 민원을 접수한 후 다른 동이나 아파트로 이주하는 대책도 검토할 계획이다. LH는 "피해 주민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려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고자 민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도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렸다. 경찰관 2명이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고, 간간이 순찰차와 비상등을 단 차량도 다녔다.

관리사무소 옆 작은 도서관에 마련된 대한적십자 심리회복지원센터와 현장 이동통합심리상담센터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봉사자는 "앞으로 한 달이 가장 중요하다. 주민들은 처음에 당황하고 놀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겨 죄책감에 빠져 들면서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기"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상담 중에 울거나 불안 증세를 보이는 분들이 있다. 집에서 나오지 못하거나 집에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주민도 있다"면서 "주민들은 그때 상황을 잊고 싶어하지만 언론사 차량이나 경찰 등을 보면 그때 상황이 떠올라 그들을 피하고 있다. 현관 앞에 놓인 조화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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