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에 길을 묻다] (7) 종합진단-전문가 좌담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그 속에서 지난 19일 치러진 대선의 주요 화두는 '경제 민주화'였다.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협동조합이 새로운 경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와 (사)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이를 계기로 공동 기획을 통해 스페인·캐나다·원주 등 국내외 협동조합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를 살펴보고 도내 협동조합의 현주소까지 짚어봤다. 마지막으로 전문가 좌담을 통해 지역 내 협동조합 운동의 흐름과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살폈다.

좌담엔 김용기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교수), 김여용 (사)경남고용복지센터 소장, 김한수 한살림 경남소비자생활협동조합 상무, 전점석 경남햇빛발전소협동조합 공동준비위원장이 참여했다. 좌담은 김용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용기 교수

△김용기 교수 = 경남의 협동조합 운동부터 살펴보자. 도내에서는 1990년대 대학에서 협동조합 연구모임도 있었지만 협동조합의 선배격인 한살림을 통해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왔다. 한살림은 어땠나?

△김한수 상무 = 1987년 시작됐다. 26년째다. 한살림은 소비자조합이다. 직거래를 중심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믿을 수 있는 직거래 체제로 시작했다. 이런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회구성원들이 임의단체로 시작했다. 나중에 개별법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생겨 이에 법적 근거를 두게 됐지만 법 요건에 맞추려다 보니 법이 부담되기도 했다. 도내에 1만 3000명이 조합원의 있다. 현재 새로운 조합원 교육이 절실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생명과 연대, 농촌과 도시의 현실을 알려주고 어떤 것을 실천할 것인지 강좌를 열고 있다.

△김용기 교수 = 한살림은 8개 개별 협동조합법(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번에 발효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협동조합기본법의 특징은 종전까지는 개별 협동조합특별법에 따라 설립 가능하고 수백 명의 조합원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조합원 5명과 정관 등 기본적인 요건만 갖추면 쉽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이 연합회를 조직해서 확대할 수도 있다. 협동조합의 유형은 직원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단위협동조합 등 생산자 직원 소비자 각 주체가 이득이 될 수 있는 협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여용 소장

△김여용 소장 = 협동조합은 확장과 연대가 관건이다. 확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서로 함께 나누고 실천하고 확장하는데 서로 전문분야를 나눠서 연대하고 확장하면 조화롭게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이 법이 시행되는 것은 반가운데, 문제는 아직 사회 현장에서는 이해도 부족하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또 제도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인허가 문제다. 파견업도 협동조합의 범주가 되는지 등이다. 돌봄 서비스 등 요즘은 업종이 워낙 다양하지 않나? 현재 일부 자활기업들이 협동조합 전환을 검토 중이다.

△김용기 교수 = 돌봄 등 사회서비스 분야와 문화예술, 교육, 환경 등의 분야가 협동조합으로 진출하기 좋다. 사회서비스분야는 영리적 목적이 아니므로 사회적협동조합이 어울린다. 장례조합, 햇빛발전소도 준비 중이라던데….

△전점석 위원장 = 햇빛발전소를 얘기하기 전에 운동과 조합의 관계부터 말해야겠다. 옛날 노동자 조직을 만들 때 접근방법이 소비조합이었다. 조직역량 키우고자 소비조합에 가입했다. 생필품 위주의 소비조합이었다. 소비조합은 탄탄했다. 한살림은 조합 자체가 운동이었다. 지난주 서울 마포에 갔다 왔다. 마을공동체가 막강했다. 협동조합, 의료생협 설립 준비가 막바지였다. 마을역량이 조합을 만들어 냈다. 극장과 가게도 만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조합이 마을을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햇빛발전소 서울은 지난 11월 하순에 창립했다. 경남햇빛발전소는 내년 1월 중순경 창립할 계획이다. 100여 명 조합원으로 시작할 것인데 일부는 에너지 운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고 일부는 협동조합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다. 초기에는 이 두 부류가 어떻게 조화롭게 가느냐 하는 것이 과제다. 한살림·아이쿱 같은 협동조합 선배가 새로 생기는 후배 협동조합을 이끌어줘야 한다.

김한수 상무

△김한수 상무 = 확장과 연대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는 아직 협동조합 간 교류가 없지만 앞으로 협력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계기만 만들어지면 확장과 연대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나타나지 않을까?

△김용기 교수 = 신협도 협동조합이지 않나?

△전점석 위원장 = 신협이라고 하니까 생각난다. 예전에 YMCA 전국 실무자가 신협을 만들었었다. 매년 출자하고 배당도 받았다. 10년 이상 열심히 했었다. 실제로 나는 집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을 받기도 했다. 현재 시민사회연대회의 전국 시민단체 실무자 대상으로 신협을 만들기 위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용기 교수 = 대학에도 있고 큰 공장에도 협동조합이 소소하게 있다. 이번에 기본법 발효를 계기로 협동조합 정신에 맞는 협동조합 만들어보자 해서 5월부터 연구회 모임도 해왔다. 녹색 경남과 우리 센터, 햇빛발전소가 공동으로 8강 강좌를 열었는데 매회 70∼90명이 수강했다. 김해 거제 진주 사천 등 다양한 지역 분들이 강의에 참석했다. 이처럼 지역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은데 행정에서는 이런 관심과 욕구를 채워줄 프로그램이 없다. 지역 내 협동조합 경험자도 극소수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내 협동조합 운동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김한수 상무 = 협동으로 풀어내야 할 사례를 뽑아서 협동 운동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하고는 싶은데 여력이 부족하면 협동으로 풀어야 한다. 생각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되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분야별 관심거리에서 시작해서 이 지역사회에 맞는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연대를 통해서 지자체의 관심도 끌어들일 수 있다.

전점석 위원장

△전점석 위원장 = 지자체 등 행정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조합 설립 등록만 하면 되는 것 아니다. 규제를 하고자 하는 자세가 아니라 장려하고 육성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행정업무하고는 다르게 인식해야 한다. 창원이 100만 인구 도시이지만 10년 후에는 협동조합 조합원이 150만 명인, 그런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다. 그리되면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협동조합 운동가를 육성해야 한다. 전문가 그룹과 실무자 그룹….

△김여용 소장 = 참여가 중요하다. 충분히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사회적 기업 자체에 협동조합 운영방식 접목해서 협동조합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사업에만 집착하게 되면 사업으로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협동조합 본연의 정신은 잃게 된다. 내실있는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협동조합은 연합회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필요에 의해 연합회 형태로 꾸려질 수 있다. 3개 이상만 조직되면 연합회를 만들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김용기 교수 = 정리해보자. 기존의 경제는 탐욕의 경제이며 돈이 중심이다. 협동조합 경제는 공생의 경제이며 사람이 중심이다. 나눔으로 공생의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 협동조합 경제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법을 만든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키워나가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단순 재정적 지원이 아니라, 앉아서 허가 내주고 신고받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풀뿌리 사회적 경제 키워나가는 역할 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협동경제를 인식하고 확산하고 모델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또 협동조합 운동가들도 키워야 한다. 연구자 실무자를 키우고, 네트워킹을 통한 공동사업도 해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동의 삶 속에서 공생의 삶을 찾아야 한다. 경남에 풀뿌리에 기초한 제대로 된 협동조합 모델이 몇 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 <끝> 

도내 협동조합 운동의 흐름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좌담회가 김용기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사진 오른쪽 세 번째)의 사회로 김여용 (사)경남고용복지센터 소장(오른쪽 두 번째), 김한수 한살림 경남소비자생활협동조합 상무(왼쪽 세 번째), 전점석 경남햇빛발전소협동조합 공동준비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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