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한전 직원들이 주민 위협하고, 할머니 2명 짓밟아" 주장

한국전력의 국책 사업인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사업과 관련, 피해를 우려하는 밀양 주민과 한전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전 쪽이 애초 주민 수십 명에 대한 형사 고발과 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밀양시와 창녕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한 데 이어 주민들이 한전 직원들을 상대로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주민들은 애초 신고리에서 수도권까지 공급하겠다는 76만 5000볼트 송전선로 계획 가운데 밀양이 포함된 '신고리-북경남' 구간에 대해 5개 면 산과 들, 마을에 송전탑 69기가 들어서면 전자파 등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며 우려하고 있다.

30일 주민 대표 가운데 한 사람인 이남우(69) 밀양시 부북면 대표는 "피해 예상 지역 주민들이 지난 21일 오전 밀양시청에서 한국전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한전 직원 20여 명이 시청을 급하게 빠져나가면서 할머니 두 사람이 밟혔다"면서 "같은 사람인데 그리 짓밟고 나갔는지, 무참한 일이 일어나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 가운데 할머니 ㄴ 씨가 발을 움켜쥐고, ㄱ 씨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 /밀양 주민 대표 측 제공

주민 대표 측은 변호사를 통해 고소장을 작성, 피해 사진과 함께 지난 27일 오후 밀양경찰서에 제출했다. 피고소인은 밀양시 부북면에 사는 할머니 2명 ㄱ(79) 씨와 ㄴ(78) 씨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상해)로 한국전력 직원들을 고소했다.

당시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 대표와 한전 쪽이 만나 간담회를 열었지만, 견해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주민 대표와 한전 직원 각각 8명이 참석했고, 주민 50명 정도가 참관했다.

그동안 한전과 주민 사이 대화와 조정이 실패로 돌아가자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제기돼 이날 김 사장도 자리에 앉았다.

이남우 대표는 "한전에서 지난해부터 5개 면에서 주민 73명을 고소한 상태다. 한전 사장까지 온다고 해서 주민들은 변화된 태도를 바랐는데, 전과 똑같이 부정적인 대답만 계속해 주민 한 사람이 회의 중간에 계란을 사 와서 마칠 무렵 한전 사장 책상 옆에 놔버렸다"며 "이후 시청 2층 회의실에서 20여 명의 한전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중앙 계단으로 가려다 1층에 사람들이 꽉 서 있어 못 가고, 반대편 식당 쪽으로 가다가 할머니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지나갔다"고 전했다.

주민 대표 측은 "한전 직원 20~30명이 사장을 에워싸고 위협적으로 지나가면서 그 중 일부 직원이 구둣발로 복도에 앉아 있던 ㄱ 씨의 머리, 어깨, 등, 다리 등을 밟고, ㄴ 씨의 오른쪽 발을 밟아 치료 기간 불상의 상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 한전 직원들도 피해자들이 넘어져 있는 것을 보고 '할머니 큰일 났다'라는 이야기를 했고, 한전 직원이 아닌 다른 참석자들이 할머니들을 밟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전 송전선로 건설사업단 관계자는 "아직 조사에 응하라는 등 공식적으로 전해들은 바가 없어 밝힐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깁스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ㄴ(78) 할머니. /밀양 주민 대표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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