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납품 한계로 시작한 소셜미디어 감 가공품 주문 봇물

이번 현장100℃는 기자 체험이 아니다. 창원·진영지역의 단감은 대부분 중생종인 부유단감이다.

'부유' 수확은 11월 초 시작한다. 약 20일 간 집중적으로 수확하는데, 이유는 첫 서리가 내리기 직전까지 감을 키워야 좋은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출하기에 맞추는 문제도 있지만, 9월 말은 갓 '3차 비대기'로 접어든 시기로 아직 익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할 수 없는 체험을 농가에 요구할 수는 없다. 익지 않은 감을 따는 것 자체로 민폐이기 때문. 하지만 단감 가공품 취재를 하던 중, 단감 따는 체험보다 더 펄펄 끓는 현장을 발견했다. 우포늪 근처 '감조은 마을' 옥영재(62) 씨가 그 주인공이다.

시부모님의 농사일을 물려받은 남편을 따라 이곳으로 온 옥 씨는 집에서 먹고, 나눠 먹을 맘으로 감식초를 담갔다. 반응이 좋았다. 본격적으로 해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본인의 의지도 남달랐다.

감 가공품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고, 환갑이 다 된 나이는 문제가 안됐다.

옥영재 씨./

농업기술센터와 한국사이버농업인연합회 등을 찾아다니며 물었고, 공부했다. 그러면서 그가 배운 것은 놀랍게도 '블로그'였다.

"연 40시간 넘게 진주까지 다녔어요. 가보면 남편과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았죠. 강의를 보통 저녁에 하는데, 낮에 농사일하고 다녀오려면 늘 쉽지 않았죠."

그가 블로그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소농이 가지는 한계를 깨닫게 된 후였다.

"농작물 가공품을 농민들이 많이 하는데, 사실 대형마트는 우리가 들어갈 수가 없어요. 대량으로 생산하는 곳에서만 납품을 할 수 있으니, 사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팔 곳이 없더라고요."

절박함에 배운 '블로그'는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수시로 포스팅을 하고, '블방(블로그 방문)'을 하고 주문 사항을 체크한다. '스마트폰'도 이제 없어선 안 될 '농기구'다. "밖에서 일할 경우가 많으니까, 수시로 블로그 댓글을 확인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이 필수죠. 일하다 사진도 찍고요."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공동대표이자 남편인 노태걸 씨가 한국사이버농업인연합회 전진대회에 상을 받으러 수원엘 간 적이 있다.

"주최측에서 꽃다발을 준비하라는데, 본인이 받는 상에 본인이 꽃다발을 갖고 오라니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용인에 사는 블로그이웃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더라고요!" 옥 씨는 요즘 SNS에도 관심이 많다.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도 주문전화가 오면, 페이스북에 올리라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한다.

"농업인들 모임이나, 동창회에 나가면 사람들이 궁금해 해요. 당신들 블로그 딸이나 며느리가 해주는 것이 아니냐고요. 하하."

창원, 수원, 진주까지 나이, 거리, 시간 등은 배움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농사일을 위해 배운 블로그였지만, 이제 블로그 덕분에 일하는 맛, 사는 맛이 난다고 한다. 인생 황혼기 옥영재, 노태걸 씨의 현장 100℃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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