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첨가제 없이 있는 그대로 제 몸 바꿔 건강한 먹을거리로

단감은 자체로 훌륭한 과일이지만, 다른 과일과 달리 '숙도'나 '보관방법'에 따라 형태나 그 맛이 다양하다.

'호랑이가 무서워했다'는 곶감은 감의 대표적인 다른 모습이다. 곶감이 껍질을 깐 감을 통째 말린 것이라면, 감 말랭이는 먹기 좋을 크기로 잘라 말린 것이다. 곶감에 비해 만들기가 비교적 쉽고, 먹기도 편하다. 수소문해 찾은 감 농장에서 직접 만든 감 말랭이는 그야말로 '감'만 말린 것이다. 곶감이나 감 말랭이를 만들 때 유황을 피워 놓으면 색이 잘 나오고, 보관이 쉽다고 하지만, 여기 말랭이는 그냥 감을 말린 것이다. 건조기에 말리는데, 다른 곳 말랭이와 달리 겉의 수분을 최대한 없앤다. 만졌을 때 딱딱한 느낌이 날 정도로 말려 냉장·냉동 보관했다 꺼내 먹으면 속의 수분이 약간 녹으면서 차진 맛이 난다. 모양이나 색이 입맛을 당길 정도로 화려하진 않지만, 질기지 않고, 씹을수록 깊은 단맛이 난다.

감 말랭이

감을 활용한 가공품도 인기가 많은데, 접하기 쉽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앞선 곶감이나 말랭이는 갓 딴 감과 마찬가지로 농산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감 가공품으로 알려진 감식초, 감잎차 등은 가공품으로 분류돼 성분분석을 받아야 하고 등록 후에 판매해야 한다.

주 취재원으로 삼은 창원 동읍의 농가와 농협에 두루 알아봤지만, 단감 가공을 하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창녕군 이방면의 '감조은마을'이다.

이곳은 노태걸(64), 옥영재(62)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감 농장과 감 가공을 함께 하고 있다. 방문하자마자 단감과 감잎차를 내 주신다. 단감은 중생종인 '부유'가 아니라 조생종으로 알려진 '태추'다. 껍질이 연하고 육즙이 많아 맛이 좋지만, 많이 재배하진 않는다고 한다. 직접 깎아 보라며 과도와 감을 건네 주신다. 설명대로 껍질이 연해서 깎기 조심스러울 정도다.

그 사이 감잎차가 우려지고 있다. 여기 감잎차는 매년 5월 가장 어린 감나무 잎을 따 만든다. 연한 그 잎을 녹차를 만들 듯 덖는다. 물이나 기름을 넣어선 안 된다. 덖어낸 감잎을 면에 싸 빨고 비빈다. 그 과정을 4∼5번 거쳐야 감잎차가 된다. 시중의 티백에 담긴 감잎차는 자란 감잎을 쪄서 분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감잎차 /권범철 기자

과정이 많이 다르다. 때문에 농약 걱정이 없다. 어린 잎이기 때문에 농약을 칠 새가 없는데다, 차를 위해 감잎을 채취하는 감나무에선 상품감을 생산하지 않는다. 잎의 양분을 먹고 감이 자라기 때문이다. 맑은 감잎차는 녹차보다 떫은 맛은 약했고, 은은한 감 향이 났다. 물에 분 감잎을 꺼내 봤더니, 손톱만한 어린잎이다. 찬찬히 씹으니 입안이 깔끔해진다. 감잎차는 비타민C가 풍부해 겨울철 감기를 예방하고 면역력과 수분을 보충하는 데 뛰어나다.

옥영재 씨가 거실 수납장 속에 팔을 넣어 뭔가를 꺼냈다. 500ml 생수병에 담긴 황색 액체는 감식초다. 13년 된 감식초를 깊숙이 숨겨 놓으셨다. 감식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가 감 가공품으로 인정받고, 여러 곳에서 상을 받은 이유도 바로 이 감식초 덕이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무른 감을 씻어 물기를 빼고 그대로 발효용기에 넣으면 된다. 그가 사용하는 발효용기는 바닷가에서 젓갈을 담글 때 사용하는 것이다. 옹기를 사용해 봤더니 겨울에 얼어 터져버렸다. 감식초엔 염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감식초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것이 바닷사람들이 쓰는 플라스틱 발포용기다. 첨가제 없이 감만 1년을 둔다. 1년 후에 식초액만 맑게 걸러내 다시 발효용기에 담아 2년을 보관한다. 3년이 지나야 감식초가 완성된다. 시중의 화학식초가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감식초는 음식에 써도 좋고, 희석해 마셔도 좋다. 올해 90인 옥 씨의 부친도 감식초로 건강을 유지하신다. 마침 딸의 안부를 물으러 들르셨다. 청각만 쇠했을 뿐 건강하시다. 유기산이 풍부한 감식초는 신진대사와 비만, 숙취해소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움츠러들기 쉬운 지금부터 봄까지 감잎차와 감식초는 훌륭한 건강식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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