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대선 출마가능성 계산 분주…문재인 거취·후임 인물 '변수'

김두관 지사의 입당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16일 입당 당일에는 '대선 출마용'이라는 의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무소속 잔류' 약속을 어긴 데 대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 급기야 새누리당 경남도당은 도지사직 사퇴 용단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과연 그는 어렵사리 얻은 도지사직을 내놓고 대선에 출마할까.

입당에 즈음한 각종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경남에 현안이 많아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입당 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도정에 성과가 나야 (제게도) 기회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1월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자신이 '현실 정치인'임을 전제하고 "(주변에서) 정치라는 게 워낙 움직이는 생물이고 역동적이라 미리 (출마 가능성을) 닫아놓을 이유가 있느냐고 하는데 나도 거기에 동의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16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김두관 지사가 서울 일정을 마치고 복귀, 이날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입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하고 있다./박일호 기자

'가능성을 열어놓'는 건 야권 전체의 흥행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김 지사에게 올 '불가피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 지사는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와 관련해 "시대와 역사, 국민이 요구하면"이라고 전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역사와 국민이 요구하는 상황이란 어떤 것일까.

우선 유력 대선 후보인 안철수 원장이 끝내 출마하지 않고, 문재인 이사장도 출마하지 않거나 출마할 수 없는 변수가 생기는 경우다. 특히 문 이사장의 거취가 중요한데, 문 이사장이 지금의 여세를 몰아 야권 유력 후보로 위치를 굳힌다면 김 지사의 활동 공간은 극히 제한된다. 만약 문 이사장의 불출마로 김 지사가 야권의 유일하고도 강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하면, 그리하여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출마 압박이 거세진다면, 대의를 중시하는 김 지사가 그때도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16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김두관 지사가 서울 일정을 마치고 복귀, 이날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입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하고 있다./박일호 기자

그는 이날 아침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총선에서 영남에서 지역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과 통합이 무소속 잔류 약속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정 전념' 약속은 새로운 시대와 국민의 요청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쯤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게 김 지사의 경남도정을 계승할 후임 도지사 감이 있느냐 여부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김 지사가 3월 12일 이전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그만두면 도지사 보궐선거는 오는 4·11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대선 출마 전 공직자 최종 사퇴 기한인 9월 20일(대선 90일 전) 사이에 사퇴하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즉 12월 보궐선거까지는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됨으로써 행정공백으로 인한 비난이 대선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

차기 도지사로 밀 만한 '김두관의 사람'이 있는지 묻는 건 이르긴 하지만 김 지사 대선 출마 행보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은 확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안방을 적에게 내어주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당내 경선에 참여하거나 전략공천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법적인 제한은 없지만 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요컨대,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저울질은 '안방을 사수할' 후임의 유무와도 상관이 있다.

이 때문에 도청 안팎에서는 김 지사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총선·대선 지원 역할을 충분히 수행, 승리할 경우 새 정권의 요직으로 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임기를 모두 마무리하고 2014년 재선 도전 없이 정부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한편, 김 지사는 이날 도청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입당과 관련, "통합진보당도 제 진정성을 이해해줄 걸로 믿고 민주도정협의회도 잘 유지되리라 믿는다"며 "다음 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입당하면 16개 시·도지사 가운데 9명이 민주통합당 소속이 된다. 그래서 당과 현장 목소리를 소통할 '생활정치지도자협의회'를 제안했는데, 이런 것으로 야권 단일화, 총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16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김두관 지사가 서울 국회 민주통합당 당대표실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경남도청으로 돌아와 지사실로 향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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