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어려움 알고 힘들 때 도와주는 게 정치"

경남도의회 후반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정재환(59·새누리당·양산2) 의원은 인터뷰 첫머리에 “낮은 자세로 의원님들의 눈높이에 맞춰 의회를 운영하겠다는 소신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여야 간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내면서 도민들의 민생에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의 소통론을 접할 수 있었다.

“공무원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고, 국민의 표를 받은 선출직들은 신화를 창조해야 합니다. 역사와 신화가 함께 어우러져야 살기 좋은 고장 아니겠습니까? 정치를 하려면 협상과 타협의 귀재가 되어야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지녀야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는 불륜이라는 식은 안 되죠.”

역사, 신화, 협상과 타협, 배려 등의 단어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아무리 정치인들이 달변가들이라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평소 자신의 마음속에 새겨온 가치관이 아니고서는 쉽게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정 의원은 달변가라기 보다는 다소 투박한 스타일이었다.

정재환 도의원.

소년 가장으로 온갖 역경에 맞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자세는 정 의원이 정치에 입문하면서부터 마음속에 새긴 덕목이다. “남을 이기려 하지 말라, 자신도 다스리지도 못한 사람이 남을 이기려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자”는 스스로 만든 경구를 항시 가슴에 품고 있기도 했다.

정 의원의 이같은 정치 철학은 -아니 인생철학은 - 누구보다 힘들었던 그의 인생 역정에서 기인했다.

정 의원은 중학생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동생 둘을 거느린 소년 가장으로 성장했다.

“지금이야 사회복지 시스템이 그래도 잘 돼 있지만 당시는 그런 게 없었습니다. 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제 삶을 다듬고 가꾸는데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습니다.”

정 의원은 “그 시절 적어 놓은 일기를 펼쳐보면 한 편의 시가 돼 있더라”고 소개했다. 동생 둘을 거느린 소년 과장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바람이 분다. 갈 곳이 없다. 어디로 갈까,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찾아온 곳이 나의 빈 방이로다. 내가 방을 반기기는커녕 방이 나를 반기려 하네.” 하루 종일 냉골 상태로 있던 빈 방이 자신의 체온을 오히려 더 필요로 하는 것 같던 상황을 표현한 것이었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나서는 공사판 일은 물론이고 두부와 국수 등을 만들어 파는 일을 했다. 장사는 잘 안됐고 실패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도 3년 정도 일했다고 한다.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여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지인들의 도움과 피땀 흘린 노력으로 조금씩 재산은 불었고 어느 정도 기반을 잡게 됐다. 그리고 불현듯 “이 세상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저처럼 소년·소녀 가장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해줄 게 없을까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아무 사회적 직위도, 직함도 없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시의원에 출마했고 1등 시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죠.”

“…어려운 사람 도움 주는 것이 곧 정치”

정 의원은 1998년 양산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제가 살아오는 동안 저에게 도움을 준 분들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내 몸을 불태워서 재를 뿌리겠다는 마음으로 의정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무급 시의원이긴 했지만 차량 기름 값 빼고는 판공비 등으로 나오는 돈을 쓰기가 싫더군요 1년에 한 600만 원 모이는 걸 가지고 쌀과 김장김치를 마련해 어려운 분들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정재환 도의원.

정 의원은 현재 여러 사회단체에 도움을 주고 있었고, 소년보호관찰소 등을 방문해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으며 청소년들에게 꿈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소년보호관찰소 관계자들은 ‘특강을 하면 대부분 아이들은 조는데 정 의원이 방문하면 그런 일이 없다’는 말을 전해 주기도 한단다.

“어떻든 삶에 고통을 받고 살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저를 꾸중하는 사람도, 칭찬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제 판단으로 인생길을 걸어왔습니다. 그게 힘들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책을 가까이 두려고 노력했고 중심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했습니다. 그런 경험담을 돌려주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잘나서 특강을 하는 건 아닙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입담도 자랑하곤 한다. “특강 같은 걸 하면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분들이 있죠. 저는 산전수전, 비행전, 육박전까지 다 겪었다고 소개하곤 합니다. 하하.”

정 의원이 추구하는 가장 바람직한 의정활동의 상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것이다. 그리고 “가진 자의 마음도, 아무것도 없는 거지의 마음도 알기에 남을 배려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다짐도 포함돼 있었다.

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회운영위는 의사일정을 조율하고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가 하면, 각 상임위와 여야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해야 하고 의회와 집행부 간 가교 역할까지 담당하는 등 의회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사령부’라 부를 수 있는 곳이다.

정 의원은 경남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전국 광역시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 협의회 정책위원장을 맡았다.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도의원 유급 보좌관제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시키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를 관철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정 의원은 양산시의원으로 8년, 그리고 도의원으로 2년을 보내면서 유급보좌관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도의원의 경우 자신의 지역구뿐 아니라 경남도 전체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상남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발로 뛰는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유급보좌관제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국회에서도 광역의회에 배려를 해야 하고요.”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고, 또 자신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세상. 정 의원이 추구하는 의정활동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침에 항상 주문을 외웁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인연을 맺은 분들 덕분으로 이렇게 버티는 게 감사하고, 또 인연을 맺은 분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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