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탓에 밤잠 못이루는 김충식 창녕군수

"따오기님, 오늘도 잘 주무셨습니까."

경남에 구제역 비상이 걸린 요즘, 조류 인플루엔자(AI) 걱정으로 잠을 설친다는 김충식 창녕군수가 소개한 자신의 아침인사다. "2008년 따오기를 들여올 때 10년 후에는 100마리로 늘려 우포늪 하늘 아래 풀어놓고 국민에게 보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요즘 그 약속을 실현할 자신이 없어져서 걱정입니다."

26일 시장·군수회의에 참석한 시장·군수들이 구제역 걱정에 한마디씩 말을 보태는 가운데, 따오기로 생태관광도시를 꿈꾸는 김 군수는 AI 문제를 환기시켰다.

   
 

김 군수가 이토록 따오기 걱정을 하는 데는 우선 사천 등지에서 발생한 AI 전파 우려에서이고, 두 번째는 암컷 따오기를 시집 보내기가 영 어려워서다. 현재 따오기 센터에는 한 쌍의 부부와 2009년과 2010년 두 마리씩 태어난 4마리 등 모두 6마리가 살고 있다. 새끼는 암컷 3마리와 수컷 1마리인데, 근친교배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따오기를 들여온 중국에 또다시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환경부와 경남도, 창녕군은 지난해부터 중국에 따오기 추가 도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일본 전례에서 보듯이 '따오기 외교'에 능한 중국은 손쉽게 내줄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일본은 중국에 따오기 관련 시설물을 지어주거나 세미나 개최, 사료 구입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대가로 따오기를 추가로 들여올 수 있었다. 돈으로 치면 수십억 원이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도는 천안함 사태 등으로 중국과 관계가 좋지 못한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태어난 암컷 두 마리는 올 4월 번식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수컷과 합방을 시켜야 하지만 이처럼 중국과 논의는 큰 진척이 없는 상태다. 김 군수는 "지사님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도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안으로는 수컷 두 마리 혹은 암수 한 쌍을 도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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