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에 길을 묻다] (2) 캐나다의 협동조합

인구 약 770만 명, 협동조합 수 3300여 개, 조합원(기관·개인) 880만 명.

어느 나라의 이야기일까? 지난 10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다녀온 캐나다 퀘벡주의 협동조합 관련 현황이다.

19세기 말에 시작된 퀘벡지역의 협동조합은 신용조합의 형태로 시작해 농업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등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고 유럽의 협동조합과 함께 협동조합이 발달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협동조합과 관련한 기관 방문 중 처음으로 들른 곳은 'CDR Mtrl-Laval'로 협동조합 개발센터였다. 남한 면적의 약 10배에 달하는 퀘벡주 17개 지역에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을 돕고자 만들어진 단체다. 주 정부로부터 100% 예산을 받아 운영되지만 정부 소속 기관은 아니다.

산악장비 협동조합 MEC 매장 내부. MEC는 330만 명이 조합원이고 매출액이 약 3200억 원에 이른다. /김석호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경영지원실장

우리가 방문한 곳은 몬트리올과 라발지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CDR'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도와주고 이 네트워크는 자본 동원이나 대출의 어려움 등 협동조합의 취약점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신규 협동조합이 기존 사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창업 초기부터 적절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별조합 창업 지원을 위해 전문가를 영입해서 개별조합을 조직한다. 개별조합 협동운동을 촉진하고 장려하는 역할을 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Coop Touski'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다. 10명쯤이 식사할 수 있는 방이 세 개가 있는 식당이다. 이곳의 메뉴는 퀘벡 일반 음식점의 가격 10~20달러에 비해 저렴한 6~7달러이며 피자, 스파게티, 크레페 등 다양한 음식이 제공된다. 가격을 이렇게 책정한 이유는 'Coop Touski'가 위치한 동네 사람의 형편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주민과 조합원을 위해 좋은 음식을 최대한 싸게 제공한다는 취지 때문이었다. 이 식당은 30명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17명은 식당의 설립 운영을 위해 개인 돈을 낸 조합원이고, 나머지는 조합원이 되려고 일하는 사람이다.

약 6개월을 일하면서 급여의 일정 부분을 적립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식당 운영은 필요한 업무별로 조직한 '위원회(구매·건물의 유지 보수·요리 담당 등)'에서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서 일을 하고 4개월마다 업무를 바꿀 기회를 준다. 이 식당은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이 외식을 한 번 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식당에 아이들이 오면 시끄럽게 해서 아이를 데리고 외식하면 안 되는 풍토,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여건 때문에 젊은 엄마 2명이 식당을 시작한 것을 동네 주민이 이곳을 협동조합 형태로 전환했다.

자신의 주변에서 무엇인가 개선해야 할 것, 필요한 것이 있을 때 협동조합에서 답을 찾고, 그 해결 과정을 주 정부와 관련기관에서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자연스러운 나라, 이것이 캐나다 협동조합의 매력이다.

마지막 방문 기관은 '산악장비 협동조합(Mountain Equipment Co-op)'이다. 'Coop Touski'가 소규모의 협동조합 사례라면 MEC는 협동조합이 얼마만큼 커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MEC는 캐나다 인구의 약 10%인 330만 명이 조합원이고 매출액이 약 3200억 원인 대규모 협동조합이다. 1970년대 대학생 6명이 아웃도어 장비가 너무 비싸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자그마한 조합이 40년이 지난 지금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가 방문한 몬트리올 매장은 대형마트 크기였고, 자전거, 카약, 스키, 등산용품 일체, 비상식량까지 모든 아웃도어 장비와 부속물이 있었다. 5달러의 조합비(40년 전부터)만 내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회사의 공동 소유자로서 매년 조합원 총회에 참석하며 이사를 선출하는 권한도 주어진다. 1인 1표이며, 배당은 없다.

소규모 협동조합에서 대규모 협동조합까지 수많은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경제위기와 산업의 쇠락에 따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퀘벡주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콩코르디아 칼 폴라니 연구소의 소장인 멘델 교수는 우리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퀘벡 사회적 경제의 가장 큰 힘과 성공 요인은 '네트워크'이며 이는 모두 서로 대화를 해서 '한가지 목소리(One Voice)'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목소리가 작은 사람을 무시해버려서도 안 됩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가능한 일입니다. 모두가 조금 더 많이 대화한다면, 서로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공통된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김석호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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