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싫으면 정당투표, 여-야 정책 찬반 표현, 개인의 실질적 이익과 만족감 위해

19대 총선 투표일이다. 혈세 2713억 원을 들인 선거의 결과물을 보는 날이다. 4년간 혈세 1조 원을 들여 월급을 줘야 할 국회의원 뽑는 날이다. 잘못 뽑았다가는 국민에게 월급 받으면서 군림하는 극소수 특권 괴물을 만들 수도, 더 잘못 뽑았다가는 추가로 15억 원을 들여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수치로는 정치 혐오와 무관심에 빠진 민심을 건드리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전에 없이 발랄하고 다양한 투표 독려 메시지가 흥을 돋우지만, 막상 눈을 돌려 자신의 지역구를 생각하면 그 흥도 깨지고 만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아무나' 찍어도 언제나 내 삶은 '거기서 거기'.

투표 안 할 이유는 수두룩하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찍어줘 봤자 자기 배만 채울 거니까, 누가 나왔는지 몰라서, 나 먹고살기도 바빠서…. 제발 투표할 테니 투표용지 제일 마지막 칸에 '아무나'를 넣어달라는 웃지 못할 소리도 있다.

그래도 '투표 안 하려니 찜찜하다'거나 '투표해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는 독자에게 아래 '투표해야 하는 4가지 이유'를 권한다.

첫째, 당최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 정당 투표를 하러 가자. 이번 선거는 도·시의원 보궐선거 지역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구에서 '1인 2표제', 한 번은 후보에, 한 번은 정당에 지지를 표현할 수 있다. 후보 개개인은 마뜩잖더라도 정당은 다르다. 이번 선거에는 역대 최고인 20개 정당이 등록했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기성 정치인에 비하면 '눈처럼 순수한' 비례대표 후보를 국회로 보낼 수 있다. 동물의 생명권과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녹색당도 있고, '안철수 키즈(kids)'를 자처하는 청년당도 있고, 한나라당을 진정으로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도 있다.

정당 투표에 '사표(死票)' 운운하는 소린 무시해도 좋다. 아직은 세(勢)가 적어 지지해봤자 소용없다거나 최악의 세력을 막으려면 우선 현실가능한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말은 오랜 기간 원인과 결과를 오도한 때문이다. 한 표 한 표가 쌓여 미래를 만든다.

둘째, 투표는 누구를 뽑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누구를 뽑지 않으려는 행위이기도 하다. 증오를 원동력 삼아 투표장에 나가보는 건 어떨지. 선거 초반 실종되다시피한 '심판론'이 막판 투표 독려 열기와 더불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짧은 선거기간 그들이 보여준 말과 행동이 아닌 지난 4년 집권여당의 각종 정책에 대한 호오를 드러내자는 것이다.

이들 정책은 국민 삶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는 한, 개개인이 찬반을 표시할 방법이 없다.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반대하는 후보와 정당에 지지를 표현해 특정 정책을 유지 혹은 폐지할 수 있다.

셋째, 안철수 원장은 투표 독려 영상에서 '투표가 밥 먹여준다'고 했다. 투표를 실질적인 이익 추구 행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투표권 행사를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있는데('PB+D〉C'), 여기서 B(Benefit)를 높여보자는 것이다. P(Probability)는 자신의 한 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확률, B는 자신이 찍은 후보나 정당이 이겼을 때 내게 돌아오는 이득, D(Duty)는 투표에 참여했다는 개인적인 만족감, C(Cost)는 말 그대로 투표에 참여하려고 들인 시간 혹은 비용을 말한다. 지난 선거부터 시민단체와 각종 이익집단은 출마자에게 특정 정책을 요구해 답변을 받아내는 등 적극적인 유권자 행동에 나서고 있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에게 투표 확인증을 모아 일종의 '볼모'로 삼을 수 있다.

넷째, 이도 저도 아니면 '투표는 하고 산다'는 개인 만족감을 위해 투표장으로 가자. 위의 공식 중 D를 C보다 높이는 것이다. 출근도 해야 하고 비까지 오니 C가 D를 이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투표율 70% 달성 자폭 이벤트'는 어떤가.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안 원장의 미니스커트 댄스, 개그맨 김제동의 결혼, 소설가 이외수의 삭발, 작가 공지영의 아이유 코스프레를 볼 수 있다. 〈경남도민일보〉의 투표 인증샷 이벤트에 응모해 '신문에 내 얼굴이 나오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지금 투표소에 가면, 두 표가 여러분 손에 쥐여진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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