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통제·가림막·재입장 불가 관람객 축제장 밖으로 안 나와 "평소 주말보다 못해 유료화 탓"

"축제 특수 없다. 평소 주말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

진주남강유등축제장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오가는 진주성 앞에서 장어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예년처럼 축제 특수를 준비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만 16명을 고용했는데 지난 3일(토요일) 하루 매출이 인건비 주기에도 부족했다. 평소 주말보다 장사가 더 안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 업주는 "아르바이트 아줌마 1인당 인건비만 10만 원이다. 아줌마들이 더 미안해한다. 축제장 안에는 인파가 많지만 축제장 밖으로 나오지 못해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매출이 20% 정도밖에 안 된다. 인근 장어집도 비슷하다. 장사가 되지 않는 여파는 우리만 그치지 않고 양념 등을 공급하는 업자들도 함께 죽을 맛"이라고 주장했다.

망경동 한 식육식당 사정도 비슷했다. 이 업주는 "축제 보름 동안 매출이 1년 매출과 맞먹었는데 올해는 매출이 거의 없다. 지난해만 해도 북적거렸는데 올해는 인적이 드물다. 외지 장사꾼들에게 땅을 대여해주던 주민들도 장사가 되지 않는 바람에 자릿세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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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수교에서 제7문인 서문으로 가는 길에 설치된 가림막. 2겹으로 돼있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림막으로 인해 유등축제 관람객과 행인은 완전히 분리됐다./단디뉴스

칠암동 한 횟집도 주말 동안 손님이 10여 명에 그쳤다고 울상을 지었다.

장사가 안 되는 곳은 축제장 인근뿐 아니라 광범위하다. 예년 같으면 종일 줄을 서서 북새통을 이뤘던 중앙시장 인근 한 유명식당은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할 정도다.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교통통제구간 안에 있는 진주교와 천수교 인근, 진양교∼천수교 강변 등에 있는 식당은 오후 4시부터 승용차 진입이 안 돼 손님은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급기야 천전동 일대 상인들은 탄원서까지 돌리고 있다. 3일부터 서명을 받았고, 100명이 넘는 상인이 서명했다. 탄원서는 "유등축제 도로 통제로 말미암아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장사가 되지 않는 이유로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차량 통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차량이 밀려 몇 시간씩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교통체증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축제장을 오가는 차량이 줄었다는 뜻이다.

셔틀버스를 이용한 외지 관람객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축제장에 들렀다가 2, 3시간 보내고 나서 셔틀버스(오후 11시까지만 운행) 시간에 맞춰 서둘러 축제장을 떠나면서 인근 식당에 들를 겨를이 없다.

특히 축제장에 들어가면 재입장이 안 되므로 관람객들은 축제장 안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 축제장 밖에서 돈을 쓸 기회조차 없다.

출입객 통제를 위해 설치한 가림막도 악영향을 미쳤다. 가림막이 축제장과 인근 지역을 단절하는 장벽이 됐고, 인근 식당 등에서는 축제장이 보이지 않아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없게 되면서 결국 손님이 없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유료화 이후 축제장을 찾은 연령대가 젊어지면서 인근 식당보다는 축제장 안에 있는 간이음식점을 이용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 상인은 "진주시가 지난해 10월 축제 관람객이 280만 명, 경제파급 효과가 1800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경제파급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고 몸으로 느꼈다. 하지만 올해 과연 그런 경제파급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유료화로 축제 재정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지역 상권은 엉망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주남강유등축제는 1일부터 11일까지 남강과 진주성 일원에서 열리며 유등은 일몰 때부터 밤 1시까지 점등한다. 무료 셔틀버스는 시외곽 임시주차장 5곳에서 축제장까지 전용차로를 이용,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7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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